빌 클린턴 미 대통령 당선자는 5일 그의 향리 리틀록에서 만난 한국기자들에게 『한미관계는 과거에도 좋았듯이 앞으로도 좋아질 것』이며 주한미군의 철수도 『더이상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클린턴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중에도 주한미군 유지를 다짐한바 있다.그러나 클린턴 당선자가 해외주둔 미군의 감축과 전략무기 감축 등을 주축으로 국방비 삭감의 폭을 크게 넓히리라는 것은 선거기간중에도 이미 일반화되어온 예상이며,따라서 주한미군의 추가적 감축 및 방위비 분담증액 요구 등은 우리로서는 필연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국방비 삭감은 그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미국 경제회복을 위한 방법론의 한 선택으로서 불가피한 항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지난 76년말 역시 민주당 출신 대통령 당선자였던 지미 카터가 주한미군 철수론을 제기했을 때 받았던 착잡한 느낌을 되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클린턴 당선자는 카터의 그같은 「실언」을 되풀이하지 않고 있다.
우리로서는 주한미군의 철수여부에 과민하기 보다는 「행정부가 바뀐다」는 클린턴 당선자 및 미국정책 입안자들의 현실감각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유럽국가인 러시아 태평양 멤버임을 자처하고 있는 가운데 미주 국가로서의 미국 또한 태평양 멤버라는 점에 한미 양국이 인식을 함께 하며,미국의 주요 교역국 입장에서 우리도 또한 미국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상황에서 양국은 주한미군 문제보다 한층 높은 차원의 협력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현실성 높은 미래과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클린턴 당선자는 무역마찰 문제에 대해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외교문제를 희생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는 대외정책과 국내정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현실론을 내세워 균형감각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군사력에 치중하여 경제에 주름이 밀리게 하거나 군사적으로 취약해지면서 경제회복에나 치중하는 그 어느 편향도 원치 않는다는 미국민의 선택의 접점에서 클린턴이 당선된 사실은 음미할만한 부분이다.
선거운동기간중 그가 「쇠약해지고 있는 미국의 힘을 재충전,그 바탕위에서 모든 대외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경제력에 뒷받침되는 군사력,그런 힘에서 우러나는 국제질서 조정기능을 겨냥한 것으로 이해된다.
냉전체제의 와해로 미 군사력은 새로운 안보현실에 부합하도록 재편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재편은 한반도나 중동같은 지역의 긴장완하에 실효있게 대응해야 하는 한계를 지니는 것이다.
미국의 새 민주당 정권이 인권문제,북한의 핵개발 문제 등에 보다 강도높게 대응하리라는 일반적 관점은 바로 우리의 현실 상황에도 깊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미 안보협력의 전개를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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