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 농산물 진출봉쇄에 “맞대응”/「대EC 보복관세」 미의 입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 농산물 진출봉쇄에 “맞대응”/「대EC 보복관세」 미의 입장

입력
1992.11.07 00:00
0 0

◎“세금·보조금등 이중장벽” 분통/전체 교역선 흑자… 확전 어려워【워싱턴=정일화특파원】 부시 행정부가 5일 유럽간 백포도주,엿기름 및 유채씨기름에 대해 내달 5일부터 2백%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함으로써 퇴임을 불과 2개월 남짓 남겨둔 「레임 덕」 정부가 세계무역전쟁을 발발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이들 관세 대상품목의 수입규모는 연간 3억달러에 불과해 미 유럽간의 연간 무역총량인 2천억달러에 비하면 「병아리 눈물」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재 7%인 관세율을 2백%까지 올리겠다는 데에는 다분히 선전포고적 의도가 담겨 있다.

만일 예정대로 내달 5일부터 2백% 관세가 물려진다면 미국 슈퍼마켓에 즐비하게 쌓여있는 유럽산 백포도주는 자취를 감출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빵굽는데 쓰는 엿기름,공업용으로 주로 쓰는 유채씨기름 등도 미국시장에서 견뎌낼 길이 없어진다.

프랑스산 백포도주는 슈퍼마켓에서 10∼20달러 선인데 요즘은 캘리포니아산 백포도주가 프랑스산에 못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상대적으로 값이 싼 미국산 포도주가 많이 팔리는 경향이다.

유럽은 미국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그러면 우리도 미국산 수입품을 골라 보복관세를 매기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만일 유럽이 그렇게 나온다면 미국은 다시 17억달러 어치에 해당하는 유럽산 공산품에도 보복관세를 때리겠다고 칼라 힐스 무역대표가 공언했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큰 교역 당사자인 미­유럽간의 본격적인 무역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유럽간에 무역전쟁이 발생한다는 것은 곧 세계가 무역전쟁에 휘말린다는 의미가 된다.

모든 전쟁의 시발이 거의 다 그렇지만 이번 2백% 관세선언도 부시 행정부로서는 인내의 한계점에서 분노를 터뜨린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유럽측이 농산물 시장개방을 끈질기게 반대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EC 국가들은 자체의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3가지 수단을 강구해왔다. 우선 값싼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가를 높이기 위해 가변세(VA)를 부과했다. 수입단가와 국내 시장 유통가의 차액을 조사해 그 차액을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방식이다. 결국 수입곡물 가격이 국내 곡물가격과 같게 되든지 오히려 높게돼 시장진출을 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는 농산물가격 지원금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고 셋째는 수출 농산물에 수출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같은 EC의 폐쇄적 농산물시장 정책에 대해 처음 이의를 제기한 것은 전미 대두협회(ASA)로 부터였다. ASA는 87년 미 상무부·무역 및 관세일반협정(GATT)에 제출한 탄원서를 통해 이같은 유럽의 농산물 보조금 지원은 GATT 협정에 위배될 뿐 아니라 미 무역법(1974)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 무역대표부는 88년 1월 무역법 301조에 의한 조사를 실시했으며 GATT는 89년 12월 미국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럽이 자유무역행위를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이에 EC는 GATT의 개정을 받아들인다고 발표했고 미국은 90년 1월 301조 동원을 유보했다.

그러나 EC는 91년중에도 같은 방법으로 농산물 보조행위를 계속했다.

미국은 그동안 GATT의 중재로 유럽과 우루과이라운드의 성사를 위해 대두(콩) 문제를 비롯한 유럽 농산물시장 개방문제를 끈질기게 협의해왔으나 결국 5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하게 됐다. 칼라 힐스 무역대표는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둘째로 이번 조치는 미 대통령선거와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지난 6년간 질질 끌어오던 유럽과의 농산물 시장개방 협상을 어떤 형식으로든 11월3일 선거일 이전에 마무리 지으려고 무던히 애써왔다.

11월1일 시카고에서는 EC 농업담당 집행위원 레이 맥서리와 미국 농무장관 에드워드 매디건이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협상을 벌였다.

만일 이 자리에서 어떤 합의가 도출됐다면 부시 후보가 농민들의 표을 얻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결렬됐고 2일과 3일 연속 개최된 협상도 아무런 성과없이 끝나고 말았다.

그렇다면 과연 무역전쟁은 터지고 말 것인가.

클린턴 대통령 당선자는 이 문제에 대해 『이 나라에 대통령은 한사람 밖에 없다』면서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섰지만 사실 부시는 임기를 2개월여 밖에 남겨놓지 않은 「레임 덕」 대통령이다. 또 칼라 힐스 무역대표도 12월5일까지는 아직 30일간의 협상기간이 남아 있다며 협상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미·EC간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미·유럽간의 무역은 미국이 지난 89년이래 계속 흑자를 기록해왔고 91년중에는 1백60억달러나 흑자를 기록한터여서 미국이 서둘러 진행에 뛰어들 이유가 없어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