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노선 바탕 공생관계 탈피/유럽방위정책 독자적 행보 펼듯【런던=원인성특파원】 클린턴의 집권은 소위 「특수관계」로 불려온 미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두 나라의 특수한 관계가 동일한 역사적 배경과 언어 등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같은 보수노선을 바탕으로 유럽정책 등에서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왔던 레이건대처의 공생관계와는 다른 양상을 띨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영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특히 레이건과 대처가 물러난 이후에는 제임스 베이커와 영국의 더글러스 허드 외무장관이 유엔 및 나토정책,걸프전 등에서 호흡을 맞춰왔다는데 이러한 밀월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클린턴 행정부는 우선 유럽방위정책에서 부시와는 노선을 달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는 유럽주둔 미군과 나토를 유지하는 것을 유럽방위정책의 골격으로 삼아왔으나 클린턴은 선거공약대로 유럽주둔 미군을 크게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미군의 급격한 감축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결국 유럽에서 미군이 상당수 철수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클린턴은 프랑스가 주창하는 유럽공동체(EC)의 독자적인 방위정책을 지지하는 한편 나토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영국은 전망하고 있다. 영국은 그동안 유럽정책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해왔는데 미국의 정책변화는 영국의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또 한가지 영국이 우려하는 부분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문제이다. 영국 언론은 클린턴이 집권한뒤에는 영국의 상임이사국 자리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은 클린턴 행정부가 영국과 프랑스의 상임이사국을 포기하는 대신 EC 몫으로 한자리를 할당하고 나머지 한자리는 일본에 주는 방안을 제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쇠퇴를 거듭하는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이 미국과의 특수관계 및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위치 때문임을 고려한다면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영국의 영향력이 크게 위축될 것은 분명하다.
일부에서는 두나라의 역사적인 관계와 클린턴이 지난 68∼69년 옥스퍼드대학에서 유학한 개인적인 경험 등을 감안할 때 미국과 영국의 「특수관계」가 급격한 변화를 겪지는 않을 것이란 낙관론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산적한 국내문제의 해결을 내걸고 당선된 클린턴은 결국 미국의 국익을 우선해 정책을 펼 것이고 이에 따라 미영간에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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