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동반 정권교체냉전종식이라는 세계질서의 전환과 함께 미국에 12년만의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끝난 미국 대통령 선거전은 냉전해체뒤의 새로운 상황속에서 미국이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선택의 과정이었다.
그런 뜻에서 부시 대통령의 이례적인 재선실패는 우연히도 지난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퇴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들 두 초강대국 정치 지도자는 다같이 냉전종식의 주역이면서 새로운 상황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 퇴장을 강요당했다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전은 냉전의 승자요,이라크를 제압한 승자라는 것만으로 미국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수는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것이 이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유권자가 냉전시대 초강대국으로서의 영광보다는,그때문에 치러야 했던 대가를 재평가하고 있음을 뜻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에게 이례적인 재선실패의 쓴잔을 안겨준 최대의 원인이 「경제」의 위기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역적자는 8년만에 1백억달러선을 밑돌아 지난해 7백36억달러를 기록했지만,여전히 미국은 세계최대의 채무국으로 남아있다.
○무역마찰에의 우려
게다가 재정적자가 한해 3천억달러에 이르고,실업률은 7.6%나 되고있다. 앞으로의 전망을 말해주는 투자율이 선진공업국중 최하위인 10.7%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경제적 곤란이 쉽사리 극복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부시 대통령의 뒤를 이어 백악관에 들어설 클린턴 행정부는 미국의 져야했던 초강대국으로서의 부담을 점진적으로 줄여 경쟁력의 기반건설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조정할 것이다. 그는 4년동안 2천억달러를 투자해서 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4년동안에 세출삭감을 통해 재정적자를 지금의 절반이하로 떨어뜨리겠다고 했다.
우리에게 최대의 관심거리는 그의 대외무역 정책이다. 대체로 클린턴 행정부가 보호무역의 색채를 짙게 할 것이라는 예측은 특히 일본을 포함하는 아시아권에서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클린턴은 선거유세중 「공정한 자유무역」을 말한 것외에는 특별히 무역정책에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겝하트 의원 등 의회내 민주당의 유력 의원들이 강경한 무역보복 압력을 넣을 것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권에서 클린턴 행정부의 「301조 무기」를 두려워하는 이유이다.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다음 행정부가 무역장벽을 높이고,한국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우리로서도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는 시대적 상황을 인식하고,본질적인 체질개선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미관계에 유연성
또 한가지 우리의 중요한 관심거리는 워싱턴의 물갈이가 몰고올 정치·외교적인 정책의 조정이다. 클린턴 후보는 군사정책에서 70년대 카터 대통령과 달리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는 97년까지 20만명 규모의 추가병력 감축과 1조3천6백억달러의 군비삭감을 주장했다.
그는 과거 카터 대통령처럼 전면적인 대한 방위공약 재검토 같은 정책노선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에 대해서는 「역할축소」의 장기계획에 보다 신축성있는 태도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이번 선거결과는 클린턴이 승리했다기 보다는 미국의 유권자들이 부시를 외면했다고 보는 편이 보다 현실에 가까울 것이다. 이 「물갈이」가 당장 한미관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우리 자신 시대적 변화에 신중한 대응을 준비해야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