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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클린턴 시대 국민은 변화 원한다(미국의 선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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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우려/클린턴 시대 국민은 변화 원한다(미국의 선택:2)

입력
1992.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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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세대,지도국보다 「잘사는 나라」 열망/보수진영선 애국심·도덕성 등에 불안감클린턴 시대가 열렸다.

미 국민들은 40대의 전후세대인 클린턴을 매개체로 변화의 시대를 열었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짙은 미국이 진보쪽으로 기운 이유는 우선 공화당 12년의 내정실패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단순히 미 국내문제만이 아닌 도도한 역사의 변화가 깔려 있다. 20세기를 질식시켜왔던 냉전구도가 종식되고 세계가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는 역사적 현실은 미국의 의식변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특히 21세기를 앞두고 일본 독일 그리고 태평양·유럽 국가들이 거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세계 무대 진출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 『그대로는 안된다』는 미국의 위기의식을 일깨웠다.

이제 클린턴은 『미국을 상승시키고 지켜달라』는 기대속에 백악관에 입성하게 됐다. 그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과연 제대로 할 수 있는가』라는 우려의 시선이 그에게 쏠리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클린턴은 선거기간 동안 많은 공약을 내걸었고,이에따른 기대와 우려는 함께 커져왔다.

미 국민은 결국 우려보다는 기대를 택했다. 뭔가 바꿔지기를 바라는 유권자의 바람이 상수였던 현직 대통령 재선을 막고 클린턴을 새 백악관 주인으로 맞게 된 것이다.

변화는 우선 세대교체에서 오고 있다. 2차대전 한국전 월남전 등을 경험하면서 미국 정치를 곧 세계 정치로 알던 세대들이 정치무대에서 사라지고 『월남전은 정당성이 없다』고 말하는 베이비붐 새데가 세계 제1의 강대국 지도자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엄청난 변화가 올것이 틀림없다. 국내·국제 정치 모두에서 보다 이해타산이 빨라지고 현실적 접근법이 팽배해질 것이다. 클린턴은 이미 미국 시장에 일제 상품이 들어오는 만큼 미제도 일본 시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들어오는 외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에 세금을 내야 한다고 선거공약에 밝힌바 있다.

또 부유층에 대산 증세,국방비 추가삭감(1천억달러) 등 과감한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고 공언해 놓고 있다.

미국의 전통이 어떻고,세계유일의 강대국 위상이 어떻고 하는 철학은 아마도 크게 퇴색하고 철저한 현실론,이해타산적 접근법에 입각한 정치가 펼쳐질 공산이 크다.

클린턴의 선거공약은 향후 4년간 이행하기에 너무 벅차고 광범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첫째로 지적할 공약은 4년내에 현 재정적자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지난 10년간 누적돼 4조달러에 이르렀다. 닉슨,포드,카터,레이건,부시 등이 줄이고 줄이려고 애썼으나 늘어만간 이 적자폭을 어떻게 4년안에 절반이나 줄일지 의문이다.

둘째,모든 시민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의료보헌 제도는 이미 파산지경이다. 개인적으로는 의료보험에 들려면 월 5백달러 이상을 내야하는데 이렇게 많은 보험료를 내도 보험회사는 적자가 누적돼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클린턴은 의료보험을 기업부담 의무화 또는 의료 기금운영으로 무보험자에게 모두 혜택을 주겠다고 말했다.

셋째,자동차의 갤런당 주행거리 기준을 대폭 강화해 2천년대까지 1갤런당 45마일로 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갤런당 27.5마일과 비교하면 실현성에 의문이 간다.

또 ▲학부모에 공립학교 선택권 부여 ▲출산 병간호 등을 이유로한 무급휴가 2개월 허용 ▲동성연애 권리 허용 ▲낙태자유법 실시 ▲치안유지를 위한 경찰력 확대 ▲공공투자 확대 ▲미제 상품의 경쟁력 강화 등 수없는 공약이 나왔다.

기업가 노동자 여성 운동단체 에이즈단체 흑인 스페인계 소수민족 중소기업 등에 약속한 이런 클린턴의 공약들은 확실히 그의 당선을 따내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과연 4년 임기동안 그 약속들을 이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클린턴은 공약한 약속들이 이뤄질 것인지 아닌지는 그를 지지한 유권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이지만 이번 선거기간에 그를 반대했던 보수경향 유권자들이 클린턴 정부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는 따른 문제로 남아있다.

부시 대통령이 대표적으로 지적했던 애국심 도덕성의 문제이다.

클린턴의 자신의 끈질긴 부인에도 불구하고 월남전 징병기피를 한 숱한 혐의가 그대로 남아있으며 선거 막바지에 펜트하우스지에 대대적으로 실려 세인의 눈살을 찌푸리게까지 했던 제니펴 플라워스와의 혼외정사 문제가 너무나 공공연하게 퍼져있다.

미국 대통령은 행정 최고책임자로서의 능력도 인정받아야 하지만 청교도 국가 지도자로서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 도덕성 등도 전통적으로 크게 강조돼 왔었다. 클린턴 시대의 개막은 이런 미국의 전통적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이다. 그래도 클린턴 시대는 결국 시작되게 된다. 4년의 임기동안 국민의 기대와 우려중 어느쪽이 맞을지 지켜볼만하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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