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로 활용위한 인맥찾기 총력전/일부그룹선 총수가 미 현지서 진두지휘/“공정무역 따른 수출타격 크다” 걱정태산재계·업계도 클린턴 회오리로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재계와 업계는 4일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이 결정되자 미국의 현지 지사 및 산하 경제연구소 등을 총동원,클린턴 관련 자료수집에 나서는 한편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클린턴 행정부의 통상 정책방향을 가늠하면서 파급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 수립에 나서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클린턴의 통상정책은 그의 보호주의적 경향으로 보아 한미 통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게 경제계의 일치된 시각이다. 클린턴은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교역상대국의 공정무역」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아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는 무역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보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특히 경제계는 클린턴이 우루과이라운드의 성공적인 타결을 위해 쌍무적 통상압력을 자제해온 부시 행정부와 달리 대부분의 양국간 통상문제를 쌍무차원에서 해결하려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통상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슈퍼 301조를 통한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경제계는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일방적 판정에 의해 갖가지 피해를 입어온 우리 기업들이 더 큰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경제계가 개방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는 분야는 미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금융,통신기기,유통,쌀 등 농수산물,정부조달분야로 남북간의 무관세 교역문제를 시장개방 압력의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덤핑 예비판정을 받은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환경규제에 민감한 자동차,쿼타규제를 받고 있는 섬유,무차별 덤핑제소가 시작된 철강,보조금 지급문제에 얽히 조선 등이 공정무역 차원에서 제재의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지적재산권 보호와 관련,침해상품에 대한 보복조치가 강화될 것으로 보여 이들 상품의 수출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클린턴의 외국기업에 대한 증세 및 환경규제 강화공약도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환경관련 상품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외국기업에 대한 증세로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클린턴의 방침은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세금부담 증가와 세무감독 강황에 따른 기업활동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클린턴의 등장으로 한미간의 통상관계에 일대 방향전환이 예상되자 재벌기업들은 그룹차원에서 차기 미국정부와의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미 민주당 의원 및 예일대 출신의 미국교포 인사 등 앞으로 로비스트로 활용할 수 있는 「클린턴 인맥찾기」에 나서고 있고 일부그룹에서는 총수가 직접 미국에서 분위기를 탐색하고 있다. 삼성의 이건희회장은 2일부터 미국에 머물며 대책수립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선경의 최종현회장은 수일내에 미국으로 떠날 계획이다. 럭키금성그룹은 대미수출 주력기업인 금성사를 중심으로,대우그룹은 10개 지사로 구성된 대우 아메리카를 통해 대책을 수립중이다.
그룹차원의 움직임과는 별도로 각 기업들은 전자·자동차·섬유·유통 등 업종별 단체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책 마련을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협과 무공은 클린턴의 통상정책이 전반적으로 한국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면서도 미국의 통상압력이 선진·개도국을 가리지 않고 가해질 것이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견해도 있다. 미국이 일본에 대한 무역규제를 강화하고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를 철회한다면 우리 상품의 수출이 용이해질 수 있다는 것.
이필곤 삼성물산 부회장은 『정보통신과 항공,자동차 그밖의 환경관련 산업분야에서 현지에 진출해 있는 자회사를 통해 미국의 유력기업과 제휴,미국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한편 영업의 현지화를 통해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송태권·이종재기자>송태권·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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