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대통령의 참패는 거짓과 모략에 대한 유권자들의 응징이었다.부시는 선거전 막바지까지 정책개발이나 대안제시 보다는 인신공격에 더 열을 올렸다. 월남전 징병기피,혼외정사와 마리화나 복용혐의,옥스퍼드대 유학시절의 적국 소련방문 등 클린턴의 「인격과 자질문제」를 선거전의 알파와 오메가인 양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낯뜨거운 인신공격도 불사했다. 지지율 격차가 벌어질수록 정도는 더 심해졌다.
지난 88년 대선때 마이클 듀카키스를 이긴 것도 따지고 보면 상대방 흠집내기 덕이었다. 듀카키스가 매사추세츠주지사로 일하면서 가석방시켜준 윌리 호튼이라는 인물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물고 늘어져 가차없이 인신공격을 퍼부어 댔다.
당시는 지금의 경제문제 이상으로 범죄가 큰 사회문제가 돼 있을 때였다. 듀카키스의 범죄 대처능력을 비난하는 대대적 TV광고를 통해 사회전반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번 선거운동기간에 『해진 타이어로 빙판길을 달리는 듯하던』 부시는 또다시 전가의 보도를 꺼내 휘둘러댔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유권자와 언론 모두가 냉정했다. 부시가 쏟아낸 말들을 언론은 해부하고 유권자는 검증했다. 당한 쪽은 오히려 부시였다. 이란콘트라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을 결정적으로 뒤엎는 증거가 선거전 막판 언론에 의해 터져 나왔다.
그러는 동안 클린턴은 부시의 최대 실정인 경제정책을 공격하고 새로운 미국을 건설한다는 대안을 하나씩 제시했다. 자신의 지난 잘못은 솔직히 시인하면서 과거를 털고 미래의 변화를 일구어 나가자고 역설했다.
선거는 조용한 혁명이다. 미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중상과 비방이 난무하는 추악한 인신공격은 민의에 반한다는 사실을 표로써 증명했다.
탈냉전기의 새시대를 이끌어갈 비전을 제시하기는 커녕 구태의연한 인신공격에만 매달렸던 부시를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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