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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냐 클린턴이냐 누가 당선돼도 변화(미국의 선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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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냐 클린턴이냐 누가 당선돼도 변화(미국의 선택:1)

입력
1992.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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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호자」 대신 “내치우선”으로 선회/증세·정부역할 확대… 무역규제도 강화장장 1년에 걸쳤던 미 대통령선거가 3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미 언론들은 빌 클린턴의 승리를 단언하면서 「변화해야 하는 미국」 「변화할 미국」에 대한 특집물을 대대적으로 게재하고 있다. 설령 부시 현 대통령이 재선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낸다 해도 미국의 국가전략은 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이번 선거전에서는 변화의 요구가 거셌다. 그 변화의 바람은 대외적으로는 철저한 국익우선,국내적으로는 삶의 질를 향상시키라는 방향으로 불고 있다.

상당수 역사학자들은 『이번 선거가 정치행태,국민의식 그리고 시대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할 정도다. 남북전쟁이 노예제도와 연방의 존폐를 판가름짓고 대공황이 정부역할을 확대시켰으며 2차대전이 고립주의에 종지부를 찍었다면,「92 미 대선」은 약화된 미국의 위상을 새로 정립할 역사적 사건이라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변화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

우선 사회전반에서 진보적 사조가 보수주의의 물결을 밀어낼 전망이다. 이는 선거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 전후세대의 부상에 기인한바가 크다. 클린턴이 대권을 잡는다면 권력 중심부터 진보의 기류를 탈 것이고,부시가 수성에 성공한다해도 참모진의 상당수를 전후세대로 채울 수 밖엔 없는 분위기다.

이 전후세대들은 한때 최대 채권국이던 미국이 최대 채무국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면서 자라났기 때문에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이미 관계,회의,언론의 중추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번 상·하의원 선거를 통해 많은 수가 의회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하원의 경우 전체 4백35명중 1백50명 정도가 전후세대로 채워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미국이라는 기치아래 새로운 정책을 선도하고 기성정계의 행동양식도 음양으로 바꿔나갈 것이다.

이같은 진보의 부각과 세대교체는 바로 미국의 축을 이루었던 기존 전제가 변화함을 의미한다. 당연히 정치 경제 사회전반에 대한 개혁조치가 뒤따를 것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세계의 보호자」라는 타이틀을 제쳐두고 『우리의 환부부터 수술하자』는 명제,즉 내치우선의 정책에 손을 댈게 뻔하다. 이 경우 일차적으로 잘못된 정치풍조나 관행이 도마에 오르게 된다.

의회의 입법과정을 좌지우지하는 로비정치에 대한 제약,공룡화돼 신속한 운신이 어려운 행정부 개편 등은 차기 대통령이 확정된후 조만간 나올 정책의 대표적 예이다. 특히 CNN방송 보다 뒤늦게 걸프전 상황을 전했던 행정부 관료체제가 「새로운 시대」의 첫 제물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국익을 외면한채 거액의 자금을 대주는 외국정부나 외국기업을 위해 뛰는 정상배에 대한 수술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들 정치분야 보다는 경제정책에서 이루어질 전망이다. 연간 재정적자가 무려 3천억달러에 이르고 실업률은 갈수록 증가하는 미국경제의 우울한 지표가 바로 변화의 목소리를 키워준 일등 공신이었기 때문이다.

레이건 이래로 채택된 경제정책의 기조는 『가진 자를 더 북돋워 그 잉여가치로 사회전반의 융성을 꾀하자』는 것이었다. 이제는 이 기조는 『가지 자가 좀더 많은 돈을 사회에 내놓고 그 돈으로 건설적인 분야에 투자하자』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

클린턴은 선거공약으로 『연봉 2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보다 많은 세금을 걷고 기업의 지나친 이기적 영업행위에 제한을 가해 공공투자,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활성화하겠다』고 단언했다.

이 노선은 경제저변을 공공히 하겠다는 취지에 입각하고 있으며 부시도 이를 수용하는 징후를 보였다. 부시가 저금리 저세금 정책으로 일관한 지난 4년의 결과는 당초 의도였던 민간부분의 활성화로 나타나지 않고 엄청난 재정적자와 달러가치 하락,저소득층의 어려움으로 마감됐었다.

따라서 증세와 정부의 역할확대는 당선자와 관계없이 향후 미국정책의 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전환에는 만만찮은 시련이 도사리고 있다. 역대 많은 대통령들이 당선후 「이상과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중도포기하곤 했다. 많은 경제문제연구기관들은 93년 초반에 미국은 최악의 경제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고 예측하고 있다. 저명한 경제분석가인 데이비드 블리처는 『미국은 선장 혼자 청소하기엔 너무도 큰 항공모함』이라며 제조분야의 생산성 향상,고용증대 등 경제의 실질측면이 순식간에 나아지기는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결국 새로운 미국경제를 위한 돌파구는 무역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외국시장 개방을 비롯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상품에 대한 규제가 보다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클린턴은 노골적으로 통상법 301조의 사용을 공언하고 있어 그의 당선은 곧 우리와 같은 대미수출 의존도가 큰 나라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그러나 클린턴이건 부시건 경제의 돌파구가 「밖」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든지 간에 국민 개개인의 자각과 인내,그리고 노력을 강조하자는 국민의식 개혁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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