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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인물론이냐 클린턴 쟁점론이냐(미 대선 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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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인물론이냐 클린턴 쟁점론이냐(미 대선 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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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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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1주전부터 판세 대접전 양상/언론·전문가도 “당락 예측불허”클린턴 지지를 공식표명한 뉴욕 타임스의 선거기사는 미국 대통령선거의 막판 접전을 실감하게 만든다.

뉴욕 타임스는 3차 텔레비전 토론후 지난 21일자 1면 기사에서 부시 대통령이 클린턴 주지사를 공격했지만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며칠후 페로 후보의 인기가 상승하고 클린턴 후보의 인기가 그만큼 하락하자 선거전에서 「페로요인」이 미묘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1면 분석기사를 게재했다. 지난 28일 CNN과 갤럽이 공동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2%차로 부시가 클린턴을 추격하자 29일자 1면 톱에서 뉴욕 타임스는 선거전이 접전양상을 보이면서 양후보가 상호 공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의 선거보도 추이는 미국언론들의 선거전망 보도를 잘 대변하는 것 같다. 3차에 걸친 텔레비전 토론 때마다 즉석 여론조사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가능성에 고개를 가로젓던 CNN방송도 역사상 유례없는 접전이 될 것이라고 법석을 떨고 있다.

일주일전만해도 영영 가망이 없어 보이던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들이 월등히 많아졌다. 부시의 끈질긴 추격전을 보고 「다이하드(Diehard)」란 말이 나오고 있다. 결코 무너질 수 없는 완강한 저항을 한다는 뜻이다.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미국 유권자의 심리변동이 분자운동처럼 심한 진폭을 보이는 것을 각종 여론조사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역대 대통령선거를 반추해보면 선거전 일주일이 유권자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기간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투표소에까지 결정을 못하고 가는 유권자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상례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지사중 누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가를 점치는 일은 미국의 전문가들조차 이제 꺼리고 있다. 여론조사가 막상막하인데다 「페로 요인」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로만 본다면 지난주말까지 여전히 클린턴의 우세였다. 특히 미국 대통령선거의 특징인 선거인단 획득전망을 토대로 한 선거지도를 그리면 클린턴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수는 2백70명이다. 부시가 사실상 운동조차 포기할 캘리포니아(54) 뉴욕(33) 일리노이(22) 등 3개주만 합쳐도 1백9명의 선거인단이 클린턴에 떨어진다. 부시가 어렴푸시나마 이길 것으로 예상되는 큰주는 텍사스(32) 풀로리다(25)로 57명이다. 나머지주에서 접전을 벌인다해도 부시가 불리한 입장에 있다.

그러나 부시 당선을 점치는 사람들은 역대선거의 득표율을 조사해보면 현직 대통령이 여론조사 보다는 훨씬 많은 표를 얻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금세기들어 선거에서 현직으로 재선 도전에 실패한 대통령의 평균 득표율이 42%였기 때문에 재직중 실정이 별로 없는 부시가 그 이하로 득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선거를 일주일 남기고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부시 지지율이 40%에 육박한 사실은 부시 지지추세가 전국적인 반등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증거가 될만하다. 특히 지난주 선거전 마지막으로 발표된 상무부의 경제통계가 호전됨으로써 클린턴의 유일한 선거주제인 경제문제가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후보 자질론이 유권자의 마지막 판단기준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당락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페로 요인이다. 현재 지난 주말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17% 정도가 페로 지지자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7월 페로가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페로 지지표는 클린턴 지지표로 흡수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페로가 다시 선거전에 뛰어들어 텔레비전 토론 등에서 선전을 하자 다시 클린턴 지지표를 깍아들기 시작,한때 21% 지지율로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주초 페로가 집중적인 여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줄어들자 부시의 지지율이 이와 거의 비례하여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다. 현재까지는 페로요인이 부시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과연 현재 페로 지지율이 투표소까지 이어질 것인지는 의문이다. 역대 선거에서 처럼 제3후보 득표가 크게 줄어들 경우 양당 후보의 득표균형을 깨버릴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클린턴과 부시중 누가 유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뉴욕=김수종특파원>

◎특징/「약점 공격」 강도따라/후보들 인기도 부심/유권자 심리변동 “심한 진폭”/「페로바람」 불안정도 큰 요인

60년대 세계정치학회를 풍미하던 해럴드 라스키 교수의 「정치학연구서」는 선거를 인물과 쟁점의 선택과정이라고 정의했었다.

지난 2월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로 시작돼 장장 8개월간 논쟁의 연속으로 끌어온 미 대통령선거는 돌아보면 결국 인물과 쟁점의 경쟁과정이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라스키 박사는 인물과 쟁점의 비중을 각각 50%로 잡았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클린턴 민주당 후보측은 인물론을 거의 접어둔채 쟁점에 초점을 맞춰 처음부터 끝까지 부시 행정부의 「경제실패」를 물고 늘어지면서 경제정책의 대안을 제시했다. 대신 부시쪽은 인물론에 보다 큰 중점을 두었다.

징병기피,혼외정사혐의 등 클린턴에 대한 자격시비는 뉴햄프셔 예비선거전부터 「마의 복병」처럼 불쑥불쑥 튀어 나왔었다. 그가 뉴햄프셔 예선에서 송거스,켈리,하킨,브라운 등의 후보를 1월중순까지만 해도 거의 압도적으로 리드하다가 자질론 문제가 튀어 나옴으로써 결국 송거스 전 상원의원에게 밀려 2위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인물론 시비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은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당당히 선출됐다. 뿐만 아니라 후보지명 이후에는 한때 인기도가 60% 지지까지 올라가 단연 난공불락의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클린턴은 부시 행정부의 국가경영 결과가 1920년대의 대공황을 맞은 후버 대통령이래 최악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런 말은 갈아치워야 한다』고 역설했고 그 역설은 위력을 발휘했다. 그는 조지 부시를 조지 허버트 후버 부시라고 비평하기도 했다.

클린턴은 할 말이 많았고 그 때마다 지지자는 늘었다.

미국경제의 불황이 90년 2월이후 계속되고 실업률은 8%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정책·세금정책·실업자대책·보험문제 등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해도 나름대로 논리가 섰다. 클린턴측에는 6명의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를 포함한 탄탄한 경제자문팀도 쟁점론 선거진행에 한몫했다. 이들은 『미국은 투자가 부족하다』 『실업보험의 기간을 늘려야 한다』 『가진 자와 외국기업에 대한 세금을 추징해 적자재정을 메우고 정부투자를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펼쳐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확실히 쟁점토론에 있어서는 신선한 대안을 내놓는 클린턴이 부시를 앞서는듯 했다.

국방,에이즈,환경,낙태,가정휴가법 등 모든 쟁점에서 클린턴은 부시와 다른의견을 제시했다.

1,2,3차 TV토론에서는 주로 이런 쟁점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3차 토론에서 부시는 클린턴의 전력을 거론하면서 『이번 선거는 대통령의 자질문제에 대한 평가』라고 말했다. 반면 클린턴은 『문제는 대통령 자신의 성격이 아니고 대통령직의 성격이 문제되는 것』이고 말하면서 부시의 인물논쟁을 뿌리쳐 버렸다.

그러나 3차 TV토론이 끝나고 무소속 후보인 페로의 인기가 15%선을 넘어서자 다시 부시의 인물론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부시는 『미국이 전쟁에 휩싸여 있을 때 미국을 반역한 이 자를 과연 대통령에 뽑아야 할 것인가. 그는 그의 동료들이 월남전선에서 죽어갈 때 모스크바에서 반전데모를 하고 있었지 않은가』라고 외쳤다.

부시의 인기가 클린턴을 1∼2%로 바짝 추격하면서부터 공화당의 인물위주 캠페인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 4개월간 부시­클린턴 선거전쟁의 흐름을 보면 인물론이 우세하게 거론될 때는 부시가 강해지고 쟁점론이 강하게 부각될 때는 클린턴이 우세한 함수관계가 성립해왔다.

페로의 재출마도 쟁점론과 인물론에 「아전인수」격으로 이용됐다.

클린턴은 페로의 재등장을 부시의 경제정책 실패를 부각시키는 요소로 끌어가려 했다. 대신 부시측은 페로의 보수주의적 성격,해군사관학교 졸업생이 풍기는 애국심 등에 더 관심을 두었다. 여기에다 3후보중 군대를 안간 사람은 클린턴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부시 후보가 상대적으로 쟁점을 덜 부각시키는 이유는 물론 지난 4년동안 여러정책을 이미 선보여 유권자들의 새삼스런 관심을 끌기에는 힘들다는 자체 분석 때문이다.

인물론과 쟁점론이 서로 교차하면서 클린턴,부시의 인기곡선이 꼭같이 부침해온 이번 선거는 막바지에 인물론과 재정론중 어느 쪽이 우세할 것인가에 따라 당선자가 결정될 것이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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