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시타 고노스케(송하행지조)와 도코 도시오(토광민부).일본인들은 2차대전후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만드는데 공헌한 많은 기업인들 중에서 대표적인 인사를 꼽으라면 이 두사람을 서슴지 않고 지목한다. 국민이 이들을 존경하는 것은 그들의 평생 확고한 철학을 갖고 경제와 국가발전을 위해 공헌했으며 사후에도 국민의 사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는 점원에서 출발,수십년간 온갖 신고를 겪으면서 각고의 노력끝에 일본 최대의 가전업체를 육성한 입지전적인 인물이고 도코는 말단 엔지니어로 시작하여 근면성실로 일관,도산직전의 이시카와 지마하리마(석천파마) 중공업과 도시바(동지)를 세계적 수준으로 일으킨 전문경영인이다.
그런데 두사람은 경제와 정치를 보는 눈이 같았다. 경제인은 오직 한길만을 걸어야 하고 특이 한 업종을 개발,발전시키는 일에 전념해야 하며 기업경영의 성패는 인간중시에 달려있다는 생각이다. 또 정치는 나라의 중심이자 근본인 만큼 정치가 혼란해지면 경제가 흔들리고 사회가 병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를 안정시키고 늘 건강하게 하기위한 방법에 대해서는 두사람이 의견을 달리했다.
즉 마쓰시타는 긴 안목을 갖고 장래 정치 경제 사회 등을 이끌 새로운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고 도코는 인재육성도 중요하나 당대의 병든 정치를 방치해서는 안되므로 수시로 정계정치지도자들에게 꾸짖어 각성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어쨌든 마쓰시타가 84세때인 지난 79년 장래의 지도자를 키우기 위해 사재 1백억엔을 쾌척하여 송하경제학교(사단법인 송하경제숙)를 세운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매년 대학·대학원을 졸업한 각분야 전공의 젊은이(28세까지) 30명을 마쓰시타가 직접 면접하여 입학시킨뒤 5년간(특별반 3년) 각계의 석학과 명사들을 특별강사로 하여 대기업 사원과 같은 봉급을 주면서 지도자 교육을 시키는 과정이다.
필자는 몇년전 여야 중진의원들과 같이 동경서 자동차로 1시간40여분 달려 신내천현 지가사키시에 위치한 이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근 1시간동안 학생들과 즉석토론을 하는 동안 그들의 패기에 찬 모습을 보면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공헌하려는 원로 기업인의 집념과 열성을 새삼 되새겨 보았다. 개교 13년이 된 현재 현의원(우리의 시·도의원)까지 나왔으니 앞으로 10∼15년뒤에는 중·참의원과 장관이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도코는 전문경영인직에서 은퇴한뒤 「재계총리」라고 하는 전경련 회장에 취임하면서 정치가 잘못될 때마다 신랄하게 꾸짖어 「정계의 감찰관」이란 별명을 추가했다.
도코는 74년 가울 문예춘추지에 다치바나(입화)가 「다나카 금맥연구」라는 분석기사를 실어 다나카가쿠에이(전중각영) 총리의 금권정치가 일대파문을 일으키자 총리를 찾아가 『기사를 읽고 나라가 걱정돼서 밤새 잠을 못이뤘다. 당신은 총리직을 즉각 내놓은뒤 머리를 깎고 산에 들어가 참회 속죄하라』고 일갈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마쓰시타와 도코에게 언젠가 어느 유력지가 정계진출 의사를 묻자 『정치인과 경제인의 역할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구분되어야 한다』고 나란히 대답하여 눈길을 모은 적이 있다.
국민들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정치참여와 대선출마 여부로 참으로 어지럽고 피곤한 한주일을 보냈다. 결국 그가 「정치불참경제전념」을 선언한 것은 국가적 견지에서 매우 다행스럽고 또 현명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헌법에 있는대로 재벌이라고 정치를 하지말라는 규정은 없다. 국내 굴지의 기업인으로서 김 회장은 그동안 정치쪽을 건너다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판에 박은 지루한 권력장악 다툼만 일삼는 정치인지도자들에 대해,특히 뒷걸음질치는 정치로 경제와 사회가 흔들리고 타격을 받는데 대해 크게 실망하고 20∼30대의 미래지향적인 새얼굴로 정계를 물갈이하고 50대가 중요한 역할을 맡는 등 본격적인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또 같은 재계 출신인 정주영씨가 정치에 뛰어들어 제3당의 기반을 구축한데 대해 자극을 받고 자신감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를 하든 기업을 경영하든 언제나 잊지말아야 할 것은 국민이다. 국민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대다수 국민이 그 얼굴이 그 얼굴인,권력장악에만 열을 올리는 기성정치에 실망하고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재벌을 포함하여 너도나도식으로 정치에 뛰어드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정치가 제구실을 못하고 삐걱거려 나라가 어지러울 때일수록 각계의 지도자들이 자기의 전문적 역할에 더욱 충실해주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에게 권하고자 한다. 진정으로 언젠가 정치의 뜻을 펼칠 결심이라면 5∼10년을 내다보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국가적 기업이 된 대우그룹에 충격과 피해가 없도록 법적·개인적으로 서서히 인연을 정리하고 또 새 사람들을 키우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우리 국민은 언제쯤 마쓰시타나 도코같이 공인의식이 투철한 인물을 만나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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