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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가초프 주중 러시아 대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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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가초프 주중 러시아 대사 인터뷰

입력
1992.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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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방한때 「KAL기」 사과할 것”/북개방 불가피… 내년 대일 수교 가능성/장기적 가치 인정 한·러 경협 지속돼야한국일보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차기 러시아 외무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이고르 로가초프 주중 러시아 대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로가초프 대사는 지난 24일 북경주재 러시아대사관에서 이창주 북방연구소장과 만나 한국일보가 이 소장을 통해 전달한 서면질의에 직접 답변했다.

로가초프 대사는 이 자리에서 『옐친 대통령이 KAL 007기 피격사건에 대해 한국민에게 직접 사과할 것』이라고 말하고 『북한은 내년초 미국과의 국교정상화에 앞서 일본과 수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편집자주>

­귀하가 차기 러시아 외무장관에 기용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향후 한러관계,특히 경협전망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양국은 수교이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옐친 대통령의 방한계획이 별도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러시아는 분명히 한국과 경제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길 원하나 아직 양국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옐친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경제협력의 새로운 방향이 잡히리라 본다. 한국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러시아의 투자가치를 확인하고 경협을 계획대로 추진하길 바란다. 현재 러시아의 경제상황과 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역설적으로 한국의 주요협력 국가가 될 자격이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독일과 프랑스가 러시아의 미래를 평가하는 것을 한국도 참고하길 바란다.

­대한항공기 피격사건의 사과 및 보상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옐친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마무리지으려고 한다. 러시아는 원칙적으로 한국측의 모든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것이며 옐친 대통령의 방한시 한국정부와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할 것이다.

­러시아의 대북한정책에 변화가 있는가.

▲러시아는 구 소련의 대북한 조약과 관계를 승계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도 한러수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러시아와 우호적이고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로부터 수입되는 물자의 경화결제 등 경제협력건이 원만히 타결된 것이 그 증거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러시아보다 중국을 더 중요시했으나 이제는 북한의 대중국,대러시아정책이 차별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러시아 관계를 강화하며 중국을 자극한다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북한의 권력구조는 현 중국의 등소평 골격을 모델로 삼고 있다. 당분간 현 지도부가 주요 국가정책에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의 동북아정세와 국제정치 질서를 고려하면 북한도 조만간 부분적인 개방화 정책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한반도주변 열강들의 남북한 동시수교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북한은 현재 일본 및 미국과의 수교를 추진중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의 대일·대미 수교를 적극 돕는다는 입장이다. 옐친 대통령의 방한때 이 문제가 거론될 것이다. 러시아는 남북한이 주변국가들과 동시 수교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길 원한다. 한반도의 통일은 남북한 당사자가 주도해야 한다. 다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주변국의 상호이해협력이 필요하며 이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은 일치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 러·중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군비증강을 어떻게 보는가.

▲솔직히 일본의 군비증강에 상당한 우려를 가진다. 일본의 방위비가 아시아에서는 선진국으로 통과하는 한국의 1년 국가예산과 맞먹는다. 중국의 군비증강도 원칙적으로는 반대하나 일본의 군비증강이 계속되는한 이에 상응하는 중국의 군비증강을 반대하지 않는다.

­일본과의 최대 현안안 북방 4개섬 문제는 타결 가능성이 있는가.

▲한마디로 러시아는 일본에 일방적으로 반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일본은 러시아와의 관계에 있어 북방 4개섬 문제를 결부시켜서는 안된다. 일본이 경협이나 개혁지원을 안해도 북방 4개섬을 포기할 수 없다. 양국이 역사적·현실적 감각으로 공동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주중 대사로서 중국의 장래를 어떻게 보는가.

▲중국은 지구상에서 공산당이 통치하는 유일한 국가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공산당 통치에 시비거는 나라는 없다.

중국의 개혁이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14대를 통해 중국 개혁파의 전면 부상이 이루어졌다. 이로써 중국 공산당 원로들의 장로정치는 종료됐으며 개혁화 과정은 성공적이라고 판단된다.

러시아가 급격한 전면개방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반면 중국은 기존체제를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개혁화를 진행하고 있다. 만일 중국이 천안문사태 당시 민중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기존체제의 포기를 단행했다면 중국도 러시아와 같은 엄청난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러시아의 보혁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옐친 행정부의 정권 안정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국가 개혁과정에서 보혁갈등은 필연적이다. 급진개혁 정책이 그동안 성공하지 못했으므로 보수파의 주장이 설득력있고 그들의 영향력이 증대된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옐친 행정부의 앞날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정치집단의 협력과 조화에 달려있다. 급진개혁과 보수개혁 세력의 조화로 강한 정부를 만드는데 성공하느냐에 옐친 대통령의 정치생명이 달려있다.<정리=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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