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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데까지 간 부산 신발 도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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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데까지 간 부산 신발 도산(사설)

입력
1992.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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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자리잡은 「기차표」 신발의 진양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국내 5대 메이커의 하나였던 범표신발의 삼화가 부도를 낸데 이어 들려온 진양 폐업소식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특히 이번 폐업은 노사 양측이 더이상 회사운영이 어렵다는데 합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니 신발업계에 불어닥친 최악의 위기와 지역경제가 입고 있는 엄청난 타격의 실상을 절감케 한다.당장 걱정은 그 많은 실직자를 어찌할 것인가이다. 금년들어서 신발업계의 잇단 도산으로 부산지역에서만 1만6천여명의 근로자들이 실직,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중이다. 이들에게 다른 일자리를 구해주고 먹고 살길을 열어줘 연쇄도산의 충격을 조금씩이라도 줄여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당국의 책임이 한층 무거워졌다. 지금처럼 무작정 방치만할게 아니라 특별대책이라도 세워야겠지만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뾰족한 방법도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아울러 신발업계의 위기조짐이 보이기 시작한게 언제인데 그동안 정부나 업계는 뭘 했는지도 묻고 싶다. 후발개도국들의 추격 앞에서 노동집약적인 중·저가품 생산의존이 맞을 막다른 길이 훤히 내다보였는데도 신발업계의 살아남기 방향을 제시·유도·지원하지도 못한채 오늘을 맞기에 이른데는 당국의 원천적인 책임이 크다고 아니할 수 없다.

업계 스스로도 한때 신발업이 섬유제품과 함께 우리 수출드라이브의 첨병역할을 한데 자족한 나머지 자체 브랜드개발이나 품질고급화 및 공장자동화를 이루지 못한채 주문자 상표부착(OEM) 수출방식에만 안주해온데 책임의 일단이 있음도 분명하다.

정부의 무성의를 지적하자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정부가 지난 3월에야 신발업을 산업합리화 업종으로 지정,3년동안 2천억원을 시설개체자금으로 지원해주기로 한 것부터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 그래서 이 자금을 그나마 신청한 업체는 17개사의 99억원이고,실제 지원된 것은 2개업체 4억2천만원 뿐이라고 한다. 당장 부도가 나고 도산하는 마당인데 시설개체자금 지원이 소용이 있겠는가.

다행이 살아남은 업체들에게도 당장 필요한건 운영자금이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당국이 적극 개입,도산으로부터 업체를 구제하고 업계 구조조정을 아울러 유도하는 다각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하겠다.

경쟁에서 뒤떨어진 업종이 사양의 길로 접어드는 것은 엄연한 시장원리이다. 하지만 그로인해 큰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지역경제가 거덜날 지경이면 방치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 신발업종의 인건비 비중이 이미 35∼40% 수준이다. 후발국 업계의 7∼16%에 비해보면 우리 업계의 갈길은 자명하다. 인건비 비중이 줄어들도록 고부가 고유상표 제품을 자동화설비로 만들어내고 세계 고급신발시장 공략에도 더한층 기민하게 대체해야 한다.

국민들도 우리 고유상표는 외면,업계도산을 좌시하면서 비싼 외제상표 신발만 찾는 어리석음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할 것이다. 당국의 빠른 대책과 업계의 분발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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