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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선언에 환호·박수/대우그룹·재계주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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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출마”선언에 환호·박수/대우그룹·재계주변 표정

입력
1992.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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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들 환한표정…“심기일전 계기로 삼자”/“회사 물거품된다”…측근들 읍소가 주효한듯/당국 “재벌과 하기싫은 싸움 안하게 돼 다행”29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대선 불출마선언이 나오자 대우그룹들은 물론 각 재벌그룹 등 재계와 금융계·경제부처 등 그동안 출마쇼크에 빠져있던 관계자들은 대부분 천만다행이라고 안도의 표정을 보이면서 현명한 선택이라고 환영했다.

커다란 동요가 일었던 대우그룹은 평온을 되찾았고 금융제재 등을 준비하는라 부산했던 정부·금융기관 등도 대우그룹 조사 파견요원을 철수시키는 등 정상을 회복했다.

○…회장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대우그룹 임직원들은 이날 불출마 발표가 나오자 환호와 박수로 환영하면서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

임직원들은 마치 심한 홍역을 치르고 건강을 되찾은 사람처럼 환한 표정을 지었으나 한편으론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어리둥절한 모습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회장에게 불출마를 진언한 것으로 알려진 윤영석(주)대우사장 등 대다수 최고 경영진들은 『회장이 결국은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반기며 『이번 일이 경영의 심기일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것』이라고 장담.

한편 일부 출마지지파들은 『회장이 정치개혁에 나서는데 일조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다소 허탈해 하는 표정들이었다.

이날 서울 남대문 대우빌딩 사무실에는 주식투자를 비롯해 일반시민들로 부터 『잘 됐다. 이제는 기업에만 전념해 달라』는 격려전화와 『잔뜩 기대했는데 실망했다』는 핀잔성 전화가 엇갈리며 쇄도한 가운데 임직원들은 그동안 어수선한 분위기로 미뤄온 업무를 챙기느라 외부전화를 받느라 눈코뜰새 없이 분주했다.

○…김 회장의 불출마가 결정된 이날 상오 대우그룹은 김 회장주재로 계열사 사장단회의가 긴급히 소집되는 등 긴박한 움직임.

김 회장의 결심은 28일 밤에서 29일 새벽 사이에 굳어진 것으로 관측되는데 28일 저녁까지만 해도 측근인 윤영석(주)대우사장조차 『회장이 출마키로 한것 같다』고 전망했었다. 그래서 발표당일 상오 사장단회의가 열릴때까지도 출마결정설이 지배적 분위기였다.

그러나 회의가 끝나면서 사태가 반전,기조실고위 간부가 발표 1시간을 앞두고 부랴부랴 발표문 작성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김우중회장이 불출마를 결심하는데는 정치적 장애가 결정적 요인이었지만 부인 정희자씨(동우개발회장) 등 가족들과 그룹내 일부측근들의 집요한 만류도 적지않게 작용했다는 후문. 여기에 회장자신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 그룹 전체가 크게 동요하고 사내 여론이 악화,김 회장에게 상당한 부담을 줬다는 것.

관계자에 따르면 부인 정씨와 사돈인 김준성(주)대우회장,형제들과 친인척 대부분이 『정치에 나서면 평생을 피땀흘려 일궈놓은 회사가 물거품이 된다』며 불출마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내에서도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는데 특히 김 회장의 경기고후배인 윤영석(주)대우사장 등 몇몇 사장급 핵심측근들은 김 회장이 출마쪽으로 거의 결심이 굳어진 것으로 비춰졌던 28일 상오까지도 비장한 심정으로 읍소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앞서 회장출마설이 처음 터져나온 지난주 그룹사장단 회의에서도 참석자 대부분이 김 회장에게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 『그룹의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며 은연중 참여만류의 분위기를 조성해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반해 평소 회장의 정치개혁론에 앞장섰던 극소수의 신진간부들은 『회장의 정계진출이 오히려 그룹의 난국을 돌파하는 국면전환의 전기가 될수도 있다』며 지지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김우중회장은 이날 불출마선언을 한뒤 힐튼호텔에서 점심시간에 일부측근을 소집,불출마 배경 등에 관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고 참석자들을 격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불출마를 결심한것은 외압때문이 아니고 순전히 자신의 판단에 의한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는 것.

김 회장은 일부 정부당국이나 정치권에서 출마와 관련해 여러차례 『제발 참아달라』는 전화 등을 받은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분명히 압력이 아니라 호소와 부탁이었다고 해명하며 자신이 불출마 결심을 한것은 신당이 개혁의지가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김 회장은 또 그동안 언론 보도에 관해서도 언급했는데 특히 대우그룹의 경영이 부실해 회장이 정치에 나서는데 발목을 잡고 있다는 보도 내용이 가장 유감스러웠다며 관계자에게 재무구조 등에 관한 왜곡된 사실을 적극적으로 바로 잡도록 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이날 저녁에는 계열사사장 등 그룹고위 경영진들과 식사를 나누며 그간의 경위와 배경설명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회장은 30일 업무차 파키스탄으로 출국할 예정.

○…한편 전경련과 각 재벌그룹 등 재계는 김 회장 출마설로 그동안 우려됐던 경제적 충격과 혼란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반기는 분위기가 지배적.

전경련관계자는 제 2의 정주영이 나와 재벌이미지가 극도로 악화될 것을 걱정했는데 다행이라며 김 회장이 앞으로 기업과 재계활동에만 전념해 주기를 당부.

○…경제부처가 몰려있는 과천 정부청사에서도 『잘 생각한 결정』이라며 환영하는 반응을.

경제부처의 한 고위 공무원은 재벌총수가 정치판에 뛰어들면 경제부처가 곤란한 입장에 빠져드는 일이 한둘이 아니라며 김 회장이 큰 부담을 덜어줬다는 안도감을 표시하기도.

대우그룹에 대한 금융제재설로 난처한 입장에 빠졌던 재무부관계자는 『여차하면 제재작업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게 사실』이라며 정주영씨때와 같은 재벌과의 하기 싫은 싸움을 안하게 돼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용만 재무장관은 이날 아침 김 회장의 발표가 나오기전에 기자들에게 『아마 나오지 않을걸』이라고 자신있게 말해 사전에 불출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느낌.

○…은행·증권사 등 금융가에서도 환영일색의 분위기.

김 회장 출마로 대우그룹의 자금사정에 경색이 일어날까봐 사실상 비상태세에 들어갔던 은행감독원과 거래은행들은 불출마선언이 나오자 김 회장 보유주식의 추가담보 설정 등 채권 확보작업을 중지하고 대우그룹에 파견했던 조사직원들에게 철수지시를 내리는 등 다시 정상을 회복.

이날 주가는 개장직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상오 10시 50분께 불출마발표가 곧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폭등세로 돌변,연이틀 전종목 하한가를 기록했던 대우주식은 모두가 상한가로 치솟았다.<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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