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혁대결 노골화… 국민지지도 급랭/관망세 중도파 “개혁관료 퇴진” 요구러시아의 정정이 보혁대결이 노골화되면서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보수파 우위의 의회는 옐친 정부의 붕괴를 노리고 개혁파 정부는 비상사태 선포까지 고려하는 등 일전불사의 형국이다.
보수파가 장악하고 있는 의회 지도부는 27일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이즈베스티야지를 접수하기 위해 자체 경찰병력을 파견,정부의 권위에 정면 도전했다.
옐친도 이에 맞서 의회 경비대의 해산령을 선포하고 막 출범한 보수세력의 「구국전선」을 불법화하는 등 강공책을 펴고 있다.
안정된 정치체제에서는 볼 수 없는 이같은 힘겨루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회는 줄곧 옐친의 개혁정책을 비난하며 개혁파 각료의 해임을 요구하고 지난 21일에는 보수세력 일색인 인민대표대회를 오는 12월1일 개최키로 의결했다. 인민대표대회의 지도자들은 『대회가 개막되면 현 정부의 퇴진을 최저 목표로 삼겠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에 대회 개최여부가 보혁대결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
옐친의 개혁파 측근인 부르불리스 국무장관,추바이스 민영화장관,코지레프 외무장관 등은 『보수세력이 인민대표대회를 통해 합법적인 쿠데타를 획책하고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또 하스블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이 5천명의 의회 경비대를 주축으로 무력 쿠데타를 감행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다분히 개혁파간의 단결과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정치선전 성격이 강하지만 보수파의 공세가 위협적 수준에 이르렀다는 생생한 증좌이기도 했다.
이같은 사태진전에 대해 주요 외신들은 낙관과 비관론으로 엇갈라고 있지만,정치상황이 이미 권력투쟁 단계에 접어들어 멀지않은 장래에 타협이든 전면전이든 어떤 결말을 보게 될 것이라는데는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옐친이 과연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또 그의 개혁정책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러시아 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옐친은 어떤 형태로든 보수파에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인플레 1천%의 생활고로 상징되는 개혁정책의 실패,국민의 대정부 지지도 추락으로 대중정치를 구사해온 옐친은 정치적 기반을 상당부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동안 관망자세를 보이던 루츠코이 부통령 등 중도파도 『러시아가 정치·경제적 쓰레기더미로 변했다』며 개혁관료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권력주변의 누수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국민지지 추락,권력주변의 동요는 결국 권력상실로 이어진다는 역사적 예증에 비추어본다면,옐친은 생존을 위한 궤도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옐친을 대신할만한 인물이 없는데다,보수파가 개혁정책을 대신할 국가경영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 구도가 크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실제 러시아 국민들이 옐친 정부를 비난하면서도 보수파가 주도한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보수파를 대체세력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옐친이 권력투쟁에 있어서 만큼은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보수파에 대한 정면승부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향후 러시아 정국은 상당기간동안 보혁세력간에 견제와 음모가 계속되는 불확실성 속에 놓이게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옐친이 보수파 일부를 권력구조에 끌어들이는 타협책을 택할 수도 있지만 의회 기능정지 등의 전면전을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변수는 경제상황,국민여론,군부나 군산복합체 등 힘있는 세력 등의 향배라고 볼 수 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