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학생과 만나며 이념허구성 깨달아/신학 전공한뒤 북 선교 희망북한 당국의 소환명령을 거부,지난 5월 모스크바 한인침례교회 이철수목사(36)의 아파트에 피신한뒤 러시아에 정치적 망명을 했던 북한유학생 김명세씨(31·모스크바대 물리학부 박사과정)가 28일 낮 12시10분 신학공부를 위해 아에로플로트 599편기로 서울에 왔다.
김씨는 김포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스크바의 한국유학생과 자주 접촉하면서 같은 동포를 적으로 만드는 이념의 허구성을 깨닫게돼 새 삶을 찾기로 결심했다』고 망명동기를 밝혔다. 김씨는 또 동구의 변화와 한국언론의 자유로운 정부비판도 망명을 결행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 펴온 한경직목사의 템플턴상 수상소식을 계기로 종교에 관심을 갖게된 김씨는 이 목사의 집에 피신해 있는 동안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신앙을 갖게 됐으며 체계적 이론공부를 위해 서울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울에서 일정한 적응기간을 가진뒤 진학할 대학을 결정할 계획이다.
김씨는 신학공부를 마치면 북한에 복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김씨는 87년 9월부터 모스크바대에 유학하던중 한국유학생 접촉사실을 보고하지 않아 북한당국으로부터 소환명령을 받고 불응,지난해 10월부터 친구집에서 도피생활을 해왔다.
김씨는 특히 지난 5월5일 미행하는 동료 유학생을 따돌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이 목사집에 피신한뒤 러시아 고려인협회를 통해 옐친 대통령에게 정치적 망명을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다. 북한은 김씨를 절도범으로 몰아 러시아 검찰에 범인 인도협정에 따른 신병인도를 요구했으나 러시아측이 『증거가 없다』며 거부하고 지난 6월15일 정치적 망명을 허용했었다.
김씨는 전 북한 사회안전부 간부출신인 아버지 김충형씨(62)의 3남2녀중 장남으로 평양에서 태어나 김일성대 물리학과를 최우등생으로 졸업하고 지난 87년 9월 모스크바대에 유학을 갔다.
현재 평양에는 설계원인 부인 박운희씨(28)와 아들 1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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