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의 물결을 타고 외국의 사치품과 저질품이 분간없이 쏟아져 들어오더니,대중문화의 유입도 빨라지고 있다. 일시의 유행쯤으로는 가볍게 넘겨버릴 상황이 아니다.꼭 개방압력에 대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외래」의 도입은 반드시 조절기능이 따라야 하고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외국의 것이라면 무턱대고 선망하며 받아들이는 무분별한 시련과 고통을 자초함이나 마찬가지다. 대중문화예술의 경우가 더욱 그러하다. 그것은 곧바로 우리의 사고력과 정신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비록 극히 부분적인 현상이라고 하지만 요즘 「일본풍」이 알게 모르게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엄연한 사실이다. 섣부른 유행과 모방의 차원을 넘어서지 않았나 하는 절박한 느낌이 든다. 그 단적인 실례로 일본 연예인의 누드 사진집이 국내에서 출간되어 특히 청소년층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에서 크게 히트했다는 이 누드 사진집은 국내 출판사가 판권계약을 하고 서점가에 내놓자 불티나듯 팔려 초판이 매진되었다고 한다. 가격도 일반서적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데 그렇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예술로서의 누드사진이 음화나 외설과 마땅히 구별되어야 한다는 정설에 의문이나 이의를 제기할 이유는 물론 없다. 적나라한 육체의 아름다움이 사진예술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은 이미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외설과 예술의 한계가 어디냐는 아직도 미결의 숙제임도 알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누드 사진집이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따질 생각은 없다. 예술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우려할바가 있음을 심각하게 지적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네 형편에 일본의 누드까지 돈을 써서 끌어들여야 하는가,심한 저항감을 뿌리치기 어렵다. 일본문화 특히 저급 문화예술의 유입에 대해 아직 경계심을 풀 단계가 아님이 국민의 합의라고 믿기에 그렇다.
무엇보다 청소년층,그중에서도 의식의 성숙이 미진한 10대에 미칠 악영향은 세심한 배려가 있어 마땅한 일이다. 사소한 자극에도 민감한 세대에 대담한 누드사진이 직접 비칠 것을 생각하면 어물쩡 넘어갈 일이 아님은 너무나도 명백해진다. 그렇찮아도 10대의 성범죄가 격증하는 현상인데 기름에 불을 던지는 것과 다름이 무엇인가.
출판계의 지나친 상업성과 저질문화의 마구잡이 유입은 결국 우리 자신을 병들게 하는 독소임을 알아야 한다. 「그까짓 누드사진 쯤이야…」하고 그냥 지나칠 일이 못된다. 예술의 상품화엔 반드시 한계가 그어져야 한다. 영혼이라도 팔아 먹으려는 상혼은 문화예술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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