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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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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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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위나 신분에 나아가기를 바라는 사람을 후보자라고 한다. 지금 같아선 대권을 노리는 대통령후보자가 열손가락을 채울 것 같다. 정당의 공천을 받았거나 스스로 구국의 결단을 내렸다는 후보예상자가 벌써 8명이나 된다.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개탄이 계속되어도 선거철만 되면 인재가 쏟아져 나오는게 우리의 정치풍토이다. ◆후보자들의 출사표는 한결같이 장미빛으로 물들어있다. 누가 당선되어도 국태민안이 완전하게 보장될 것만 같다. 정치안정 경제번영 사회정의를 모두 약속한다. 한마디로 그동안 묵은 체증을 한꺼번에 확 뚫어주겠다는 청사진이 자뭇 화려하기까지 하다. 단 한가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장미빛 청사진은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딴 후보가 되면 나라가 당장 흔들릴듯이 엄포를 놓는다. ◆이러니 정책대결은 허공에 맴돈다. 속을 뒤집어 보면 정책이 아닌 독선의 대결이나 다름없다. 선거전도 일종의 싸움이니 상대방의 흠집을 긁어내리는 버릇을 아주 없애기는 어려운 노릇일 것이다. 선진 민주정치를 자랑하는 나라의 선거에서도 인신공격이 나오기 일쑤고 과오와 실수가 엿보이면 물고 늘어지게 마련이다. 그래도 큰 줄기는 정책의 차이로 드러난다. ◆후보가 난립하고 도토리 키재기 같은 선거전이 슬슬 진행되니까 한표의 향방은 더욱 아리송하게 되었다. 객관식 시험문제를 앞에 놓은 수험생의 입장이 연상된다. 4지선다형 문제를 놓고 ○× 표시로 점을 치자니 연필이나 굴려보고 정답을 맞힐까. 설사 답을 맞혀도 이것이 실력일수가 없음은 뻔한 이치다. ◆각 정당과 정치인들의 과제는 어수선한 문제들을 간추려 주는 작업이다. 한국병 치유,화합의 정치,경제대통령과 같은 구호의 이미가 실제 무엇을 포장하고 있는지 선명하게 밝혀줌이 필요하다. 여기서 이말,저기서 딴 말을 산만하게 던지면 갈피를 못잡는다. 이러다간 무관심만 불러일으킨다. 자칫 당락보다 기권율에 관심이 쏠리면 더욱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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