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 동의 “정책대결장돼야”/민자/자신감속 “정치 선진화 기여”/민주/“인지도제고” 자유토론 주장/국민사실상의 대선전이 점화됨에 따라 민자 민주 국민 등 주요 정당은 대중유세와 별도로 「안방유세」격인 TV토론 대비에 부심하고 있다. 대통령선거법상 후보간 TV토론 제도는 지난 87년 대선때 처음 도입됐으나 후보진영의 이해가 민감하게 엇갈려 결국은 실현되지 못했었다. 미국의 대선서 입증됐듯이 TV토론의 효과와 위력이 대단함을 의식한 각 후보진영이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토론방식을 고집,「후보자간 협의」를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같은 신경전이 재연될 경우 TV토론이 사문화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선거법 협상서 각당이 토론시간을 현행 40분에서 2시간으로 늘리기로 합의한바 있고 자칫 TV토론을 기피하는 인상을 줄 경우 큰 감표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각 후보는 나름의 계산에 입각,원칙적인 수용자세를 보이고 있다.
현행 대선법에는 「방송시설을 이용한 대담·토론」(44조)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고 「대담·토론」은 후보자와 후보자가 지명한 연설원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돼있다.
또 이같은 「대담·토론」은 방송국이 주관해 개최하되 이를 위해선 정당 또는 후보자와 협의해 결정토록 돼있다.
그러나 이같은 원칙적 언급외에 구체적 토론방식,참가자,진행방법 등에 대한 각당의 협의는 현재까지 전무한 상태이다.
따라서 TV토론의 구체적 방식과 운영방법이 선거전의 또다른 쟁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민자◁
민자당은 TV토론이 대중집회의 폐해를 극복하고 후보자의 정견 및 소속정당의 정강·정책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TV토론 개최에 대한 민자당의 입장은 김영삼총재 자신부터 여러차례 밝혔듯이 긍정적이다. 운영의 묘를 살리기만 한다면 선거문화를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안방유세」가 전반적인 선거분위기를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유도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은 TV토론이 결과적으로 이같은 순기능만을 발휘하게 될 수 있겠는가에 대해 깊이 유의하고 있다. 예컨대 본연의 목적과 본질적 내용이 도외시된채 지나치게 인기발언 위주로 흐르게 되다보면 유권자의 선거의식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민자당의 TV토론에 대한 입장이 타당에 비해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비쳐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방한했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은 김 총재와 만나 『TV토론은 후보자의 실수를 기다리는 제도에 불과하다』면서 『서구의 많은 국가들도 이 방식의 문제점을 인정,활용의 재고를 검토중』이라는 조언을 덧붙였다고 한다. 즉 TV 화면을 통한 유세는 「허구창출의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적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는게 대처 전 수상의 지적인 셈이다.
박관용 홍보대책위원장은 이에 대해 『TV토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참여한다는 입장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마치 TV가 선거를 전적으로 주도해 치르는 양상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특히 미국의 선거문화와 유권자 의식수준을 우리의 경우에 곧바로 대입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덧붙인다.
때문에 민자당은 우리 실정에 맞는 TV토론방식을 채택하기 위한 실무선의 협의가 선행되야 하며 이 경우 후보자와 각당 선대위원장간의 토론을 병행 개최해 명실공히 정책대결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민주◁
민주당은 대통령후보간의 TV토론회를 제도화하자는 주장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민주당이 TV토론회에 적극적인 것은 우선 김대중대표가 토론에 능하다는 점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김 대표는 현역 정치인중 「말」에 관한 첫째자리를 다투어 왔고 특히 논리성과 임기응변을 동시에 요하는 토론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랫동안의 탄탄한 독서로 뒷받침된 그의 지식은 다방면에 걸쳐있어 어떤 주제라도 일단 던져지기만 하면 정확한 수치와 인용,예증을 통해 듣는 이들의 찬탄을 자아내기에 족하다.
김 대표의 국가관리능력을 부각하는 것이 대선승리의 중요한 변수라고 판단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후보의 「남다른」 자질을 빛낼 수 있는 TV토론회를 앞장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TV토론회의 제도화를 주장하는 논거는 단순히 김 대표의 능란한 토론솜씨 때문만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같은 제도화가 선거풍토의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즉 민주정치의 근간은 공개적인 토론문화의 활성화이며 이를 위해 정치권이 앞장서 공개토론에 적극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자금과 조직면에서 상대적 열세에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현장유세 대신 TV토론을 택하면 선거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는 주장도 곁들이고 있다. 이와함께 대규모 군중집회가 이미 유세양식으로는 낡은 것이 돼버렸다는 점,후보간의 공방을 직접 대할 때 정치무관심도 상당부분 치유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주장한다.
이처럼 백익무해한 제도가 갖춰지지 않는 유일한 이유를 민주당은 「김영삼 민자당 총재의 토론기피증」에서 찾고 있으며 끝내 불발할 경우 이 사실 자체를 YS 공격수단의 하나로 삼겠다는 입장이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국민◁
국민당은 지난 15일 정주영대표의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3당 대통령후보의 TV토론을 공식 제의했을 만큼 TV토론에 적극적이다.
정 대표는 당시 연설에서 TV토론 제의의 배경을 『소모적 쟁점이 아닌 생산적 정치를 실천한다는 의미에서』라고 밝혔다.
이와관련,윤영탁 정책위 의장은 22일 『이제는 대통령후보들이 국민앞에 직접 나서서 자신을 노출시켜야 한다』면서 『특정후보의 유·불리 차원을 넘어 유권자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당은 이처럼 명분론에 입각해 TV토론을 주장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이 방식이 정 대표에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국민당은 양김씨에 비해 정 대표의 실상이 유권자들에게 아직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상품은 좋으나 포장이 잘못돼 있다는 것이 국민당측의 주장이다.
국민당측은 따라서 TV토론에서 후보들의 생각이 투명하게 노출될 경우 정 대표의 득표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정 대표가 원고읽기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토론식 대화에서는 임기응변과 함께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는게 국민당의 주장이다.
이같은 판단아래 국민당은 토론방식에 있어서도 미국식의 완전한 자유토론을 상정하고 있다. 남이 써준 원고에 의존하는 모양만의 토론의 아니라 특정주제에 대해 즉석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 참가범위에 대해서는 교섭단체 구성정당의 대통령후보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느정도 정치적 세력을 결집한 후보들간의 토론이라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당은 또 민자당측이 토론에 반대할 경우 이를 선거쟁점화시켜 공세를 취한뒤 민주·국민당만의 TV토론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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