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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반도체 고율 덤핑판정/최고 87.4%나… 수출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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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반도체 고율 덤핑판정/최고 87.4%나… 수출 치명타

입력
1992.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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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훨씬 웃도는 「미진율」 매겨/정부,대책비상 가격 자율조정협정 추진/내년 3월6일 이전에 최종 판정미 상무부가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 최고 87.4%의 잠정 덤핑판정을 내려 반도체수출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평균 61.88%의 덤핑마진율에 해당하는 예치금을 내고서는 수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최종 판정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미국의 고율 덤핑판정에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대책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22일(한국시간) 한국 반도체 3사의 D램 품목에 대한 덤핑 예비판정에서 평균 덤핑마진율이 61.88%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업체별 덤핑마진율은 삼성전자가 87.4%,금성일렉트론이 52.41%,현대전자가 5.90%로 당초 한국업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상무부의 덤핑조사는 지난 4월 미 반도체 메이커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의 제소에 따라 1메가D램 이상 품목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내년 3월6일 이전에 최종 덤핑판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같은 예상보다 높은 미 상무부의 덤핑판정과 관련,정부와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반도체 3사 사장단과 반도체협회 부회장 등은 22일 하오 한봉수 상공부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모임에서 정부와 반도체업계는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제소회사의 자료를 토대로 터무니없이 높은 덤핑판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오는 11월 이후에 있을 현지실사때 충분한 근거자료를 제시,공정한 최종판정이 내려지도록 노력하는 한편 다른제품에 대한 추가적인 반덤핑제소를 사전에 예방하기위해 미일 반도체협정의 골간인 가격자율조정협정(suspension agreement)의 체결을 추진키로 했다. 이 협정은 맺으면 가격을 자율조정하되 분기별로 가격산정 자료를 미국에 제출하게 된다.

정부와 업계는 장기적으로 선진국 반도체업계와의 마찰을 피하기위해 반도체의 공동개발 및 공동판매 등 전략적 제휴관계를 모색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업계는 미국의 컴퓨터업체 등 국산 반도체 수요업체와 장비수출업체를 대상으로 높은 덤핑마진이 미국경제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최종 덤핑판정때 낮은 마진율이 나오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기로 했다.

◎해설/반도체산업 벼랑끝에 섰다/평균관세 62%… 출혈수출 엄두도 못낼판/점유율 급신장에 “미·일등 공조로 족쇄”설

숨막히는 세계 반도체전쟁에서 한국이 패잔병으로 몰락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수출주력 품목으로 급부상한 반도체가 미국 상무부로부터 고율의 잠정 덤핑관세를 맞음으로써 반도체 수출이 전면 중단될 위기를 맞았다.

뒤늦게 반도체산업에 뛰어들어 짧은 시간에 성공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따라붙은 국내 반도체산업은 우리 산업의 구조고도화는 물론 수출의 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하는 주력 전략 수출산업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던터에 지난 9월 EC(유럽공동체)로부터 10.1%의 잠정 덤핑관세를 맞은데 이어 최대의 수출시장인 미국으로부터도 고율의 덤핑관세 부과결정을 받음으로써 당장 반도체의 수출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반도체산업의 침체가 우리나라 산업전반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당장 22일부터 미국 세관을 통관하는 우리 반도체는 덤핑관세를 예치하지 않으면 수출을 할 수 없으며 예치한 덤핑관세를 되돌려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내년 3월6일 이전에 결정될 최종덤핑 판정에서 덤핑마진율이 잠정덤핑 마진율보다 낮아질 것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균 61.88%의 덤핑관세를 내면서까지 수출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설사 최종 덤핑마진율이 다소 낮아진다 해도 적자수출을 면할 수 없어 우리 반도체산업 자체가 고사할 가능성도 없지않다는 것이 정부와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껏해야 4∼5%의 덤핑마진율을 받을 것으로 예상,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던 국내 반도체업계는 최고 87.4%의 덤핑마진율이 졀정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나름대로 배경분석을 하고있다. 미 상무부가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 높은 덤핑마진율을 내린데 대해 ▲국내업체의 원가계산 자료를 제쳐두고 제소회사인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사의 제소내용을 그대로 인정했고 ▲미국시장에서의 한국산 반도체의 점유율 증가를 우려한 일본업체의 입김이 작용했으며 ▲미국의 대통령선거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있다.

사실 국산 반도체는 최근 몇년 사이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이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D램의 미국시장 규모는 26억1백만달러로 이중 일본업체의 점유율이 52.3%에 달했고 미국이 26.8%,다음으로 한국이 19.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업체별로는 일본의 도시바가 14.6%를 보였고 삼성전자가 13.9%의 점유율로 바짝 뒤쫓았는데 올해는 역전돼 삼성전자가 도시바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산반도체의 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지난 85년부터 시작된 미일 반도체 전쟁이후 일본의 반도체업체가 가격과 물량 등을 자율규제한 영향도 없지않다. 이번에 국산 반도체에 고율의 덤핑마진율이 내려진 것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 한국산 반도체의 수입물량이 급증하자 협력분위기에 있던 미일 반도체업체가 한국의 「무임승차」를 방관할 수 없다며 미 상무부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관련업계는 EC가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 덤핑판정을 내린데 이어 미국이 고율의 덤핑판정을 내린 것은 이른바 반도체 신생국인 한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공동전략의 일환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어쨌든 한국산 반도체는 수출시장에서 족쇄가 채워졌고 앞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EC와는 가격자율 규제쪽으로 협상을 진행,희망이 보이고 있으나 미국은 내달 있을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협상파트너가 바뀌게 돼있어 어떤 방식의 협상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없는 형편이라 정부와 업계 모두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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