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례의 TV토론에서 클린턴이 승리함에 따라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클린턴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물론 미 대통령선거가 아직도 보름 가량 남아있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역전시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당이 다음 정권을 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동서냉전이 종식됨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 외교와 안보 부문에서 부시 대통령의 경험과 지식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시 되는 것은 역사가 만든 하나의 아이러니이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이룬 동서냉전의 종식이라는 업적 때문에 클린턴에 대한 비교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의 관심은 외교 안보보다는 경제문제에 모아지고 있으며 냉전이 종식된 21세기를 누가 더 잘 이끌어 나갈 것인가가 대통령을 뽑는 판단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20여년간 카터 행정부 4년을 빼고는 공화당이 쭉 집권해 왔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는 민주당 경제정책에 대해 소홀히 대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하에서 집권이 예상되는 민주당 경제정책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 경제정책이 우리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경제정책을 수립해 나아가는데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클린턴은 그의 경제정책에서 인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putting people first)을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을 가중 중요시
한 나라의 장래는 사람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인간을 중요시 한다는 점에서 올해 인간자본(human capital)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베커 교수와 매우 흡사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미국 경제를 보는 시각에서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후보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경제는 기초가 튼튼하다고 본다. 따라서 정부는 가능한 한 간섭을 줄이고 시장 경제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믿으며 일시적인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조세감면,저금리정책 그리고 행정규제 완화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에 클린턴 후보는 미국 경제가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클린턴 후보는 미국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공 및 민간투자를 확대하면서 산업정책을 적극 사용할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클린턴 후보는 국제간 경쟁에 적극 대처하고 인간에 투자하는 국가경제전략없이는 경제성장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본다. 그는 미래에 대한 비전,경제 리더십 그리고 경제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고소득층에 세금 중과
미국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클린턴 후보는 고소득층과 번창하는 외국기업에 세금을 중과하고 국방비를 대폭 삭감할 것을 내세우고 있다.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가운데에서도 경제의 범세계화로 가장 혜택을 보고있는 고소득층이 공평한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인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에서,클린턴은 무엇보다도 교육개혁을 강조하면서 이를 산업정책과 연결시키고 있다. 클린턴의 교육정책의 핵심은 평생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인간자본의 질을 높이고 국제경쟁력을 기르는 것이다.
클린턴의 통상정책을 보면,기본적으로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 고용증대를 위한 수출 촉진정책과 불공정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불공정무역에 대한 보복조치를 규정한 「슈퍼 301조」 강화를 주장하고 대외경제 정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 대통령 직속의 경제안보회의를 신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어 이와같은 국가경제 전략이나 통상정책이 채택되면,블록화 시대에 그만큼 국가간 경제마찰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의 연내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미일간 경제마찰이 심화되면서 그 여파가 우리에게도 크게 미칠 것이다. 한미통상마찰과 미국의 개방압력이 한층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클린턴은 또한 보다 엄격한 환경관련 규제를 생각하고 있으므로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규모 국방비 삭감이 이루어지면 주한미군의 추가적인 철수가 있거나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한국측 부담이 증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마찰 심화 가능성
우리는 클린턴 노믹스(클린턴의 경제학)에서 미국 신세대의 새로운 경제적 사고를 접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경제정책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지금 중국에서는 양상곤주석 등 원로급 7인이 퇴진하고,일본에서도 가네마루가 정계에서 은퇴,지도층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같은 지도층의 변화는 앞으로 이들 국가들의 경제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도 장기 경제전략을 세우고 이와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할 때이다. 우리에게도 이제 대외 경제정책을 조정,통괄할 경제안보회의 같은 조직이 필요할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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