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계의 막후실력자인 가네마루신(김환신) 전 자민당 부총재가 의원직을 사임,정계를 은퇴한 사건은 우리에게도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나카소네(중증강홍)→다케시타(죽하등)→우노(우야종우)→가이후(해분준수)→미야자와(궁택희일) 등 5개 정권의 창출에 음양으로 간여해온 가네마루의 퇴진은 일본 정계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을뿐 아니라 일본 금권정치의 퇴장을 예감하게 하는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37년동안 장기집권을 누려온 일본의 집권자민당은 리크루트 사건에 이어,사가와규빈(좌천급편) 의혹사건에 휘말려 휘청거리고 있으며 파벌간의 암투가 격화되어 일본정계 전체를 심각한 혼미에 빠뜨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계의 거목인 가네마루의 퇴장은 그동안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다케시타파를 움직여온 가네마루다케시타오자와(소택일랑) 축의 와해를 뜻한다.
이에따라 강력한 반오자와 라인인 가지야마(미산정육) 국회대책위원장하시모토(교본용태랑)오부치(소연혜삼) 전 간사장 등 연합세력이 등장했다. 다케시타파는 오부치 전 간사장을 자파회장으로 밀고 있는 반오자와 진영과 하타(우전자) 대장상을 내세우고 있는 오자와 진영간의 격돌로 자칫하면 파벌의 재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일본의 집권자민당은 5대 파벌이 이합집산하면서 그중 3개 파벌이 뭉쳐서 주류를 형성하고 나머지 두 파벌은 비주류로 남아 비판세력으로 견제역할을 해왔다. 각 파벌의 보스는 정치자금을 끌어 모아 소속의원들에게 선거자금을 염출해주고 당과 내각의 요직을 배당해주는 대신 파벌의 소속의원들은 총재공선에서 보스를 총리로 추대하는 「당중당」의 기능을 해왔다.
이처럼 파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정치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금권정치가 불가피하다. 록히드 사건으로 구속,기소됐던 다나카(전중각영) 전 총리도 정치자금을 염출하기 위해 검은 돈을 받다가 권좌에서 쫓겨났고 다세키타 전 총리도 리크루트 사건이라는 검은 돈에 연루돼 퇴진했으며 이번의 가네마루도 정치자금을 둘러싼 스캔들이라는 점에서 같다. 이처럼 일본 자민당의 파벌정치는 금권정치를,금권정치는 다시 정경유착에 의한 부패구조를 정립시켜온 독특한 구조를 지니는 것이다.
어쨌든 가네마루를 중심으로한 다케시타파에 국회와 당운영을 전적으로 의존해온 미야자와(궁택희일) 정권은 가네마루의 퇴진으로 정권의 기반을 상실케 됐으며 이같은 취약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안팎의 관심거리다. 특히 파벌해체와 현행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의 선거법 개정 등 금권정치 종식을 위한 광범한 정치개혁 압력에 미야자와 정권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이점은 정치지도자들마다 「깨끗한 정치」를 외치고 있으나 그 실천의지는 전혀없는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 정치풍토를 위한 타산지석이기도 하다. 금권정치와 정경유착의 폐해는 우리의 경우 그 심각도에 있어서 일본에 못지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