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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총독부가 남았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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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총독부가 남았다(사설)

입력
1992.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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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남긴 추악한 유물의 하나인 창경궁의 장서각이 드디어 헐리게 됐다. 문화부의 문화재관리국은 5천만원의 예산이 확보됨에 따라 연말까지 철거공사를 끝낸다는 계획으로 업체선정에 들어갔다.잘 알려진 것처럼 지상2층 벽돌건물인 장서각은 일제가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 옆 자경전을 헐어비리고 지은 것이었다. 건축양식이 그들의 천수각을 본뜬 것으로 조선왕조의 법통과 권위,나아가 이 나라 이민족의 자존심을 영원히 짓밟으려는 일제의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5공화국때 여론을 외면한채 일방적으로 「보존」이 결정돼 오늘에 이르렀다. 뒤늦게나마 흉가처럼 창경궁위에 서있는 장서각을 헐게 됐다는 사실을 환영해 마지 않는다.

여기에서 우리는 조선왕조의 정궁이요,우리 민족유화유산 최대의 상징인 경복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말해서 일제 식민통치의 상징으로 경복궁을 가리고 서있는 옛 조선 총독부 건물이 국권회복 반세기가 되도록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어느나라 어느민족이나 왕궁은 그나라 그 민족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으로 국력을 기울여 보존하고 있다. 세계에서 문화민족의 왕궁치고 이처럼 원형을 파괴당한 채로 서있는 예는 없다.

총독부 건물 역시 창경궁의 장서각과 마찬가지로 5공화국 정권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2백억원의 큰 돈을 들여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개수해서 「보존」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총독부 건물 철거방침을 발표했지만 지금도 이 건물을 보존하자는 주장이 일부에 남아있다. 「역사의 교훈」을 위해 남겨야 한다는 게 철거반대론의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역사적 교훈을 원한다면 왕궁의 원상회복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급하다. 민족적 자긍심이 짓밟힌 쓰라인 체험은 총독부 건물을 허물었다고 해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 보다는 오히려 짓밟혔던 자긍심을 회복하는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지워진 사명이다.

정부는 지난해 총독부 건물 철거방침을 공표해 놓고도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막대한 비용과 일부에 남아있는 철거반대론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철거비용만도 5백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는데다,5백억 또는 2천억원까지 추산되는 새 박물관 건설 계획의 전망이 분명하지 않다. 우리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국력을 기울여 총독부 건물을 헐고,그래서 민족적 상징인 경복궁의 복원을 하루빨리 이룩해야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두고자 한다. 이제는 구체적인 계획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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