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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의 성공조건/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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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의 성공조건/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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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이후 오늘까지 숱한 대소정당들이 저마다 부국안민의 거창한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다가는 새벽별들처럼 사라졌다. 명멸 부침 소장을 되풀이한 것이다.소위 민주 헌정 44년간 어떤 정당도 계속 유지되지 못한 것은 쿠데타 등에 의한 반민주적인 헌정 중단사태 때문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많은 정치인들의 권력과 이익을 챙기기위한 이합집산과 국민 여망을 무시한채 자기안주를 위한 정계개편 등으로 아직도 이 땅에 민주정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자유당 10여년,50년대의 민주당 6년,공화당 17년,60∼70년대의 신민당 13년,그리고 북의 노동당과 남북통일때까지 대결하겠다고 큰소리쳤던 민정당도 10년에 불과했는 등 어느 정당도 성년,즉 20년도 넘기지 못하고 모조리 단명했다. 그밖에 구멍가게처럼 우후죽순처럼 나왔다가 부나비처럼 사라진 정당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요즘 신당의 창당문제가 정가는 물론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당논의의 진원은 멀리는 지난 5월 민자·민주 양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에서,가깝게는 노태우대통령의 9·18 중립선언에서 비롯됐다.

신당 논의인사들은 겉으로는 새당을 만드는 대의를 「새시대 새정치」를 내세우고 있으나 하나하나 살펴보면 동기는 다른데 있는듯하다. 즉 김영삼총재와 김대중대표의 독주 및 정치권 독점에 대한 반발과 이에따른 오는 대선서 양김 대결위주의 판도를 봉쇄해야 한다는 측,노 대통령의 일련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실망과 불만을 가진 측,그리고 이와함께 정치권에서의 소외감을 벗고 입지를 회복하려는 측 등이 복합됐다고 할 수 있다.

참여인사들의 갈래를 보면 이종찬의원 등의 「새정치 국민연합」파,이자헌 박철언의원 등과 일부 전 의원 원외위원장 등 9·18선언후 민자당 탈당파,정호용의원 등 무소속의원들,한영수 임춘원의원 등 민주당 탈당파,구 야권의 일부 원로 및 전 의원 등으로 되어있다.

이들중 박태준 최고위원의 당직사퇴로 반 김영삼 기치를 올렸던 민자당 탈당파와 이종찬의원측은 잔뜩 기대를 걸었던 박씨의 신당불참 표명으로 당혹감속에 주춤했으나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있고 어쨌든 이들 여러갈래의 인사들은 신당 추진을 서둘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신당을 만드는데는 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은 참여인사들의 정치적 행적과 생각들이 제각각이어서 이를 조정하기가 지난한데다가 뚜렷한 구심점,중심적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또 일부 참여인사들이 국민에 대해 「새정치」 「새물결」을 운위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점 등이다.

따라서 신당을 성공시키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출 것을 권고하고자 한다.

첫째는 참신하고 뚜렷한 새 당의 이념,무엇때문에 신당을 만들려하며 어떠한 길을 걷겠다는 것을 천명해야 한다. 단순히 두 김 후보에 대한 불만과 이들을 막아야 된다는 식의 주장으로는 곤란하다. 적어도 21세기를 겨냥,변화하는 새시대를 주도하겠다는 노선을 제시해서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만 한다. 국민이 귀가 아프도록 듣고 이젠 식상하다시피한 말로만의 새정치로는 어림도 없음을 알아야한다. 물론 두 김씨에 대해 반대하고 비판하는 국민계층이 상당수 있다하나 단순히 반대기치만으로 표를 돌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둘째는 대통령선거가 코앞에 닥친만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와 당수를 내세우는 일이다. 누가 뭐래도 후보와 당수는 당의 얼굴이요 간판이므로 신당의 참신성과 능력과 무게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로선 후보를 자체내에서 내세우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 국민의 사표가 될만한 깨끗한 원로를 추대해야 하는데 그같은 인사를 찾기란 한강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처럼 힘들 것이며 수락을 얻어낼 수 있을지도 숙제다. 아니면 파격적으로 능력있는 40∼50대초의 인사를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지만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는 의문이다.

셋째는 신당이 국민의 어떤 계층을 대변할 것인가 하는점을 천명하는 일이다. 일반론적으로 막연하게 국민의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특징이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라나는 20∼30대에 중심을 둘 것인가,서민 또는 중산층에 둘 것인가를 명시해야 한다.

한편 대선이 임박한만큼 국민당내 일부에서도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범정치세력 범국민세력의 명분을 내세워 국민당과의 통합한뒤 신당에서의 새 후보를 내는 안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당의 주류측은 이를 경계하여 신당이 지구당 창당 등 일련의 준비를 위해 시간과 자금 등 어려운 점이 많은만큼 기존 국민당 조직을 활용,즉 흡수통합되어야 한다고 내세우고 있고 또 정주영후보도 현재로선 하늘이 무너져도 후보를 도중하차하지 않겠다고 거듭 못박고있어 이 작업 역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신당은 과연 성사될 것인가.

신당이 유능한 각계인사와 젊은 세대를 폭넓게 포용하여 그야말로 새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는 모습을 보일 것인가,이니면 참여인사들이 입지확보 논쟁속에 결국은 반김타도라는 명분아래 때묻고 문제있는 인사까지 모아 정치적 안식처가 되는 새롭지 못한당,「반짝정당」이 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참여인사­추진인사들에게 달려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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