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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상태 인디언」 권익옹호 앞장/노벨평화상 수상 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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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상태 인디언」 권익옹호 앞장/노벨평화상 수상 멘추

입력
1992.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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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부터 저항운동… 박해피해 멕시코 망명/「나,리고베르타」 자서전 전세계 반향 일으켜금년도 노벨평화상의 영예는 과테말라 인디언 출신의 여성 인권운동가 리고베르타 멘추(33)에게 돌아갔다.

멘추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평화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는 단순차원을 넘어서는 묽직한 의미를 갖는다.

멘추의 수상은 무엇보다도 미주대륙의 3천만 인디언이 겪고있는 「학대와 고통」을 세계가 공감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를 확대해석하면 『서구백인 중심의 세계 역사에서 배제된 인디언 역사를 재조명하자』는 세계인의 자각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신대륙 발견 5백주년(지난 12일)을 계기로 거세게 제기된 『콜럼버스의 공보다는 「토착민살육」 등의 과를 먼저 반성해야 한다』는 새역사관이 멘추의 수상으로 큰 힘을 얻게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같은 거창한 의미부여는 멘추의 인생역정을 보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 81년 과테말라 정부군이 좌익게릴라 소탕이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토착인디언을 학살할때,그녀는 16세 소녀에서 저항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녀의 남동생은 산채로 불태워졌고 어머니는 강간당한뒤 나무에 묶인채 굶어죽어야 했다. 아버지마저 인디언의 권익옹호를 요구하며 스페인대사관에서 점거농성을 하던 도중 군인들의 강제해산과정에서 숨졌다. 멘추의 비극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됐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걸음마를 시작한 이후부터 그녀는 부모를 따라 커피농장 등에서 「노예생활」을 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짐승 취급을 당했다.

서방의 주요외신은 그녀의 삶을 소개하면서 『비극이라는 단어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녀의 고통은 수세기에 걸친 인디언의 고통을 압축한 것』이라고 묘사했다.

가족이 몰살된후 그녀는 고국을 등지고 멕시코로 망명했다. 그리고 인디언의 멍에를 벗겨주기 위해 헌신하기로 다짐하고 스스로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을 깨우쳤다. 각고의 노력끝에 지적 운동가로 변한 그녀는 전세계를 향해 『인디언을 보라』고 외쳤다. 83년에는 과테말라 군부의 살해위협을 무릅쓰고 인디언 학살을 고발한 「나,리고베르타」라는 자서전을 출간했다.

그녀는 출판당시 『성경은 정의로운 폭력을 용인한다』면서 『나는 글을 무기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녀의 자서전은 무려 11개 국어로 번역돼 전세계에서 발매됐다.

과테말라에는 86년 민선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군부의 입김이 강하다. 과테말라 군부는 이번 수상에 대해 『반정부 게릴라를 왜 우대하는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남미에 불어닥친 민주화조류 속에서 멘추의 노벨상은 분명 이념과 인종을 초월한 화해로 승화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1901년 노벨평화상이 제정된 이래 여성으로는 9번째 수상자가 된 멘추는 『나의 수상은 인디언의 영예다. 인디언의 삶은 나의 인생 위에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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