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비밀문서 발표에 정면반발/“대통령사임 수시간 전에야 알았다”【모스크바 AP AFP 로이터=연합】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은 15일 제2차대전 당시의 폴란드인 학살사건과 냉전당시의 KAL기 격추사건에 관해 사실을 은폐했다는 것을 부인하고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망신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7년간의 집권기간중 구 소 정권들의 범죄를 폭로하고 소련을 개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옐친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금주 폴란드인 학살사건과 KAL기 사건에 관한 비밀문서를 발표하고 고르비가 두 사건에 관해 알고있는 것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고르비가 구 소련 범죄의 일부는 밝혔으나 그 전모를 밝힐 것을 회피했다면서 『그 자신이 시작한 민주화 과정이 국민들이 보다 고도의 민주화를 수용할 태세를 갖춘 시점에 이르렀을때 그같은 반진실은 반허위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옐친이 지난 91년 공산당을 불법화한 조치의 합헌성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심의에 고르비가 증인으로 출두할 것을 거부함으로써 재연된 두사람간의 오랜 갈등의 새 국면이다.
공산당이 74년간의 집권기간중 시종일관 법을 어겼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반공변호사들은 카틴 사건과 KAL기 격추사건에 관한 문서보관소의 자료를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14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공산당 정치국은 지난 40년 4월9일 모스크바 서쪽의 카틴숲에서 폴란드군 1만4천7백명을 학살한 것을 승인했으며 83년 9월1일 탑승자 2백69명 전원이 사망한 KAL기 격추사건에 관한 사실을 은폐했다.
고르비는 이날 회견에서 그가 발레리 조르킨 헌법재판소장과의 전화통화에서 그가 헌재 모독혐의로 형사상의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통고를 받았다면서 그가 14일 이탈리아 TV와의 회견에서 『더러운』 재판에는 출두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헌재를 두고 한 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헌재 대변인은 조르킨 소장이 고르비와 통화한 것은 확인했으나 고르비에 대한 형사상의 조사에 관해서는 아는바 없다고 말했다.
고르비의 과격한 언사는 조르킨이 이날 이타르 타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지난 40년 소련군이 군인과 민간인 등 근 2만2천명의 폴란드인을 학살한 카틴사건에 관한 자료를 은폐하는데 있어서 「의외의 역할」을 했다고 말하고 형사소송의 가능성을 시사한데 뒤이어 나왔다.
조르킨은 『만일 그의 개인적 책임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면 이 문제는 다른 법정에서 다루어질 것』이라고 말했었다.
옐친 대변인은 14일 카틴 사건에 관한 문서가 문서보관소에서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지난 90년 이 사건에 대한 소련의 책임을 인정한 고르비가 이 사건에 관한 조사당시 일부 중요문서를 비밀에 부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르비는 이날 회견에서 문서를 은닉했다는 것을 부인하고 그가 작년 12월25일 대통령직에서 사임하기 불과 수시간 전에 이 문서에 관한 보고를 받고 옐친과 자신의 최고보좌관이었던 알렉산더 야코블레프가 있는 자리에서 봉투에 든 이 문서를 꺼내 보고 3인이 『그 가공할 내용에 충격을 받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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