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서 파벌청산·중선거구 폐지 주장【동경=문창재특파원】 가네마루(김환신) 사건을 계기로 정치개혁이 일본 정계 최대의 과제로 등장했다.
이 사건은 돈과 수의 힘을 무기로한 특정권력자의 전횡에 좌지우지돼온 일본정치의 부패구조를 근본적으로 쇄신하지 않고는 세계무대에 정치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안겨주었다.
정치문제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소리까지 듣는 일본 대학생들이 16일 핸드폰을 잡고 거리에 나와 정치부패를 바로 잡자고 호소하고 나섰다. 가네마루 의원사직을 요구하며 국회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인 한 야당의원의 사무실에는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엽서가 30만장이나 배달됐다. 또 가네마루 사직을 촉구하며 동경 시부야역앞에서 교대로 단식농성해 온 시민단체 회원들은 아직도 농성을 풀지 않고있다.
가네마루 한사람의 퇴장만으로는 일본 정치의 앞날을 믿을 수 없다는 일본 국민들의 노여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가네마루가 이끌어온 자민당 최대파벌 다케시타파는 후계 회장자리 다툼으로 파벌 와해상태에 빠졌다. 16일 정오부터 열린 파벌소속 의원총회에서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오자와(소택일랑) 회장대행과 반오자와 세력이 주도권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사실상 파벌은 양분된 상태이다.
다케시타파의 분열은 지금까지 일본정치를 주물러온 이른바 「김죽소」 구조의 붕괴를 의미한다. 가네마루(김) 다케시타(죽) 오자와(소) 세사람 이름의 첫글자를 딴 김죽소란 말은 당총재인 미야자와(궁택희일) 총리가 당내에서는 아무 권한을 갖지 못했음을 대변하는 말이었다.
김죽소구조의 붕괴는 다케시타파 지배시대의 종언이라는 말과 동의어이기 때문에 파벌간의 세력균형 재편을 예고한다고 하겠다. 미야자와파와 미쓰즈카(삼총)파 의원들이 가네마루 퇴장이후 「탈다케시타파」를 외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조짐의 태동이다.
다케시타파가 분열된다면 수의 힘에 눌릴 이유가 없고,최고실력자가 사라졌으니 눈치볼 것도 없다는 다른 파벌의 억눌렸던 소리들은 당내 민주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오자와파가 열세를 견뎌내지 못하고 분가해 나온다는 전제아래 미쓰즈카파에서 분가한 가토(가등육월)그룹과 오자와 세력의 연합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같은 정계개편의 조짐속에 정치개혁을 부르짖는 민간단체와 일부 여야정치인들이 손잡고 중선거구제 폐지운동이 기치를 올려 지대한 관심사로 부상했다. 자민·사회·공명·민사당 4당 소속 일부 의원들은 15일 정치개혁추진협의회라는 민간단체 간부들과 모임을 갖고 중의원 중선거구제 폐지선언문 초안을 마련했다. 한 선거구에서 복수의원을 뽑는 제도가 부패구조의 원천이라고 본 젊은 의원들은 1선거구 1의원의 소선거구제 관철을 위해 처음으로 연합전선을 결성했다.
특히 자민당 소장의원들은 파벌정치 청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파벌총수의 눈에 나면 당직도 장관자리도 기대할 수 없으며,자금지원을 받을 수 없어 선거도 치를 수 없고 지방사무소 유지도 어려운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려면 먼저 선거구제도부터 고쳐야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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