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간 국회본회의에서 진행된 3당 대표연설은 오는 대통령 선거에 앞서 의사당에서 펼쳐진 「공약제시 경쟁」 또는 「유세대결」이라고 해야 옳다.국회사상 대표질문에서 당 대표가 정부에 대해 단한마디 묻거나 추궁하지 않고 시종일관해서 「우리가 집권하면 이렇게 하겠다」는 식의 집권포부와 청사진만을 밝힌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으로서는 각 후보들의 국가경영에 대한 견해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각당 대표들의 연설내용은 획기적인 국가경영 방략과 시국문제 처방을 제시했다기 보다 14대 총선과 그이후 후보지명 대회 등을 통해 밝힌 것을 종합,되풀이 한 것이다. 하지만 각당이 과거와 같은 여야 관계가 아니라 중립내각 출범이후 원내의석의 다소의 차이만 있을뿐 동일한 위치의 정당으로서 국정의 문제점과 대안을 낸것이어서 상당한 시각의 변화를 보여줬다 하겠다.
우선 3당 대표들은 오늘의 나라형편,국가적 상황이 권위가 붕괴되고 기강이 해이 해졌으며 불신풍조와 각계층간의 갈등이 평배·증폭되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런한 인식은 상황 자체가 중증이어서 정치 지도자와 정당이 뒤늦게나마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한다.
그러나 국가적 「속병」의 원인과 처방에 대해서는 각 대표들이 저마다 달라 주목을 끈다. 김영삼 민자당 총재는 오늘의 한국병의 원인을 모든 지도층,즉 웃물이 흐려졌기 때문이라고 보았고,김대중 민주당 대표는 3당 통합에의한 33개월간에 걸친 민자당 정권의 실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했다.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원인규명도 중요하지만 처방은 더욱 중요한 것이다. 김 총재는 웃물정화노력,즉 깨끗한 정치 도덕정치 공명선거 부정부패척결 등을 통한 신한국창조운동을 펼것을 제기했고 김 대표는 민자당의 재집권을 막는 길만이 한국병을 완치하는 지름길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정주영 국민당 대표는 국민의 신뢰회복을 처방으로 제시했다.
오늘의 국가적 위기상황과 한국병의 원인은 보는 이에 따라 진단과 처방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이 정치 지도자를 비롯한 정치권 전반에 그 책임과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는데 대해 정치 지도자들은 뼈아픈 자기 성찰을 선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각당 대표들이 제기한 정치·사회개혁의 청사진은 총론과 대강만을 밝히는데 그치고 있다. 앞으로 이를 풀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현실성 있는 구체안을 제시해야 한다.
3당 대표 연설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각 대표들의 대정부 자세다. 김 총재가 모든 당이 동등한 입장을 지적한데 비해 김·정 대표는 9·18선언을 구국의 결단으로 평가하며 노태우대통령과 현승종내각에 경의를 표하고 있어 엄청난 변화를 실감케 한다.
대선의 경쟁은 사실상 시작됐다. 각 후보들은 과대포장되고 지키지도 못할 화려한 공약의 남발은 국민이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아래 적어도 대표연설에서 제시된 정책과 공약대강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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