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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또 「장고」… 추측만 무성/「제철소 은거」 다음 행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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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또 「장고」… 추측만 무성/「제철소 은거」 다음 행로는

입력
1992.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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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아직 안난듯… “탈정치” 흔적 안보여/“신당행” 불쾌감 표시속 구체진로 함구박태준 전 민자 최고위원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민자당과의 결별이후 또 한번의 사색에 들어간 박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향후 거취와 관련한 일체의 언급을 삼가면서 「제철소 은거」를 고집하고 있다. 고작해야 측근들의 입을 통한 「간접화법」으로 시종하면서 「서울동정」을 정관하고만 있다.

신당행을 선택할 것인지,아니면 더이상 정계의 중앙무대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인지 선뜻 명확한 의중을 드러내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박 전 위원의 입장을 언제 어떤 방향으로 표면화될지에 대해 아직까지도 선명한 해답을 구하기는 어려운 정황이다. 왜냐하면 박 전 위원 자신부터가 향후 거취에 대해 아직 결론을 얻어낸 상태는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이같은 관측은 간헐적이나마 소개된 박 전 위원의 언급내용을 짚어보는 것으로 짐작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박 전 위원은 자신의 신당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말을 빌리면 『내가 언제 신당한다고 했느냐. 신당을 하는데 있어 왜 내 의중이 중요하냐. 각자 소신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니냐. 사람보고 하는 일은 지속성이 없을뿐더러 잘 되지도 않는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제철소 작업장을 순시하는 도중 몇몇 임원들이 정치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내자 박 전 위원은 『당신들이 지금 정치에 관심둘 때냐. 지금 중국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느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면박을 주기까지 했다는 것.

물론 박 전 위원의 이같은 언급은 일견 정치문제를 화제삼는 것조차 꺼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탈정치」를 분명히한 흔적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든게 사실이다. 다만 박 전 위원은 내심 「이상태로는 곤란하다」는 인식의 토대위에서 스스로 정치개혁의 논리를 폈고,행동으로 자신의 뜻을 공표한 것일뿐 그 이상의 가이드라인은 갖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결과적으로 박 전 위원의 탈당결행이 신당 작업의 촉매제가 되긴 했어도 이를 반드시 신당참여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는 시각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탈당그룹 인사들은 『박 전 위원을 지도자로 모시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박 전 위원과의 충분한 사전교감을 이룬뒤의 표현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요컨대 탈당인사의 면면을 보면 경선과정 등에서 박 전 위원과 노선을 같이했고 정서적인 연대를 같이한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이것만으로 박 전 위원의 신당 동참을 기정사실화할순 없다는 얘기이다.

박 전 위원의 또다른 측근도 이에대해 『탈당의원들과의 인간적인 의리 때문에 박 전 위원이 고민을 할순 있어도 박 전 위원이 갖고있는 신당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이들과 일치할순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측근의 말이 솔직한 것이라면 적어도 박 전 위원이 현 시점에서 신당행을 최종결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은 주변에서 『정계은퇴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지만 이는 의원직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박 전 위원의 입장에서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얘기일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 전 위원이 탈당결행이후는 많은 시간을 유보적 태도로 일관해왔고 여전히 신당 태동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행보가 가변적 일 수 있다는 근거는 충분하다. 더욱이 박 전 위원은 자신의 탈당명분으로 헌정 구조개편 등 정치개혁의 「무기」를 활용했던 만큼 같은 맥락의 신당 움직임을 방관만 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많다.

신당추진 인사들이 내각제개헌과 지역감정 타파 등을 적극 수용하면서 박 전 위원의 추대를 강력히 요청해올 경우 쉽게 이를 뿌리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같은 관측에도 불구하고 박 전 위원의 현재 자세로 보아 신당추진 인사들이 세확장을 위해 신당참여 의사를 조속히 밝혀달라고 요구해오는 것에는 선뜻 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이다.

특히 박 전 위원이 최재욱 비서실장에게 『탈당여부 등 일체의 의사표시를 하지말라』고 지시해놓은 것은 현단계에서 신당 참여의사를 밝힐수는 없으나 신당추진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신당추진 쪽에 가담한 민정계 인사들에게 『내 얼굴만 쳐다보지 말고 소신껏 하라』고 한 박 전 위원의 언급은 드러내놓지는 못하지만 「은밀한 동조」의 신호로 해석된다는 주장도 있다.

박 전 위원의 새로운 사색을 신당의 도식에 맞추는 것이라든지,아니면 그 반대로 꿰어맞추는 발상 등은 아직은 성급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박 전 위원으로서도 외적 상황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것만은 분명한만큼 일련의 정국상황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소지는 다분하다고 해야겠다.<포항=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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