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연방성격에 제동”… 「민주적 보완」 제기/ERM·소 통합등 구체의제 12월 미룰듯【런던=원인성특파원】 지난달의 유럽통화 위기이후 유럽공동체(EC)의장국인 영국이 소집한 EC 긴급정상회담이 16일 하루동안 영국의 버밍엄에서 열린다. 이 회의는 당초 지난달의 유럽통화 위기와 여기서 비롯된 영국과 이탈리아의 유럽환율체계(ERM) 탈퇴,영국 등에서 고조된 통합반대 여론,독일과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한 소통합론 등 유럽통합을 둘러싼 어수선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만 이러한 난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기 보다는 12월의 에든버러 정상회담을 앞둔 모양 갖추기 선에서 끝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전망된다.
회의를 주재하게 될 영국의 존 메이저 총리 입장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의제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이다. 국민투표를 치른 덴마크와 프랑스에서도 드러났지만 상당수 영국 국민들이 갖고 있는 우려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이 강력한 「유럽연합」을 지향하고 있고 이는 각국가와 민족의 고유성을 훼손시킬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메이저는 「민주적 보완」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국내의 회의적인 여론을 무마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이 내세우는 「민주적 보완」이란 EC집행위원회의 강력한 권한을 제한하고 개별정부의 권한을 우선토록 함으로써 연방제 성격에 가까운 「유럽연합」에 제동을 건다는 것이다.
메이저는 이를 위해 이번 회의에서 「민주적 보완」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도출해 낼 것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베네룩스 3국 등 적극적인 통합추진 국가들은 오히려 집행위의 권한 강화를 지지하고 있어 메이저의 의도대로 회의가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당초 예상됐던 중요 의제의 하나는 단일통화를 위한 ERM의 개혁문제였다. 파운드화 붕락후 ERM에서 탈퇴한 영국은 국내의 통합 반대론을 무마하기 위해 ERM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노출됐으며 이번 회의에서 이의 개혁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메이저는 14일 각국에 보낸 서한에서 ERM문제가 본격적인 의제로 상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입장후퇴는 ERM문제를 잘못 꺼낼 경우 다른 회원국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뿐 아니라 ERM재가입 일정을 밝히라는 역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을 우려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 ERM문제를 섣불리 제기할 경우 파운드의 재폭락 등 유럽의 통화위기를 다시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고려도 바닥에 깔려있다.
결국 통화위기에서 촉발된 「긴급」 정상회담은 회원국들간의 복잡한 사정 때문에 중요의제는 모두 뒤로 미룬채 알맹이 없는 회의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핵심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소통합 구상,덴마크의 조약재비준,영국과 이탈리아의 ERM복귀 등 마스트리히트조약의 이행을 위한 난제가 산적해 있지만 이를 둘러싼 담판은 모두 12월의 에든버러 정상회의까지 유보하자는 것이 대다수 회원국의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