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 파벌 내분… 정계 개편 가능성/다케시타파 와해 위기에/미야자와 치명적인 타격【동경=문창재특파원】 일본 정계의 최고실력자 가네마루신(김환신·78)씨의 의원직 사직은 일본 정국에 지진을 몰고왔다.
그의 사임으로 집권 자민당 최대파벌인 다케시타(죽하)파의 회장직이 공석이돼 주도권 쟁탈전이 가열됐으며,출범 1주년을 맞은 미야자와(궁택희일) 정권의 버팀목이 무너졌다. 파벌 분열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는 다케시타파의 집안씨움은 가네마루 사건을 계기로 분출된 정치개혁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 정계 재편으로 확대될 조짐마저 보인다.
가네마루의 퇴장은 우선 미야자와 정권의 정권안보에 치명타가 된다. 지난해 10월11일 가네마루의 지명으로 일본 총리와 자민당 총재직에 오른 미야자와 총리는 국민의 지지도가 20∼30%밖에 안되는 약체정권이면서도 다케시타파의 전면적인 지지로 어렵사리 정권을 유지해왔다. 또 현재 일본정계에 두드러진 총리재목이 없어 연임의 가능성까지 점쳐졌었다.
그러나 다케시타파가 분열돼 강력한 파워를 행사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현 정권의 안정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미야자와 총리는 13일 자민당의 와타누키(면관민보) 간사장을 불러 당직자들의 임기를 오는 30일 개막되는 임시국회 폐막때가지로 연장시켰다. 따라서 정권출범 1주년을 계기로 단행하려던 개각도 12월로 연기돼 당분간은 정권유지가 가능해졌지만 다케시타파의 세력다툼 결과에 따라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계일각에서는 가네마루의 퇴장으로 미야자와 총재에게 커다란 힘이 주어질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와중에서 『당 총재로로서 전혀 지도력을 행사하지 못했고,가네마루 진퇴문제에 대해서도 시종 침묵으로 일관함으로써 당내외의 비난을 산 것이 결정적인 약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킹메이커 가네마루의 눈치보기에 급급,직무를 유기했다는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케시타파의 주도권 싸움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가네마루가 사직을 결심한 13일부터 표면화된 파벌 회장 자리다툼은 표면상 호각세이기 때문이다.
회장대행인 오자와(소택일랑) 전 간사장은 13일 간부회의를 열어 가네마루 회장의 사직을 선언케하고,그 자리에서 자신이 새 회장으로 지명받도록 공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도를 눈치챈 반오자와 세력이 정면 반발,회의는 14일로 연기됐고 회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게됐다.
다케시타파에는 이른바 「7봉행」으로 불리는 일곱사람의 설력자가 있다. 오자와 회장대행,가지야마(미산정육) 국회대책위원장,하시모토(교본용태랑) 전 대장성장관,오부치(소연혜삼) 전 간사장,하타(우전자) 대장성장관,와타나베(도부항삼) 통산성장관,오쿠다(오전경화) 운수성장관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가네마루의 양자」라고까지 불리는 오자와씨가 가네마루의 절대권력을 업고 막강한 파워를 행사해왔는데,현직 3장관은 오자와라인,나머지 3명은 반오자와 세력으로 분류돼 있다. 반오자와 세력은 파벌 오너인 다케시타(죽하등) 전 총리를 정점으로 가네마루오자와 권력구조에 저항해왔다.
리크루트 사건에 관련돼 총리·총재직과 파벌회장직까지 내놓고 백의종군해온 다케시타가 현재로서는 파벌의 최고실력자인 셈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가네마루 사건의 근원인 「일본 황민당사건」의 장본인이어서 본인이 원해도 회장자리에 복귀할 수 없는 핸디캡을 갖고있다. 황민당 사건이란 87년 다케시타씨가 총재선거에 출마했을때 그의 당선저지를 노린 우익단체 황민당의 가두선전 활동을 가네마루씨가 폭력단을 동원해 중단시킨 일이다.
보수우익파벌의 본류인 다나카(전중각영)파에서 다케시타파가 독립할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가네마루는 사돈이기도한 다케시타를 당선시키기 위해 동경 사가와규빈(좌천급편) 와타나베(도변) 사장에게 황민당의 방해공작 중지를 의뢰했다.
와타나베는 광역폭련단 이나가와(도천)회 두목에게 이를 청탁,가두선전 활동을 중단시켰었다. 이를 계기로 가네마루와 연을 맺게된 와나타베가 90년 총선때 5억엔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들통하 가네마루씨는 자민당 부총재직 사임이 이어 급기야 의원직까지 버리게 된 것이다.
이런 경위로 볼때 다케시타는 다시 정계의 표면에 나설 수 없는 입장이어서 주도권 싸움은 오자와라인과 반오자와라인의 대항전 양상이 됐다.
오자와씨는 13·14일 이틀동안 자신의 세력규합을 위해 소장의원들을 당선회수별로 모아 당분간 자신이 파벌운영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맞서 반오자와 세력도 소장의원들을 모아 『오자와씨는 혼란의 책임을 져야하며 당분간 집단지도체제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파벌 부회장이 된 하시모토,오부치 두사람이 당연히 지도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케시타파의 집안싸움과는 관계없이 각 야당은 임시국회가 열리면 가네마루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할 태세다. 사가와규빈 와타나베 사장이 정계요인 11명에게 22억엔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설」을 밝히기 위해 가네마루 증인환문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 11명의 명단에는 오자와씨도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있어 30일 개막되는 임시국회로까지 여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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