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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과 신당 사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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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과 신당 사이(사설)

입력
1992.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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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에서 박태준 최고위원이 이탈하자 동조 탈당이 속출하고 있다. 13일 전직 의원 등 10여명이 떠난데 이어 곧 현역의원 몇명도 탈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쇄탈당 파동은 박 의원의 이탈에서 비롯되었고,박 의원의 탈당은 노태우대통령의 탈당 여파이다. 이들보다 앞서 떠난 이종찬의원을 합하면 민정계의 최고 우두머리 3인이 모두 민자당을 등지고 나간 셈이다. 여기에 채문식 윤길중 고문 등 원로들까지 박차고 나가버렸으니 과거 민정당 출신 최고위인사들이 거의 모두가 떠났다고 할 수 있다.대통령선거라는 대사를 불과 두달 앞두고 민자당이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된 원인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지도자들끼리의 반목과 갈등에 의한 감정정치의 소산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노 대통령과 김영삼총재간의 권력이양이 순조롭게 되지 못한데서 빚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권력을 인계하는 쪽과 인수받는 쪽 사이에 호흡이 맞지않아 생긴 부작용이다. 그러고 보면 연쇄탈당 사태의 책임은 두사람이 질 수 밖에 없다.

당권을 인수한 김 총재로서는 제대로 집안단속을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6공의 대통령이자 민자당 총재로서 집권세력의 총수였던 노 대통령은 그의 탈당에서 비롯된 민자당의 혼란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 공정선거관리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탈당에는 날이 갈수록 당초와는 다른 시각의 평가도 나타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더욱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탈당파가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것이다.

김영삼 체제에서 이탈한 이들이 내거는 슬로건에 양김씨 구도의 타파와 새정치의 구현이다. 이들은 탈당회견에서 『대권병과 고질적 지역감정 치유를 위해서는 내각제와 중·대 선거구제,선거공영제 등 헌정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그러나 과거 그들이 조직적으로 이런 개혁을 관철시키려고 노력했다면 그런 대의명분을 위해 싸우다가 떠나는구나 하는 느낌을 줄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에는 아무말이 없다가 불쑥 탈당성명속에 그같은 주장을 담는다고 해서 그렇게 선선히 이해해줄 국민은 많지 않다. 감정이 뒤얽힌 세다툼에서 불리해지니까 나간다는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최고위원까지 지낸 박 의원의 경우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국민들에게 무엇 때문에 탈당했다는 설명조차 아직 없고,신당을 할것인지 정계를 은퇴할 것인지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도 침묵만 계속 지키고 있다. 이는 공인으로서 지켜야할 태도로 보기 어려운 점이다.

신당 역시 신당다운 새맛이 있어야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그러나 탈당인사들만으로 구성되는 신당이라면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겠다는 느낌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정강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기존 정당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개혁의지와 참신한 이미지가 그속에 담겨져 있지 않으면 국민의 시선을 붙잡을 수 없을 것이다.

3년전 3당 합당으로 비대해진 민자당이 끝내 핵분열을 일으키고 마는구나 하는 인상이나 주는 탈당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선거때가되니까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이 철새떼처럼 또 왔다 갔다 이합집산을 하는구나 하는 인식을 심어주는 신당은 더욱 곤란하다. 그러나 작금의 정가 움직임은 그런 우려를 갖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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