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부시 만회실패 “판세는 부동”/미 대선 1차 TV토론 이모저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부시 만회실패 “판세는 부동”/미 대선 1차 TV토론 이모저모

입력
1992.10.13 00:00
0 0

◎냉전승리 강조·경제대안 침묵/부시/애국심 거론에 “매카시즘” 역공/클린턴/실정공격 클린턴과 공조… 부시에 상처/페로【워싱턴=정일화특파원】 줄잡아 7천만명의 TV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11일밤 진행된 미국 대통령 후보 3인간의 토론회에서는 여론 지지도에서 우세를 보여온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대체로 우위를 지킨 것으로 분석된다.

클린턴 후보는 시종일관 「변화」를 강조하며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실정을 공격해 많은 점수를 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에 뒤지고 있는 부시는 이번 토론을 격렬한 공격전으로 치를 것으로 예상돼 왔으나 시종 방어적 입장을 취했다. 우선 그는 시청자의 눈을 끄는 외형적 표현에서 클린턴을 압도하지 못했다.

토론이 시작되자 부시 대통령은 왼쪽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오른손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는 등 여유있는 모습으로 지나치게 만감해 보이고 매서워 보이기까지하는 이미지를 부드럽게 하는데 성공하는듯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자신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이런 평온한 태도는 무서운 공격자로 돌변하는 유연성을 동반하지 못함으로써 이번 토론을 인기 역전 기회로 삼는데 실패했다.

공격적인 쪽은 오히려 클린턴 이었다. 클린턴은 월남전 반대 데모사실을 부시가 거론하자 『당신 아버지가 매카시즘에 맞서 싸웠는데 당신이 나의 애국심을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다. 나는 월남전은 반대했으나 조국을 사랑했다』고 야무지게 되받아쳤다.

클린턴은 질문에 답할때마다 카메라 정면에 눈을박고 시청자에게 직접 호소하는 자세를 보여 시청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클린턴보다 눈이 작은 부시는 카메라에 잘 띄지 않아서 그런지 주로 질문자를 쳐다보며 답변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로 하여금 자신의 마음을 읽을 기회를 주지 않았다.

TV카메라는 각 후보가 답변할때마다 그들의 얼굴 모습을 화면에 크게 클로스업 시키곤 했는데 그때마 클린턴의 눈은 시청자에게 고정돼 있었고 부시는 질문자를 보고 있었다. 그러니 클릴턴의 젊은모습이 자연히 부각될 수 밖에 없었다.

둘째로 이번 토론에서 소위 「페로요인」은 확실히 부시에게 불리한 쪽으로 작용했다.

페로는 경제악화로 인한 현정부에 대한 반감세력을 클린턴과 쪼개 먹을 것이기 때문에 부시에게 유리한 요인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부시 정책을 공격하는데 클린턴과 공동보조를 취했다.

그는 부시 정부를 「4조달러의 빚쟁이」 「앞뒤가 꽉막히 정부」 등으로 비꼬았으나 클린턴의 과거 논쟁에 대해서는 『젊은날의 실수로 이미 다 흘러간 얘기』라고 말하는 등 부시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다.

페로는 또 『이제 파티는 끝났으며 지금은 정리할 시간이다』라며 부시를 몰아붙였다.

셋째로 토론내용면에서도 클린턴은 선두위치를 뺏기지 않은듯했다. 토론이 실시된 11일 현재 유에스 에이 투데이지와 CNN방송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세 후보의 여론지지도는 클린턴이 51%,부시가 32%,페로가 10%로 부시는 클린턴에게 19포인트나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토론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경제문제에 있어서 앞으로 4년동안 무엇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경제가 엉망이다』라는 클린턴의 주장을 쓴 웃음으로 받아넘기며 『지금 경제가 좋아지는데 왜 그러느냐』고 반문했다.

인플레율과 이자율이 낮고 수출이 잘되고 있으니 염려말라는게 부시의 설명이었으나 이는 그의 인기를 끌어내린 경제위기를 분석해 주지도 못할뿐 아니라 이 위기를 차기정부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데도 실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시는 이번 토론에서 자신의 강점인 외교정책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선거전 시작이래 틈만 있으면 되풀이해온 냉정승리론을 여러번 강조했다. 용어도 같은 용어였다. 『공산제국은 무너졌고,우리들의 자녀들은 핵전쟁 공포에서 멀리 벗어나게 됐지 않은가. 보라,쿠웨이트를 침공한 그자는 결국 단호한 응징을 받았다』는 등.

그러나 공산제국이 무너진 지금 냉전체제를 얘기한다는 건 다소 진부한 느낌을 주었다. 토론직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시청자들은 국제문제에는 거의 둔감했으며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국내 경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클린턴은 공화당쪽이 약점으로 여겨온 가족가치관,후천성면역결핍증(AIDS)문제,도시범죄문제 등에서도 꽤 감동적인 예를 들어가며 반박해 단순히 숫자만 나열하는 부시를 오리혀 능가하는듯 했다.

오는 15일과 19일에 있을 두차례의 토론에서도 부시가 대역전극을 창출하지 못하는 두자리 숫자로 클린턴에게 밀리는 여론지지를 뒤집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