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개방땐 몰락”… 소농들 걱정태산/“최고의 미질불구 외국산과 가격경쟁 무리”/정부발표 신농정에도 “개방전제라면 반대”『농업을 어떻게 존속시킬 것인가』 일본 농업 역시 쌀시장 개방 압력,농촌일손 부족,외국농산물의 범람 등 우리와 흡사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전환기를 맞은 일본 농업의 현실과 이에대한 농민들의 대응을 현지 취재를 통해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일본 동북지역의 중심지인 센다이시에서 북쪽으로 약 40㎞ 떨어진 후루가와와 재일교포 북송항구로 우리에게 알려진 니가타지역은 일본의 대표적인 곡창이다. 후루가와의 「사사니시키」와 니카타의 「고시히카리」는 미국의 「칼로스」 보다 뛰어난 밥맛으로 사실상 일본의 쌀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때문에 이지역 농민들은 『쌀이라면 우리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들의 얼굴에 심각한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UR) 때문이다. 농민들의 얼굴에 새겨진 걱정은 UR의 영향이 우리에 못지 않다는 인상을 줄 정도이다.
후루가와시 인근에서 약 7천평의 쌀농사를 하고 있는 오도메 다메유키씨(53)는 『지금도 쌀 농사는 수지가 안 맞는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값싼 외국쌀이 들어오면 도저히 못견딜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오도메씨는 또 『외국쌀에 맞서기 위해 무공해쌀 재배를 고려하고 있으나 본격 생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 그때까지 나와 같은 소농들은 남아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쌀재배농가만이 아니다. 미국식의 완전한 기계화와 대규모 영농,쌀보다는 낙농과 특수작목에 치중해서 일본의 평균 농업소득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홋카이도의 농민들도 마찬가지 걱정을 하고 있다.
홋카이도의 동북쪽 농업지대인 시호루에서 아들과 실습생 등 2명과 함께 3만3천평의 밭농사를 짓고 있는 가오가와 시게루씨(52)는 『UR 농산물협상이 타결되면 기계화 등을 통한 생산비 절감만으로는 외국 농산물과의 가격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걱정했다. 가오가와씨는 개인차원에서는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가 없어 더욱 답답하다는 표정이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UR이후를 대비,지난 6월 일본정부가 발표한 「신농정」에 대해서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신농정은 시장개방에 대비해 ▲농가당 영농규모를 10∼20a로 확대하고 ▲농가소득을 도시근로자 소득과 같은 연간 8백만엔으로 올리며 ▲농민들도 도시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8시간만 일해도 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해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불러들이겠다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신농정이 쌀시장 개방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후루가와 시농협전무 잠마 쇼헤이씨(63)는 『국민의 주식인 쌀만은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정부가 무시하고 있다』며 『쌀시장이 개방되면 자민당은 금방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마씨는 또 『영농규모 확대는 소규모 영세농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농민들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와 농업여건이 흡사한 일본의 농민들이 이같은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동경=정숭호기자>동경=정숭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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