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불화 전수받고 전시회연 벽안화가/수익금 불우성금 기탁/「그림의 도」 찾아 작년 내한/통도사 수안스님 문하생 입문/말 안통해도 이심전심 「선」 눈떠/곧 귀국… “장애인 사랑 스님모습에 감명”아일랜드의 방랑화가가 1년간 한국의 절에서 스님으로부터 불화의 기초를 전수받고 귀국하면서 연 전시회 수익금 전액을 불우한 사람들에게 써달라고 내놓았다.
마이클 몰카히씨(40)는 10일 『마음의 눈을 뜨게해준 한국의 불행한 사람을 위해 써달라』며 지난달 23일부터 7일간 열었던 전시회 수익금 8백58만원을 한국일보사의 「함께사는 사회」 성금으로 기탁했다.
주한 아일랜드대사관이 『아일랜드에서 가장 예술성이 탁월하고 저명한 화가』라고 평가하는 몰카히씨는 유럽지역에서는 널리 알려진 중견화가.
더블린의 국립미술대학을 졸업한 그는 「그림의 구도」를 위해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니제르강을 카누로 거슬러 올라가 말리인의 토속신앙을 배웠는가 하면 호주의 심프슨사막에서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고 인도의 힌두사원을 찾는 등 세계 각지를 순례해왔다.
지난해 10월 한국에 와서는 경남 양산군 하북면 통도사의 취서암 에서 화가이자 시인인 수안스님(52)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불교철학과 한국화를 배웠다. 지난달 덕원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회는 수안스님이 몰카히씨를 위해 주선한 졸업전시회였던 셈.
몰카히씨가 『무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30점의 그림들은 추상표현주의,신표현주의라는 그의 원래경향에 불화의 밝은 원색들이 가해진 유화들로 점당 70만원에서 6백만원씩 호가됐다.
몰카히씨는 아일랜드와 호주 등지에서도 전시회를 열었으나 수익금을 성금으로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정성들여 그린 그림을 장애인들을 위해 모두 희사하는 수안스님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 본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와 수안스님의 인연은 주한 아일랜드대사 부부에 의해 맺어졌다. 수안스님은 미술수집가로 절친한 리처드 라이언 대사가 부탁했을 때만 해도 『남을 가르칠만한 입장이 못된다』며 고사했다. 그러나 무작정 내한한 몰카히씨를 대사관서 만나본 수안스님은 때묻지 않은 인상이 좋아 그 길로 통도사로 데려가 그에게 「도공」이라는 법명을 주었다. 수안스님은 『몰카히씨의 그림에서 아일랜드민족 특유의 한이 느껴졌다』며 섬나라인 아일랜드의 한을 비우라는 뜻에서 붓글씨로 「도공」을 1만번 쓰게하고 「일심원」 만을 수없이 그리게 했다고 밝혔다.
수안스님과 몰카히씨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1년만에 마음으로 뜻을 전하는 사이가 됐다. 그림을 그리다가 갑자기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스님이 몰카히씨에게는 기이하게 느껴졌고 수개월간 단순작업만을 시켜 하산할까 생각도 했지만 불화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암자에 눌러앉게 됐다. 스승과 제자는 서로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은 복중의 청복』이라고 기뻐하고 있지만 아직도 서로의 말은 한마디도 알아 듣지 못한다.
몰카히씨는 『지식을 얻는데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처음 깨다았다』며 『39년 생애보다 수안과 함께 지낸 1년간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스님과 명산 명찰을 순례하던중 무주리조트에서 둘다 생전 처음인 스키를 타다 함께 뒹굴던 즐거운 추억도 간직하고 있다.
독신인 몰카히씨는 바다가 좋아 항공편을 마다하고 한달이나 걸리는 뱃길로 곧 귀국할 예정이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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