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담판… “결별”로 종지부/“정치에 잘못들어서… 경제에 전념”/박 위원/“가슴아프게 생각… 앞으로도 협력”/김 총재/민자 대책회의 “침통”… TJ측선 “모양 갖추기 행차” 화살10일 광양에서 열려 결렬로 판가름난 김영삼박태준 담판은 민자당뿐만 아니라 정국전반에 중대영향을 주는 중대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광양담판」 결렬로 민자당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최대위기를 맞게 되었고 박 최고위원의 거취는 신당창당 가능성과 맞물려 당분간 정국의 최대변수가 될 전망이다.
▷광양담판◁
두사람의 「광양담판」은 이날 상오 10시10분에 시작,오찬요담을 거쳐 3시간45분동안 마라톤으로 진행,두사람은 담판을 끝낸뒤 회동장소인 광양제철소 영빈관 입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담판 결렬 사실을 담담하게 발표.
김 총재는 『박 최고위원이 정치의 길에 잘못 들어섰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박 최고위원의 최고위원 사퇴와 민자당 탈당을 기정사실화.
김 총재는 또 『박 최고위원은 포철신화를 이룩한 장본인으로 앞으로는 국가 경제발전에만 전력투구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부연.
김 총재는 그러나 『나와 박 최고위원은 20대때부터 잘알고 지내던 사이인 만큼 박 최고위원의 결심에 대해 인간적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시한뒤 『그러나 우리 두사람은 과거보다 몇배 더 가깝게 모든 문제를 의논하고 협조해 나갈 것』이라며 양자의 변함없는 「협력관계」를 특별히 강조.
김 총재는 이어 박 최고위원에게 「마지막」 포옹과 악수를 교환한뒤 곧바로 귀경길에 올랐는데 박 최고위원은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미안합니다. 서울에 가서 다시 뵙겠습니다』고 인사.
이에앞서 당초 경주의 신라 김씨 종친회를 참석 계획을 취소하고 김영구 사무총장과 함께 급거 광양에 내려온 김 총재는 이날 상오 10시 광양제철소 본부에 도착,현관에서 박 최고위원의 영접을 받아 회담장소인 2층 회장 응접실에 올라가 미리 내려와 있던 정석모 중앙위의장과 이동진 전 의원 등과 10분간 환담한 뒤 두사람만의 담판에 돌입.
이어 김 총재와 박 최고위원은 낮 12시20분께 오찬을 위해 영빈관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이때 회담장을 나선 두사람은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에도 모두 굳은 표정으로 일체의 답변을 회피해 담판이 난항중임을 강력 시사.
또 오찬을 겸해 계속된 「2차 대좌」에서도 『영호남간 지역감정은 이대로는 치유될 수 없으며 이번 대선에도 재현될 것』(박 최고위원)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김 총재)는 등의 내각제 문제를 둘러싼 양자간 논란이 회담장밖으로 흘러나오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
담판이 진행되는 동안 회담장 주변에서는 이번 담판 향배에 대한 김 총재와 박 최고위원측의 예측이 서로 판이하게 엇갈리는 양상이어서 눈길.
김 총장은 『두분의 기본적인 정치이념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면서 『내각제 개헌의 대선공약화는 선거전략상 문제가 있는 만큼 상식선에서 절충이 될 것』이라며 박 최고위원측의 「양보」를 전망.
그러나 최재욱 박 최고위원 비서실장은 『박 최고위원의 기본입장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강조.
▷박 최고 주변◁
박 최고위원은 회동후 김 총재를 배웅하고 자기방에 돌아와 최 실장 조용경보좌역 등 측근과 전날 하오 내려온 정 의장과 이동진 최명헌 전 의원 등에게 이날 회동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소개.
최 실장은 이어 박 최고위원 지시에 따라 자신이 구술받은 내용을 기자들에게 소개했는데 의원직 사퇴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과의 문제가 아니어서 그런지 오늘 그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했고 조 보좌역은 『의원직 사퇴서는 작성하지도 국회에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단언.
최 실장은 『박 최고위원은 「인정에 약해 정치에 응했던 것」이란 말을 김 총재에게 하셨던 것으로 안다』며 탈당 결심에 대한 더이상의 확대해석을 차단하려는 눈치.
특히 측근들은 김 총재가 회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박 최고위원이 앞으로 경제에 전념할 것이란 식으로 말한 것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명확한 답변을 유보해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선 다양한 관측이 고개를 들 전망.
최 실장도 박 최고위원의 향후 행보와 관련,『이에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
이에앞서 박 최고위원의 한 핵심측근은 『김 총재가 협상카드를 하나도 준비해오지 않았으면서 기자들을 대거 대동하고 내려와 모양 갖추기에 치중한 것 같다』고 은근히 화살을 겨누기도. 특히 최 실장은 『박 최고위원의 대사색의 요체는 그대도 당에 남아 정권재창출 작업에 매진하기 위해 명분을 찾자는 것이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김 총재측이 다소 오해가 있었던것 같으나 그런 문제는 이날 회동으로 완전히 해소됐을 것』이라고 설명,나름의 아쉬운 감을 전달.
이에앞서 박 위원은 전날 저녁 광양제철소에 내려온 정 의장과 이·최 전 의원 등과 만나 자신의 심경을 토로.
박 위원의 당무복귀를 설득키위해 내려온 정 의장은 『대선을 코앞에둔 시점에서 내각제를 공약화 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대선 패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김 총재의 뜻을 전달하고 「공약화」만은 철회해줄 것을 요청.
박 위원은 그러나 『문서까지 작성한 3당 합당 당시의 약속도 어기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며 「내각제 공약화」가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을 고수.
정 의장은 특히 『서울에 올라가시면 김 총재가 북아현동 자택으로 방문할 것』이라며 『어찌됐던 매듭을 짓기 위해서는 두분이 만나야 하는게 아니냐』고 상경을 거듭 요청했으나 박 위원은 이마저도 거부.
한편 정 의장과 별도로 박 위원과의 면담을 위해 광양에 내려온 최 전 의원은 『박 위원이 탈당과 동시에 의원직을 사퇴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라고 소개.
최 전 의원은 특히 민자당의 윤길중 채문식고문과 국민당의 김동길 최고위원 및 이종찬의원 등도 모두 내각제를 염두에 두고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박 위원이 탈당하면 김용환 장경우 박철언 이자헌의원 등도 함께 탈당할 것이라고 전망. 그는 『박 위원은 내각제에 관심이 있는 인사들과 행동을 같이 하더라도 본인 출마보다는 강영훈 전 총리를 후보로 추대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눈길.
▷김 총재 주변◁
민자당은 이날하오 김 총재 상경직후 긴급고위당직자 회의를 소집,김 총재로부터 박 최고위원과의 회동내용을 보고받고 향후 대응방안을 숙의.
김종필 대표최고위원,김영구 사무총장,황인성 정책위의장,김종호 전 정무장관 등이 참석한 이날 회의는 예상했던 결과이기는 했으나 박 최고위원의 의사를 확인한 이후여서인지 시종 침통한 분위기.
회의후 이원종 부대변인은 『김 총재가 박 최고위원의 결심이 굳어서 돌이킬 수 없는 상태더라』면서 『특히 정치에 몸담았던 것이 잘못이었다는 얘기를 전했다』면서 김 총재가 밝힌 광양 담판 내용의 일부를 소개.
김 총재는 우선 『박 의원이 최근 어머니를 만나 앞으로 정치적인 일로 TV에 나올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더라』며 박 최고위원의정치은퇴 결심이 완강했음을 설명.
김 총재는 내각제 문제에 대해 박 최고위원에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나를 당선시키기 위해 도움이 된다면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정책위의장 등과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선대위원장 수락을 거듭 요청.
김 총재는 또 국회의원 선거구문제에 대해서도는 『현행 선거법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으니,이 역시 정책팀과 좋은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무엇이든 믿고 맡기겠다』고 설득했다고.
이에대해 박 최고위원은 『앞으로 나는 거산(김 총재 아호) 선생을 정치적·인간적으로 지금보다 더욱 돕겠다』고 답했다고 이 부대변인은 전언.
이에 김 총재도 『나도 박 최고위원을 정치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절대 비방하지 않겠다』고 다짐.
한편 박 최고위원은 당외 인사들과의 접촉에 대해 『정주영 국민당 대표와는 광양제철4호기 준공식에서 만났고 정호용씨는 한번 만났으나 이종찬씨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고.
김 총재는 지난 9일 밤 상도동 자택으로 찾아온 김 총장으로부터 박 최고위원 탈당계 제출사실을 보고받고 곧바로 경주일정을 취소한뒤 측근들에 광양행 준비를 지시.
김 총재측은 당초 이번 주중 박 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를 예상,일단 다음주초까지 「냉각기」를 가진뒤 김 총재가 직접 나서 설득을 재개한다는 구상이었으나 탈당결행 사실이 알려지자 적잖이 당황하면서 담판시기를 앞당기게 된 것.<광양=정진석·유성식기자>광양=정진석·유성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