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내각제 거부” 결론… 절충여지 희박/표면상 백의종군·향후 결별 가능성 관심민자당의 김영삼총재와 박태준 최고위원간에 돌출된 내각제 갈등향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두사람은 당초 빠르면 10일 피차의 진로를 가늠짓는 담판회동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광양에 체류중인 박 최고위원이 9일 수행중인 최재욱 비서실장 등 핵심측근들을 급거 상경시켜 모종의 작업을 진행시키는가 하면 「김·박 회동」 자체에 회의를 표시함으로써 독자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이 확실시된다.
실제 박 최고위원은 내각제 공약화와 대선거구제 공약 등 자신의 정치제도 개혁 요구를 김 총재가 거부했다고 결론,최고위원직 및 선대위원장 등 일체의 당직을 사퇴키로 하고 이를 이날밤 김 총재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박 최고위원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현재론 속단키 어려우나 일단 박 위원이 당에 잔류,백의종군한다고 해도 민자당은 격렬한 내부 풍파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날 저녁 6시 상경한 최재욱 비서실장은 공항에서 보도진과 만나 『박 최고위원의 생각엔 변함이 없다』며 『지금과 같이 지역 패권주의식 선거를 치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강조. 최 실장은 이어 『내일까지 박 위원이 상경할 계획이 없다. 김 총재와의 회동의사를 밝힌 적도 없다』고 덧붙여 김 총재와 절충여지가 거의 없음을 시사.
이후 최 실장은 10일 새벽까지 외부에 머물며 잠행을 계속했는데 김영구 사무총장과 김 총재의 최창윤 비서실장을 만났다는 관측이 유력. 이와관련,김 총장은 이날밤 9시20분께 상도동으로 김 총재를 방문,10여분간 밀담을 나눴는데 본인은 『당행사 일정관계로 만났을 뿐 박 최고위원 문제는 거론 안됐다』고 연막. 그러나 당주변에선 박 최고위원의 조용경보좌관이 당직 사퇴서를 제출했고 김 총장이 이 사실을 김 총재에 급거 보고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무성.
이에 앞서 김 총재는 밤 9시께 자택에 도착,박 최고위원의 당직 사퇴서 제출여부를 묻는 물음에 『그런 것은 나에게 묻지말라』며 일체 함구. 김 총재는 그러나 김 총장이 다녀간후 최창윤 비서실장과 20분여 독대를 가져 눈길. 최 실장은 요담후 『최재욱실장과 접촉이 안돼 상황을 잘 판단할 수가 없다』며 『오늘밤중 최 실장을 어떻게든 만나볼 생각』이라고만 언급.
○…포항체류 3일째를 맞은 박 최고위원은 9일 상오 광양제철소로 이동,김 총재와의 최종 담판을 위한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빠르면 10일 저녁께로 예상되는 김 총재와의 회동을 앞두고 박 최고위원은 어떤 형태로든 마음을 정리했으며 그에 따른 결심도 세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물론 박 최고위원이 선대위원장직 수락 등 거취문제와 관련,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단정할 수 없으나 적어도 「김·박 대좌」 결과가 자신이 이미 제시해 놓은 명분과 원칙에 부합되는지 여부에 따라 선택방향은 결정된다고 봐야한다.
왜냐하면 「내각제 공약화」로 요약되는 정치개혁 요구가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저울질하는 「유일한」 잣대라고 박 최고위원 스스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박 최고위원은 전날 포항에 내려온 6인 의원과의 면담을 통해 자신의 정치개혁안,특히 내각제 부분에 대한 김 총재의 회신내용을 거의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거의 자신이 당초 요구한 「공약·공론화」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이 자리에서 김영구총장은 김윤환·이춘구의원 등 「민정계」 중진의원들의 이름을 거명해가며 『이들도 내각제 추진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고 했고 회동후 이한동의원도 『내각제는 민정계 제1의 공론』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내각제 부분에 대한 이들의 언급은 차기정부의 개헌추진을 공식화해두려는 박 최고위원의 속뜻과는 달리 「굳이 대선공약화하지 않더라도 집권후 민정계 다수의 힘으로 얼마든지 추진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식의 이를테면 오히려 박 최고위원을 설득하는 인상이 강했던 것 같다.
포항에서 광양으로 이어지는 박 최고위원의 심리적 궤적은 매우 경직된 인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 이날 아침 일찍 박 최고위원은 조용경보좌역을 급히 호출,모종의 작업에 착수케 했으며 조 보좌역은 이후 기자들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이와관련,포철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에게 있어 포철은 대권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라며 『포철 회장직을 던질 정도의 결심이라면 다른 어떤 결정이라도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그의 의중이 이미 강고해졌음을 부각했다. 결국 박 최고위원의 선택은 우선 선대위원장직 고사 뜻을 굽히지 않는 것에서 출발,시간을 보아가며 민자당과의 결별수순을 밟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대체적 관측이다.
다만 내각문제와 관련,차기정부에서 개헌추진을 담보할 수 있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하는 선에서 「TJ 파문」이 극적으로 수습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되진 않고 있다.<정진석기자>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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