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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느냐 떠나느냐” 긴박한 포항/박태준위원 거취 “금명 판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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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느냐 떠나느냐” 긴박한 포항/박태준위원 거취 “금명 판가름”

입력
199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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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없다” 확실한 선택 요구/결별전제 파장축소 모양갖추기 「특사」 보내/김 총재/「정치개혁안」 마지노선 제시/이탈시 「반김세력」 앞장설지는 아직 불투명/박 위원▷YS의 대응◁

김영삼 민자당 총재가 8일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박태준 최고위원 문제에 대한 공개적인 대응수순을 밟기 시작해 당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 총재는 이날 임시 고위 당직자 회의를 열어 전날 중앙위 전체회의에 불참한채 포항에 내려간 박 최고위원의 최근 행보를 「심각하게」 논의한뒤 김영구 사무총장과 황인성 정책위의장을 포항으로 보내 박 최고위원의 심중을 타진토록 지시했다.

당 관계자들은 김 총장 등의 역할이 박 최고위원의 조속한 당무복귀를 촉구하는 「간청사절」이라며 일단 당안팎의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고 있다. 하자민 극히 민간하고 「깨지기 쉬운」 당내 문제를 풀려고하면서 통상 취해오던 비공개 물밑대화 대신 당공식 채널을 가동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는 해석이 훨씬 우세하다. 요컨대 김 총재가 지난 4일 박 최고위원과 나눈 얘기를 포함,그동안 두사람을 오가면서 이해의 공유점을 만들려고 했던 측근인사들의 판단을 종합해 나름의 「결심」을 굳히고 이에따른 예비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다. 이같은 결심의 내용을 곧바로 「결별」로 연결시키기에는 다소 무리한 점이 없지 않으나 박 최고위원의 태도여하에 따라 결별의 불가피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김 총재가 김 총장 등을 통해 10일 회동을 제의하며 내각제에 무게를 싣는 박 최고위원의 명분을 살려줄 수 있는 모종의 카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극적 반전의 여지는 남아있다. 당강령이 내각제를 지향하고 있고 자신도 내각제를 선호하는 만큼 차기정부에서 정치권과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상당한 「약속」 등은 한 예가 될 것이다.

박 최고위원을 끌어안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에서 시도되는 김 총재의 마지막 노력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대선협력 조건으로 내각제 공약 등 명문화된 김 총재의 정치개혁 의지를 요구한 박 최고위원과 대선국면에서 내각제를 공개 거론하는 것은 자멸을 자초한다는 김 총재의 인식차는 엄연한 현실이다.

때문에 김 총재 입장에서 볼때 김 총장 등의 포항파견은 박 최고위원에게 가부간 분명한 선택을 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밝혀달라는 「통첩사절」의 의미가 짙다고 해야할 것 같다.

이러한 공세의 배경에는 박 최고위원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비관적 판단이 깔려있다.

때문에 김 총재는 박 최고위원과의 별거에 따른 민정계의 동요 등 심대한 후유증을 예상치 않을 수 없고 이를 최소화하는 방편으로 공개특사를 파견하는 정치적 제스처를 취했다고 볼 수도 있다. 즉 마지막까지 박 최고위원의 설득을 위해 노력했다는 모양을 갖추면서 박 최고위원의 일탈 행보가 무리한 것임을 부각시키고 이를 후유증 진화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을 했다는 얘기이다.

이와함께 김 총재가 꼬인 매듭을 하나하나 풀기보다 매듭을 잘라 버리는 문제해결 방식을 취한 배경도 몇가지로 점쳐볼 수 있다.

무엇보다 대선을 2개월 남짓 남긴 시점인만큼 당내 문제로 더이상 대선행보를 주춤거릴 수 없다는 판단을 했던 것 같다. 민주당 등이 이미 선대본부를 출범시킨 시점에서 접점없는 소모적 논쟁을 계속하기보다 비록 상당한 당내동요와 대선국면의 변화를 감수하더라도 속전속결로 나가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상황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른바 박 최고위원의 「대사색」이 노태우대통령의 탈당에 따른 심적 공동감에서 비롯됐다고 봐왔으나 최근 박 최고위원의 태도는 김 총재를 겨냥하고 있고 그것이 이해될 수 있는 수준을 넘고 있다는 판단도 곁들여진것 같다.

또 박 최고위원의 행보와 관련,청와대와의 교감설이나 박철언의원 등 반김 계열의 입김설 등이 흘러나온 것도 김 총재의 심기를 크게 불편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김 총재가 박 최고위원과 결별할 경우 단순히 도상관측으로 예측키 어려운 문제들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현실적으로 여전히 김 총재가 고심해야할 대목이다. 최악의 상황서 박 최고위원과 행동을 같이할 당내세력은 5명 안팎이라는게 상도동의 분석이지만 단지 숫자로 계량키 어려운 문제들이 더 크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한 핵심측근은 『김 총재가 대체적인 결심을 한 것 같으나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전에 직접 박 최고위원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게될 것』이라며 『설득할만큼 했는데도 굳이 가겠다는 사람을 붙잡고 매달리는 것은 김 총재의 정치방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이유식기자>

▷TJ의 고심◁

박태준 민자당 최고위원의 향후 거취문제가 가까운 시일안에 판가름날 것 같다.

자신의 포철회장직 사퇴에 따른 회사 임직원들의 동요를 무마하기 위해 전날 포항에 내려온 박 최고위원은 8일 하오 김영삼총재의 「치종답변」을 들고온 김영구총장과 황인성 정책위의장을 면담,「내각제공약화」를 주조로한 자신의 요구사항의 충족여부가 가부간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김 총재의 「최종답변」을 공식 접수,박 최고위원으로서도 포철회장직 사퇴에 이은 또 하나의 중대한 결심을 굳히는 계기를 비로소 맞게된 셈이다.

이날상오 김 총장은 포항으로 떠나기앞서 박 최고위원의 한 측근에게 전화를 걸어 『총재의 뜻을 공식 전달하러 간다』며 방문취지를 사전에 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박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당내 잔류여부와 관련한 김 총재와의 「정치적 교섭」이 마지막 수순에 도달했다고 결론짓고 최종선택을 결행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위해 박 최고위원은 최재욱 비서실장을 급히 포항으로 호출,이날 하오부터 「영일만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작업에 착수,박 최고위원의 숙인 포철 영빈관 A동은 긴박한 분위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 4일 김 총재와의 회동에서 탈당을 배수진으로한 「정치개혁안」의 수용을 강력히 요구한바 있으며 이후 김 총재와 한치도 양보없는 제로섬의 대치상태를 거듭해왔다. 박 최고위원 요구사항의 요체인 「내각제공약화」는 따라서 「TJ의 마지노선」이었음이 비로서 확인된 셈이다. 박 최고위원의 「내각제 개헌안」은 당초 자신의 당내 잔류명분을 위해 제시된 카드였던 것으로 보인다.

박 최고위원이 앞으로 취하게될 정치행보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드러날지는 분명치 않지만 중대결심을 할 경우 민자당내는 물론 정치권 전체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날 것이란게 일치된 관측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 최고위원의 향후거취는 그 자신이 정치적 자세를 견지하는 한 「지역패권주의」와 「양김 구도」에 맞선 새로운 정치세력의 결집을 가속화시키는 결정적 동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

이와관련,지난 2일의 포철 광양4기 준공식 행사이후 박 최고위원의 동정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있는 몇가지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3일 박 최고위원은 국립묘지의 고 박정희대통령 모역을 참배,포철회장직 사의뜻을 처음으로 암시했는데 이 자리에는 김용환의원도 함께 참석했었고 이날 하오 박 최고위원은 김 의원의 주선으로 시내 H호텔에서 김우중 대우그룹회장과 극비리에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고 있다. 또 이틀뒤인 5일 박 최고위원은 정주영 국민당대표와도 전격회동 했음이 아울러 확인됐다. 묘하게도 박태준 정주영 김우중이란 「경제거인」 3인이 사흘새에 연쇄적으로 회동한 것이다. 이같은 대목이 과연 이 시점에서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와관련,주목되는 점은 역시 박 최고위원의 향후 행보이다. 만일 그의 중대결심이 기정 사실화 한다면 민자당의 내부동요는 둘째치고라도 「외생변수」의 급속한 성숙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나아가 박 최고위원의 이탈이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특정인사들끼리의 담합으로 이어진다면 민자당의 동요는 예상보다 훨씬 큰폭으로 진행될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 선택의 몇가지 인자중의 하나로 「자금」이 작용한다고 한다면 민자당 소속 의원들은 밖으로부터 훨씬 강한 오인을 경험하게 될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박 최고위원의 탈당이 현실화된다고 해도 당장 그 자신이 반 김 세력 졀집의 이니셔티브를 쥐게될 것인지는 이 시점에서 선명하게 예측키 어려운게 사실이다.

박 최고위원 자신으로서도 중대결심이후 제2의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결행이후에도 상당 기간의 모색기를 거치게될 가능성이 높이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마지막 선택의 시점에 와있다』는게 포항의 분위기이며 따라서 바로 이날 TJ의 포철회장직 사퇴가 수리된 것도 그의 마지막 선택을 웅변으로 예고하는 증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포항=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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