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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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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 미군정청 중앙청 그리고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 경북궁의 기맥을 끊고 근정전을 가로막은 하나의 건물은 이처럼 기구한 변천을 겪으며,우리 역사의 영욕을 상징하고 있다. 박물관으로 자리잡은지도 어언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오가면서 볼때마다 착잡한 심경을 가눌 길이 없다. ◆해방후의 혼란과 건국,다시 6·25의 참변을 겪으면서 흉물같은 건물에 미처 관심을 쏟을 겨를이 없었다. 박물관 이전이 결정될 즈음,격렬한 논란이 벌어졌다. 의견은 몇갈래로 흩어져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아주 없애버리자는 완전 철거론에서 그런대로 건축사의 의미를 살려 옮기자는 주장,그대로 보존하든가 변형해서 역사의 교훈으로 삼자는 의견도 있다. 고스란히 지하에 묻어버리자는 초강경론까지 나왔다. ◆어떻든 우리 역사의 실체이며 살아있는 민족사인 국립박물관이 이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음은 분명하다. 정부의 미래청사진이 어떤가 몹시 궁금했는데 마침 이수정 문화부장관이 국회문공위에서 구상의 일단을 밝혔다. 「국립중앙박물관을 현재의 용산 미8군 부지내로 옮기고 경북궁안의 군부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전시킨다」는 방침이다. ◆기껍게 찬성할만한데,단 두가지 요망사항이 있다. 경북궁 복원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대역사가 끝나면 옛 모습이 재현될 것이다. 복원의 뜻은 말 그대로 원래대로 회복함이라면 지금의 박물관 건물은 어떻게할 것인가. 현 위치에 남겨둔다면 복원의 의미가 크게 삭감될 것이 뻔한 이치가 아닌가. 총독부는 건물이 무슨 문화재라도 된다는 것인가. 단호한 결정이 있어 마땅하다. ◆새로 지을 국립중앙박물관은 그 자체가 우리 시대의 문화재가 되도록 해야한다. 실용과 기능을 살리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의지가 요구된다. 독립기념관과 같은 졸속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느긋하게 오랜 세월에 걸쳐 차근차근 지어가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래야 박물관에 자존과 자긍이 들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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