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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기 추락 테러냐 고장이냐(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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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기 추락 테러냐 고장이냐(세계의 창)

입력
1992.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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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2개 동시 발화가능성 희박/3­4개월 지나야 진상 밝혀질듯【파리=한기봉특파원】 이스라엘 엘알 항공사의 보잉747 화물기가 일요일인 지난 4일 저녁 암스테르담 근교의 아파트단지에 추락한 사고는 전후 네덜란드의 최대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아직까지도 사체 발굴작업이 계속중이나 2백50여명 이상이 사망,실종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사고 직후 정부 및 항공사조사단을 각각 파견,네덜란드 당국 및 사고기의 엔진제작사인 미국의 프랫 앤드 휘트니사와 함께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비행기가 이륙 15분후 도시의 9층 아파트 1개동에 그대로 곤두박질한 이번 참사는 사고기가 이륙 직후 오른쪽 날개 엔진 2개에 불이 나면서 통제불능 상태에 빠져 일어났다. 이는 당시 조종사와 관제탑의 숨막히는 교신내용에서 확실히 밝혀졌다.

그러나 문제는 엔진 2개가 어떻게 거의 동시에 불이 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같은 경우는 최첨단 현대식 항공기에서 거의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점차 사전조작에 의한 테러의 가능성이 유럽 언론들에 의해 보도되고 있다.

항공전문가들에 의하면 비행기가 자체결함으로 엔진 한개에 불이 날 확률은 1만분의 1도 안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번 사고처럼 좌우 날개엔진 4개중 한쪽 엔진 전체가 동시에 화재가 나는 경우는 상상하기 힘든 가정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사고화물기는 4일 하오 6시21분 암스테르담 시폴공항을 이륙했다. 조종사는 6분후 오른쪽 날개 3번 엔진에 불이 났다는 구조신호를 보내고 긴급착륙 할 활주로를 요구했다. 수분후 다시 4번 엔진에도 화재가 발생했다는 교신을 보낸후 『추락한다』라는 다급한 말을 마지막으로 비행기는 6시36분 거대한 화염과 함께 아파트단지에 추락했다.

설령 항공기의 정비결함을 가정한다 하더라도 각각 다른 엔진에 대한 거듭된 정비실수는 있을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사고직후 일단 테러의 가능성은 공식적으로 배제했으며 네덜란드 교통당국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조사단장으로 사고현장에 파견된 아모스라피도 전공군참모총장은 이스라엘 신문과의 회견에서 『개인적으로 항공기에 대한 파괴공작이 있었다고 본다』고 밝혀 정부와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만약 테러행위가 개입됐다면 그동기는 라빈 총리의 취임이래 진전되고 있는 중동평회회담에 대한 강한 불만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79년에 문제의 엔진을 제작한 프랫 앤드 휘트니사도 『사고기의 엔진에 특별한 결함이 있었던 적은 없다』면서 기계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추락원인의 미스터리와 함께 당시 사고기가 적재했던 화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엘알항공사는 전체화물 1백14톤은 전자 및 섬유류 수입제품이라고 밝혔으나 한 이스라엘 방송은 향수와 가연성물질이라고 보도했다. 사고기는 뉴욕을 출발,이스라엘로 오던 중에 암스테르담에 기착했었는데 「민감한」 물질 또는 미국의 무기가 실려 있었을지 모른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항공기의 자체결함과 테러 등 두가지 가정 모두가 아무런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블랙박스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추락원인은 최소한 3∼4개월이 지나야 규명될 전망이다. 물론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상조사 결과 테러행위에 의한 것으로 입증된다면 중동의 평화기류는 냉각될 것이며 다시 긴장감이 고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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