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부터 3차례… 유권자 관심집중/부시 막판뒤집기 노려【뉴욕=김수종특파원】 대통령선거일을 25일정도 남겨놓고 있는 미국인들은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대통령후보 텔레비전 토론에 벌써부터 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여론조사대로라면 세계정세의 대변동이 없는한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비관적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는 뉴욕타임스는 기사 논평 사설에서 클린턴의 승리를 하나의 흐름으로 몰아가고 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에게 대반격의 유일한 기회가 있다면 오는 11일부터 열흘간 집중적으로 벌어지는 TV토론시리즈라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부시 진영의 회피로 일단 무산되는 듯했던 텔레비전 토론은 부시 대통령의 전격제의로 날짜와 토론형식이 확정됐다. 제1차 토론은 11일 열리며 토론형식은 기자가 각 후보에게 질문을 하는 방법이 채택됐다. 제2차 토론은 15일로 청중이 각 후보에게 질문하는 타운미팅 형식이고,제3차 토론은 19일로 기자패널리스트와 사회자가 있는 절충형이다.
텔레비전토론은 대통령선거운동 과정에서 전당대회에 버금가는 중요한 행사로 미국유권자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선거종반전에 들어서면 각 후보 진영이 늘어놓는 각종 정책과 상대방에 대한 공격 등이 TV광고를 통해 어지럽게 쏟아져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후보가 한자리에 모여 벌이는 TV토론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지지자를 확연히 선정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나 클린턴 주지사는 텔레비전 토론에 대한 전략을 막판 선거운동의 승부수로 보고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민주당 전당대회이후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지고 있는 부시 대통령에게 텔레비전 토론을 역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9월에 시작되는 텔레비전토론을 10월로 늦춘 것은 백악관측의 계산된 전술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 역사상 이렇게 날짜를 집중하고 형식을 다양화시킨 TV토론은 없었다. 따라서 종전의 토론과 다른 극적효과와 이에따른 선거판도의 변화를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평론가는 「9일간의 역전(?) 드라마」가 연출된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TV토론에서 아직 남아있는 큰 문제는 사회자와 토론자를 선정하는 일. 민주당이나 공화당측이 자기네 후보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원치않기 때문이다. 특히 부시 진영은 이 문제에서 더욱 까다롭다.
대통령선거전에 TV토론이 본격 도입된 것은 1960년의 케네디닉슨 대결이었다. 이 당시 두 후보의 TV대결은 전세계의 화제였고,케네디는 이 토론의 승리를 기폭제로 하여 백악관을 차지했다.
그러나 TV토론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도전과 응전 그리고 협상에 의해 이루어진다. 현직대통령이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안하면 그만이다. 실제로 1964년 존슨 대통령은 TV토론을 거부하고도 당선됐다.
또 닉슨 대통령은 케네디와의 토론을 악몽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68년과 72년 선거에서 TV토론을 거부하고도 수월하게 당선됐다.
TV토론이 후보를 평가하는 좋은 방법이냐를 놓고는 미국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까다로운 질문에 임기응변으로 잘 넘어가는 사람이나 미남형의 인물이 훨씬 유리한 일종의 중우 정치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케네디닉슨 토론에서 라디오만으로 토론을 청취한 유권자들은 대부분의 닉슨에게 점수를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전국민이 동시에 대통령후보를 비교평가하는 방법으로서 TV토론의 대안은 없다. 포드카터,카터레이건,레이건먼데일,부시듀카키스 등 76년이래 대통령후보 토론은 거의 제도화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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