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정치실험이 될 중립선거 관리내각의 출범을 앞두고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노태우대통령의 「9·18조치」에 따른 「중립내각」은 이제 출산만을 남겨놓은 상태로 7일께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중립내각」을 이끌어갈 얼굴격인 총리가 과연 누구일 것이며,그 내각의 면모는 어떻게 구성될 것인지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중립내각」이 과연 만능일 것인가에 의문이 닿는다.
노 대통령은 「9·18조치」 발표문을 통해 『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정부의 공정한 선거관리가 한점의 의혹도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립적인 선거관리 내각을 구성키로 결단을 내렸다』고 밝히고 있다.
○기대와 의문 교차
그렇다면 「중립내각」은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무슨 신통력이라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우리 헌정사에 얼룩져온 금권·관권선거의 뿌리깊은 관행이나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으로 볼때 「중립내각」의 구성만으로 하루아침에 선거의 공정성이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우리의 권련구조에서 차지하고 있는 내각의 비중을 보면 이러한 우려는 한층 짙어진다. 제3공화국 출범이후 지금까지 총리가 18번(서리포함)이나 바뀌었지만,그때마다 내각의 성격은 「실무내각」이나 「방탄내각」 또는 「친정내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내각은 오로지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지는」 대통령 중심제 제하에서의 내각이 갖는 한계 때문이다.
결국 통치권자는 내각개편을 필요에 따라 자의적으로 운영해온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제3공화국 시대에는 내각운영이 장기집권에 따른 국민의 염증을 덜어주기 위한 통치수단의 하나로 자주 사용돼왔다. 이런 까닭에서 정기국회만 끝나면 으레 개각이 단행됐고,그것도 대부분 국민에게 신선감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대폭적」이었다.
또 제5·6공화국에서는 「민심수습」용으로 내각이 자주 바뀌었다고 볼수있다. 제5공화국에서 대부분 대형사건이나 사고직후 민심수습을 위한 충격요법으로,또는 문책적 성격으로 단행된 특징을 갖고있다.
내각의 개편이 이처럼 통치권자의 자의적인 판단에서 이뤄져온 현실과 우리의 권력구조가 대통령중심제인 것을 감안하면 새로 탄생될 「중립내각」에 과연 어느정도의 기대를 걸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중립」 퇴색 우려
내각의 외형이 아무리 「중립」이라고 해도 내각운영의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이나 그를 둘러싼 집권세력의 의지에 따라서 「중립」의 성격이 퇴색될 우려도 없지않다.
「중립내각」의 모양새보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더욱 중요시 되고있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이다.
다가올 대선의 공정관리를 위한 노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시비의 대상은 되고있지만 그가 민자당을 탈당한 것이나 5월 민자 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밝힌 그의 고별인사 등으로 보아서도 그렇다.
노 대통령은 이날 고별인사를 통해 선거문화의 일대혁신을 강조한뒤 『선거의 공정성 시비에 종지부를 찍고 새정부의 정통성과 도덕성에 대한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 9·18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대선공정 관리에 대한 강한 의미지를 보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를 곱게만 보지않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특히 그가 지금까지 보여온 통치스타일,최근의 몇가지 조짐들을 볼때 그의 의지가 점차 퇴색돼가고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을 갖게한다.
○대통령 의지 중요
지금 정가에는 노 대통령을 자기편으로 끌어안기 위한 기득권 세력의 집요한 설득과 회유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사실이라면 귀가 엷은 것으로 알려진 노 대통령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주변 얘기에 그의 의지가 흔들린 경우를 많이 보아온것이 우리 국민이다.
또하나,노 대통령의 의지에 의구심을 갖게되는 것은 안기부장의 유임설 때문이다. 안기부장의 유임설이 청와대쪽으로부터 흘러나오면서 「중립내각」에 대한 그의 의지를 많은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고있다. 더구나 지금의 안기부장은 한준수 전 연기 군수의 양심선언에서 비롯된 관권선거 시비때 야당측이 문책을 주장한 대상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어차피 결과가 뻔한 「중립내각」의 구성보다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실천의지가 대선의 공정성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립내각」출범을 계기로 다시한번 선거의 공정관리를 위한 대국민 선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다. 그것은 스스로를 묶는 다짐이 될 것이기 「중립내각」은 결코 선거의 공정관리를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다. 새로운 정치실험은 이번으로 끝나야 한다. 민주정치의 꽃인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다.<편집국장 대리>편집국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