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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에서 실질로(사설)

입력
1992.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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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대통령이 5일 정식으로 민자당을 탈당했다. 그의 탈당은 이미 9·18선언때부터 기정사실화 되어오던 터이지만 이날로써 대통령과 민자당 즉 당정간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는 셈이다. 이로써 우리나라에 헌정사상 처음으로 당적을 안가진 대통령이 탄생하게 되었다.노 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분석이 나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거니와 막상 그 결과의 심각성에 관해선 정치권부터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하는 느낌이 든다. 그의 탈당이 중립내각 구성문제와 맞물려 탈당자체의 의미보다 중립적 선거관리쪽에다 비중을 담게된 탓도 있겠으나 여야 모두가 의도적으로 원칙과 정론에 바탕한 사태전망을 외면하고 정략적인 이용가치만을 강조한 것이 그의 탈당의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노 대통령은 민자당을 떠나면서 『내가 주도하여 창당하고 총재직을 맡아 이끌어온 민자당,그리고 나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민자당의 당적을 떠난다는 것이 정치이전에 인간적 정리의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가슴아픈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과연 그의 민자당 탈당이 정치이전에 인간적 차원에서만 다루어져야할 문제이며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다는 말로서 끝내버릴 수 있는 문제인지는 신중히 생각해 봐야할 일이다.

대통령 책임제 정치체제 아래서 그의 말대로 자신이 참여하고 자신이 이끌고 자신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준 정당을 대선직전에 이런 식으로 탈당하는 것이 정치도의상의 문제는 고사하고라도 정치의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얘기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민주주의의 기반인 의회정치를 지향하고 정당정치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상황아래 자신이 그 당을 총재로서 대통령직을 수행해온 터이라면 의당 그 당의 재집권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치상식이요 그 당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정상적인 정치라고 보아야 옳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이 결코 환영만 할 수 있는 정치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선거문화의 혁신을 기원하는 그의 신념과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바가 아니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번의 대선이 공명정대하게 치러지기를 원한다. 다만 공명선거의 실현이 노 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라는 점을 지적해두고자 하는 것이고,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관권선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요식행위 못지않게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와 그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두고 싶다.

기왕에 기정 사실화한 노 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을 더이상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으나 그가 의도하고 실천에 옮기려는 공명선거를 위해서는 이제부터의 정부의 선거관리 자세와 구체적 관리체제 수립 및 그 방법 등이 보다 중요한 과제가 될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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