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생까지 “싹쓸이” 재미/떡치기·가보잡기등 유행/대학가 주변은 「포커」 소굴/교내 아무데서나 한판/등록금등 순식간 날려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어른들의 도박병은 대학생들은 물론 어린 국민학생들까지 도박의 전염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과외금지 해제조치후 아르바이트로 용돈이 풍부해진 대학생들이 도박판서 등록금 하숙비를 날리는가 하면 국민학생들은 가보잡기 전자도박으로 어른흉내를 내면서 비뚤어져 간다. 최근 서울 관악경찰서에 상습도박 혐의로 검거된 정모군(25·S대 농학4) 등 S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낀 도박꾼 8명은 관악구 봉천4동 여관에서 1회 판돈 30만∼80만원을 걸고 속칭 하이로 포커판을 벌였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10만원권 자기앞수표 9장과 1만원권 지폐 70만원 등 모두 1백66만원의 현금을 압수했다. 이들은 3∼4개월전부터 이 여관에서 1천만원대의 도박을 계속해왔으며 과외를 해서 번 돈과 고향에서 보내는 하숙비 등을 도박에 쓸어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생 자가용족이 늘어나면서 캠퍼스에서 승용차를 주차해놓고 찻속에서 포커판을 벌이는 경우도 잦다.
대학가 주변 고시촌에서는 졸업생 고시생들이 어울려 1회 최고 1백만원대의 포커판을 벌이는데 학생을 노린 상습도박꾼들이 기거하며 판돈을 싹슬이 해가는 일도 있다. S대 대학원 외교학과의 최모씨(26)는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포커를 하다 하룻밤 사이에 2백50만원을 날렸다』며 『신분확인까지 할수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학생같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의 지방캠퍼스가 있는 지역의 하숙방 자취방 여관 등에서는 등록철마다 큰판이 벌어진다. H대 안산 캠퍼스의 엄모군(24)은 지난 학기 포커판에서 60만원을 날린뒤 이를 메우느라 한 학기동안 진땀을 뺐다. 또 대학가 주변의 당구장 카페 등에서는 밤마다 셔터문을 내린뒤 포커판을 벌이는 곳도 있다. S대 입구 네거리에 있는 모당구장에는 비밀통로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들은 승용차로 한강시민공원에 나가 포커를 하거나 친구가 입원한 병실에까지 찾아가 판을 벌인다.
대학원생들중에는 연구실에서 틈틈이 판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
대학생들의 포커 등 도박은 7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캠퍼스에 번지기 시작한 것으로 요즘은 아무데서나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요즘 국교생들 사이에는 일명 「떡치기」 「가보잡기」 등이 유행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교실 한 구석에 삥 둘러앉아 책위에 백원짜리 동전을 올려놓고 주먹으로 책을 탁 쳐서 돈이 뒤집어 지면 돈을 먹는 떡치기를 즐겨한다. 책을 폈을때 두 페이지의 끝숫자가 2개를 합한뒤 10을 뺀 나머지 숫자로 우열을 가리는 가보잡기도 성행한다.
또 맞벌이 부모가 밖에 나가고 없는동안 친구들을 집에 불러들여 어른들이 하는대로 광을 팔고 싹슬이 피박의 재미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최근 급속히 보급된 개인용컴퓨터(PC)를 이용,전자고스톱 포커 등으로 급우들과 돈내기를 하는 학생도 많다.
국민학교 앞의 문방구에서는 사행심리를 조장하는 일명 「대재벌」 「럭키벼락부자」 「기업왕게임」 등의 모조 지폐복권 등 한탕주의에 쉽게 물들 수 있는 미국식의 게임놀이들이 화려한 포장을 하고 어린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 서점에서는 「정통카드게임 108선」 「실전고스톱」 「마작입문과 필승법」 「고스톱 백과」 「비법 빠징꼬·슬럿머신 게임에 승리하는 지혜」 등의 도박지침서도 많다.
성남시에 사는 이모씨(48)는 『지난 8월말 둘째아들(15)이 집에서 통장을 갖고 나가 10만원을 인출,같은 또래들과 「고스톱」을 하는 현장을 목격했다』며 청소년에까지 번진 도박폐해를 고발했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중고생들 ”포커 모르면 바보”/쉬는 시간마다 “헤쳐모여”/고교생이 천만원 빚지고 가출/딴돈 유흥업소 탕진 탈선 속출
경북 예천의 K고 3년 김모군(19) 등 청소년 12명은 등록금 책값 과외비 등으로 무려 11개월동안 예천군의 여관 등지를 전전하며 수백만원대의 판돈이 걸린 도박판을 벌이다 지난해 9월 경찰에 구속됐다.
이들 가운데 임모군(19)은 1천만원의 노름빚을 갚을 길이 없자 대구로 달아났다가 상습도박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으며 김군 역시 노름빚 수백만원을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소동을 빚었다.
서울 강남의 모고교생 김모군(17)의 별명은 「지존」. 포커를 잘 한다고 친구들이 붙여준 것이다.
얼마전 국내에서 개봉돼 중고생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지존무상」 「정전자」 「도협」 등 포커노름을 소재로한 홍콩영화의 영향으로 웬만한 학생들은 트럼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김군은 『요즘은 국민학교 고학년들만 돼도 고스톱은 물론 포커를 할 줄 모르면 바보취급을 당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B고교 2년 석모군(17)에 의하면 보통 한번에 10여명씩이 매일 학교 안에서 쉬는 시간에 포커판을 벌이고 있다. 석군은 『돈을 따게 되면 오락실·당구장·군것질 값 등으로 지출,포커에 손을댄 이후 디스코테크·영화관 등 유흥업소 출입이 빈번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서울 S고 2년 박모군(17)은 지난 6월초부터 점심시간이면 덩치 큰 5∼6명이 창가에 둘러앉아 포커를 하는 바람에 공부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한다.
이 포커판은 카드 한장에 걸 수 있는 돈이 1천원이어서 성인들이나 할 수 있는 판돈 1만∼2만원대의 도박으로 주위에 구경하는 학생들까지 모여들어 응원·야유로 왁자지껄하다. 포커나 고스톱외에 「돈던지기」 「직빵」이라는 당구게임 등 돈 놓고 돈 먹는 식의 놀이는 다양하며 최근엔 기계를 이용한 도박이 번지고 있다. 도박기계의 종류도 다양해져 고스톱·로열카지노·스리세븐라인 등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청소년들에게 가장 유행하는 것은 고스톱과 로열카지노이나 이길 확률은 10%미만으로 아주 낮다. 로열 카지노의 경우 1백원에 5점씩을 9개의 무늬를 조화를 맞추어 돈을 따는게 게임이다.
만약점수를 얻게되면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거나 스톱을 시켜 딴 점수만큼 동전이 나오게 되어있다. 아니면 다음 게임으로 넘어가기 위해 고(GO)를 시키면 부츠를 신은 카우보이 차림의 여자그림과 트럼프 몇장이 펼져진채로,또 1장은 뒤집혀진채로 나온다.
이 뒤집혀진 카드가 「7보다 높으냐 낮으냐」를 알아맞히게 돼있는데 만약 틀리면 자신이 건 돈을 모두 잃는다.
학원가·만화가게·학교앞 구멍가게에서 사행심을 조장하고 있는 전자빠찡꼬는 컴퓨터를 이길 확률이 거의 없어 일본에서도 외면당한 전자오락.
빠찡꼬와 포커를 혼합한 전자빠찡꼬는 1백원에 5베팅,최고 32베팅까지 할 수 있다. 빠찡꼬가 시시한 학생들은 카드밑에 여자가 나오는 옷벗기기를 한다.
승리할때마다 그림의 여자가 신발 머플러 조끼 반바지 웃옷 브래지어 팬티 순으로 벗는데 마지막 단계로 병을 치우면 화면에 분홍빛 하트가 나오고 모든 동전이 쏟아진다.
전자포커 전자고스톱에 이어 퍼진 빠찡꼬는 기본이 1백억원부터 1만원까지로 게임형태와 지급액수가 다양하다. 모고교 남학생 김모군(18)은 『한달동안 매일 같이 1만원씩 들고가 옷벗기는 기계를 연구했는데 끝내 풀지못한것을 보면 돈을 딸 확률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봉천5동의 D오락실에 자주 다니는 이모군(14)도 일반 전자오락을 하다 시시한 생각이 들어 빠징꼬를 하게 됐으나 30분도 안돼 책살돈 1만원을 잃곤 했다.
한달전부터 빠찡꼬에 재미를 붙인 S고 3년 박모군(17)은 『매일 한번씩 전자도박장에 들르는데 한달새 10만원을 잃었다』고 말했다. 종로 영산일대에 밀집해 있는 성인 전자도박장도 낮 고객은 대부분 중고생이다.
지난 6월 서울 K경찰서 민원실에 찾아온 유모씨(40)는 동네의 전자도박장을 단속해줄 것을 호소했다. 모범생이었던 아들(15)이 지난해 8월부터 책값을 타가고도 책을 사지않고 지갑에서 돈을 자주 훔쳐가 알아보니 그동안 오락실에서 전자빠찡꼬를 해왔다고 실토했다는 것이다.
또 D상고 2년 김모군(18)은 지난해 11월 전자고스톱을 하다 등록금을 모두 잃고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겨우 등록금을 냈다.
몇해전 서울 K경찰서는 포커를 하다 돈을 잃자 돈을 딴 친구를 살해하려한 김모군(15·J중 3년)을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의하면 김군은 동작구 사당동의 집 옥상에서 같은 학교 한모군(15)과 함게 1시간여동안 포커를 해 3만원을 잃자 한군에게 『나중에 주겠다』며 집에서 나온지 5분후 한적한 길에 이르자 한군의 뒤통수를 벽돌로 때려 실신시킨뒤 길옆 하수구에 밀어 넣었다.
김군은 다시 하수구로 내려가 신음하고 있는 한군의 목을 죄고 스크랩용 칼로 목을 찌르고 달아나기까지 했다.
이들은 같은 학교 급우들로 지난 1년간 판돈 1만원 가량의 포커게임을 30여차례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특별취제반>특별취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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