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도박이라는 악마(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도박이라는 악마(사설)

입력
1992.10.05 00:00
0 0

노름은 악마의 일과라고 한다. 나아가서 탐욕의 아들이요 절망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서양의 속담이다. 「노름은 도깨비 살림」이라는 말이 우리 속담에도 나온다. 마약과 마찬가지로 도박은 인간을 파괴하는 사회악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약엔 엄격하면서 도박을 대하는데엔 무르다. 경각심이 약하다는 뜻이다.이 사회엔 지금 도박병이 전염병처럼 만연하고 있다. 한국일보 캠페인 기사 「도박병」은 「도박이 우리 사회를 망쳐가고 있다」는 심각한 진단을 내렸다. 심심하다는 핑계로 두드리는 고스톱을 비롯,골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때와 장소의 가림도 없는 지경이다. 노름이 거의 생활화되어 가지않나 하는 끔찍한 생각마저 든다.

전문도박단과 사기꾼의 덫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지난 2일 하루에만 지방에서 상습도박꾼과 전국을 무대로 한 억대의 장기사기단이 붙잡혔다. 이쯤은 오히려 송사리급일수도 있을 것같다. 거액의 도박판이 벌이지는 이른바 「하우스」라는 것이 서울에만 수백곳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름은 노름으로 끝나지 않는다. 재산탕진과 가정파탄은 물론이고 강력범죄와 연계되기 일쑤다. 소름끼치는 노름빚 살인이나 유괴범죄의 원인이 도박에 있음이 가끔 드러난다. 이러다보니 폭력이 개입할 여지가 넓기만 하다. 도박은 이처럼 사회악의 결집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도박의 피해는 가담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악마의 손길은 투기심리를 자극하며 일하는 보람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일확천금을 놔두고 땀의 대가를 받는게 왜소하고 우습게 여겨지도록 만든다. 탐욕이라는 악마의 심술은 한번 걸려들면 그 사슬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마약화에 비교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

도박병이 오늘과 같이 고질화 한것은 그럴만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누적된 사회병폐의 반영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투기심과 허무주의와 냉소적인 분위기가 도박병의 병인이자 매개체 노릇까지 했다고 봄직하다. 게다가 불안심리와 환락주의가 가세하였다.

노름병을 퇴치하기 위해선 먼저 노름에 대한 관용적인 사고를 물리쳐야 한다. 심심풀이라든가,판돈이 얼마안되는 장난인데 하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는게 마땅하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아울러 기강확립의 차원에서 범사회적인 치유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됨이 요구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