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의 황금어장 신개발지/신도시등 엄청난 보상금 노려/쓸곳 모르는 졸부 “사냥”/1점당 백만원 고스톱은 예사/패가망신 주민들 자살소동도도박에는 지역이 따로 없다.
엄청난 개발보상금이 쏟아져 들어오는 신도시 주변이나 대규모 정부공사 지역주변은 도박꾼들에게 놓칠 수 없는 황금어장이다.
경기 일산·분당 등 신도시주변과 천안·아산 등 서해안 개발지역의 배후 도시에는 수십개 도박조직들이 몰려들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농한기에 마을 사랑방에 모여 심심풀이로 즐기던 농촌 화투판도 전문도박꾼들에 의해 점령된지 오래이다.
추곡수매와 각종 농산물이 출하되는 가을은 이들 도박꾼들이 대대적인 지방공략에 나서는 시기이다.
개발지역이나 주변농촌의 주민들은 갑자기 큰 돈을 만지게 되면서 사고의 혼란을 겪고 있는데다 별다른 투자경험도 없어 이들 도박꾼들이 허영심을 부추기면 쉽게 걸려들게 마련이고 무엇보다 단속의 손길이 미약해 도박꾼들의 먹이감으로도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개발지역주변의 도박규모는 엄청나다. 고스톱을 칠 경우 점당 1만원은 아예 노름축에도 끼지 못한다.
대개의 경우 점당 10만원에 크게는 1백만원짜리도 드물지 않다.
지난 4월 경찰에 붙잡힌 전문도박꾼 김모파는 충남 서해안지역 개발로 떼돈을 번 졸부들과 현지주민들을 상대로 판돈 1백억원대의 초대형 도박판을 벌여 불과 한두달만에 수십억원의 현찰을 긁어모았다.
이들은 또 매회 판돈의 10%를 자릿세로 받아 모은 돈을 10%의 선이자를 떼고 빌려준뒤 차용증을 쓰게 하고 돈을 갚지 못하면 토지에 근저당을 설정,채권을 확보하는 수법으로 노른자위 땅까지 거둬들였다.
지난해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이 경기 북부지역의 최대규모 사기도박단인 왕눈이파의 하우스를 덮쳤을 때 현장에 있던 현금·수표가 무려 9천만원이었으며 수십억원에 달하는 집과 땅문서가 어지럽게 널려있어 수사관들조차 엄청난 규모에 기가질릴 정도였다.
지난 1월초 새만금 간척사업지구 어업피해 1차 보상이 실시돼 1백72억원이 풀린 전북 부안일대도 한동안 심한 도박열병을 앓았다.
부안읍내 뿐 아니라 전주·김제·정읍 등지에서 원정온 꾼들이 보상금을 받은 어민들을 꾀어 대거 한탕한뒤 줄행랑을 놓았다.
이로인해 일터나 보상금을 한꺼번에 잃은 주민들이 속출하고 패가망신을 비관해 자살하는 일이 생기는 등 후유증이 깊게 남아있다.
부산에 인접한 경남 김해군에서 농사를 짓던 서모씨(48·여)는 지난 90년 논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수십억원의 현금을 보상받았다.
농사지을 땅을 잃고 할일이 없어진 서씨는 쉽게 도박꾼들의 유혹에 걸려들었다. 『계모임을 갖자』는 말에 넘어가 곗날에 점당 1백원짜리 고스톱을 치게 된 것이 자연스럽게 거액의 도박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결국 잃은 돈을 만회하겠다는 생각에 하우스에 발을 들여놓은지 2년만에 집을 포함한 재산을 모두 날려버렸다.
가정으로 돌아갈 면목을 잃은 서씨는 현재 하우스에서 음료·담배 심부름을 하면서 하우스장으로부터 잡비를 얻어쓰는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 농촌에 번지고 있는 도박열풍은 훨씬 더 그 폐해가 심각하다.
지난 1월 전북경찰청의 농촌 도박사범 검거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90% 이상 급증,농촌도박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강릉·속초 등을 끼고 있는 강원 영동지역 등 관광지 주변주민들도 도박꾼들의 제물이 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도박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평소 주민들 사이에 도시인들의 관광지 과소비풍조에 대한 동경심리가 크게 번져있어 도박꾼들의 공략에 약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도박꾼들은 중소 상인 등 대상자들을 이곳에 즐비한 콘도·호텔에 초대,골프까지 가르치는 등 한껏 허영심을 돋우어 놓는 등 교묘한 유인책을 쓰고 있어 한번 점찍히면 거의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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