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축제도 항의시위로 얼룩/구 동독인 생활향상엔 낙관론/설비투자 매년 증가… 올 1천억마르크 넘어설듯【베를린=강병태특파원】 독일연방 15개주는 통일 2주년인 3일 구 동독 메크렌부르크 포어폴메른주 수도 슈베린에서 통일기념 축제를 갖는다. 통일축제는 매년 주협의체인 연방상원의 윤번제 의장주에서 열린다.
그러나 올해 통일축제는 지난해 함부르크의 첫 통일축제에 비해 「축복」받지 못하는 행사가 될 전망이다. 이 주는 원래 독일의 최빈곤 농업지역인데다 통일후 농업부문에서만 15만명이 실업상태에 있다.
이날 농업 산림 노조 등은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슈베린시는 콜 총리 등 10만명이 참석할 축제행사지역을 봉쇄할 예정이지만 소란을 피할 수 없다.
2주년을 맞은 통일독일의 경제 사회상황은 일견 어둡게만 비친다.
공식 실업인구 1백20만명,단축조업 및 재교육 근로자를 합해 3백만명(실업률 40%)에 이르는 실업자 통계는 동독의 경제사회 문제를 상징한다. 서독의 부와 콜 총리 등 서독인들에 대한 불만과 분노로 바뀐 것으로 묘사된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통일직후 77%였던 동독인들의 시장경제체제 지지는 44%로 떨어졌다. 이 불만은 외국인 난민들에 대한 적대행위로 왜곡 표출돼 사회질서 위기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서독쪽에서는 동독 재건비용을 잘못 예견한 정부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면서 세금인상과 임금조정 등 비용부담을 둘러싼 계층간 갈등이 치열하다. 특히 동독지원에 따른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증가는 독일 경제위기론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해에만 1천8백억마르크(1백조원)에 달하는 동독 지원부담으로 국가부채는 1조7천억마르크의 기록적 수준에 있고,2천년에는 2조5천억마르크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층 심각한 것은 「인색하고 오만한 서독인」과 「감사할줄 모르는 동독인」간에 장벽과 대립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분단 40년만에 생경하게 만났던 동서독인들은 통일 2년만에 적대감을 안은채 등을 지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고,언론들은 「총체적 위기」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동서독인들의 비명과 국내외 언론의 위기론이 실체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과장되기 마련인 「위기현상」의 이면에는 더 큰 긍정적 변화들이 가려져 있다.
동독의 경제 사회적 위기를 상징하는 실업문제는 과거 동독 여성들까지 거의 완전 고용상태에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것이다. 동독경제가 회생,96년까지 현재의 배로 성장하더라도 실업률은 8%가 더 늘게 돼있다. 중요한 것은 대량 실업사태속에서도 동독인들의 전체 생활수준은 향상된 점이다. 통계를 제쳐 두고라도 여론조사에서도 과거보다 생활이 나아졌다는 동독인은 91년 3월 31%,10월 39%,92년 6월 42%로 늘었다. 반면 나빠졌다는 응답은 19%에서 15%로 줄었다.
경제붕괴속에서 생활이 나아진 것은 물론 실업수당 육아 교육 주택 연금 사회보험 보조 등 각종 사회보장 재원조달을 위한 서독의 지원덕분이다. 서독인들은 각자 연간평균 가처분소득 4만3천마르크중 3천마르크씩을 떼내 동독에 준 셈이다. 이는 동독인들에겐 1만1천7백마르크씩 돌아가 원래 소득 1만4천6백마르크가 2만6천3백마르크로 늘었다. 동독인들은 『그래도 서독과 차이가 크다』고 불평하지만,2년사이 2백만대의 서독제 자동차가 쏟아져 들어간 동독의 모습과 동독인들의 생활상은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서독인들은 막대한 지원금이 소비에만 사용돼 밑빠진 독에 물붓기 형국이라는 불만을 표출한다. 그러나 실제 이 지원금으로 동독 전역의 도로 철도 통신 주택 등의 면모는 급속히 바뀌고 있다. 동서독을 잇는 도로망이 새로 뚫렸고 수백㎞의 고속도로와 1천5백㎞의 지방도로가 보수 재포장됐다. 철도 4백㎞가 새로 부설되고 2천2백㎞가 보수됐으며 1백80㎞가 전철화됐다. 전화 등 통신망은 2백억마르크 이상이 투입돼 서독보다 최신설비를 갖추고 있고,퇴락한 주택 7백만채중 1백40만채가 보수됐다.
경제체제 전환도 크게 진척됐다. 경제붕괴의 주범격인 1만2천개 국영기업중 9천여개가 민영화돼 1천5백억마르크의 신규투자가 보장돼 있다. 여기서만 1백30만명분의 일자리가 생긴다. 또 13만개의 개인영업이 생겨 60만명이 취업했다.
동독기업의 주시장인 러시아의 경제붕괴와 세계적 불황의 여파로 동독 경제부흥은 더디다. 그러나 90년 총사회생산의 25%였던 설비투자는 91년 37%,92년 39%로 늘어났다. 올해 1천억마르크에 이르는 설비투자증가는 일견 암울한듯한 경제상황속에서 서독기업들이 동독을 새로운 도약의 기반으로 착실히 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벤츠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메이커를 필두로 수많은 기업들이 「신천지」 선점에 나서고 있고,벌써 공업단지 과잉개발을 경계하는 지적마저 있다.
불과 2년간의 대차대조표로 통일독일의 현상을 암울하게만 그리는 것은 잘못이다. 전문가들은 『무너지는 현상보다 일어서는 것들을 보라』고 충고한다. 투자효과가 나타나기엔 시간이 걸리고,실질적으로 세계최강인 독일의 경제력은 동독을 충분히 일으켜 세워 함께 도약할 것이란 예상이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부채도 90년대 후반의 독일경제인 80년대보다 오히려 적은 비율이 될 것이란 분석 등이 이같은 낙관적 진단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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