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영남 부총리겸 외교부장이 뉴욕에서 가진 우리측 기자들과의 회견이 우리의 흥미를 끌고 있다. 30일 하오(한국시간 10월1일 상오) 그의 숙소인 햄슬리 팰리스호텔에서 이루어진 회견은 그가 우리측 기자들을 초대해서 이루어진 것이었다.이날 김영남의 기자회견은 한중수교라는 커다란 주변정세 변화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고위각료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날 그의 회견은 대체로 종전의 북한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바탕위에서 구성된 것이었다.
그는 한중수교는 중국이 알아서 한 일이요,북한은 결코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핵문제에 대해서도 「주한미군의 핵」이 문제라고 종전의 입장을 고집했다. 남북의 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 채택으로 『연방제 통일전망이 밝아졌다』고 해서 통일방식에 있어서도 종전의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재확인」외에 몇가지 새로운 발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북한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부인하면서도 『사회주의국가들이 망하면서 무역이 없어지고,새 무역시장을 개척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했다. 직접적으로는 경제난을 부인했지만,사실상 간접적으로 시인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날 김영남의 회견에서 우리의 가장 큰 관심은 북의 후계체제에 관한 대목이었다. 그는 김정일을 가리켜 『수령님의 위업을 빛나게 계승발전시키고 있다』고 한 다음 『당 국가 군대 경제 문화 등 모든 사업을 영도』하는 「사실상의 북한 통치자」라고 했다.
얼핏 듣기에 이날 김영남은 북의 권력세습 작업이 이미 끝난 상태임을 밝힌 것처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는 김일성이 「80 고령」인데도 「지방 현지지도」를 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김정일의 「권력세습」이 어느단계에까지 왔느냐하는 것은 북의 체제로 봐서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다. 김일성 유일체제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이 김정일을 「사실상의 통치자」로 공인하고 있다는 의례적인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가 우리의 관심거리다. 이와관련해서 김영남이 미국과의 막후접촉 성과를 긍정적으로 표현하고,「조건이 성숙한 다음」이라는 단서를 붙여 남북 정상회담에 언급하고 있는 사실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대체로 이날 김영남의 기자회견은 몇가지 약간의 기술적인 변화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는듯하면서도,교조적인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바탕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북과의 접촉·대화에 있어서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결코 가볍게 봐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지켜야 될 원칙을 섣부르게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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