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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 커지는 놀이문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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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 커지는 놀이문화(사설)

입력
1992.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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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시월 상달」로 불리어 왔고 개천절과 한글날이 들어 있는 10월은 문화의 달이다.이달의 문화인물로는 일제의 어문말살 정책에 맞서 한글보호 운동을 앞장서서 펼치다가 순국한 환산 이윤재선쟁이 결정되었고 올 문화의 달 주제는 「사람답게,사회답게,나라답게」로 정해졌다. 이 주제를 내걸고 19일부터 24일까지 동숭동 대학로 일원의 문예회관,마로니에공원서 펼쳐지는 92문학축제를 비롯하여 중앙의 77개,지방의 3백1개 등 모두 3백78개에 이르는 각종 기념행사가 경향 각지에서 한달내에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푸짐하기만 한 문화의 달 기념행사 차림표를 앞에놓고 새삼 음미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문화의 의미와 문화의 달의 제정취지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의 생활양식으로 정의되는 문화는 인간이 스스로의 재능과 덕성을 갈고 닦아 생활을 보다 아름답고 뜻있고 기름지게 가꾸는 것이며 1년중 한달을 문화의 달로 제정한 취지도 온 국민이 공동체적인 유대감속에서 개인생활의 품격을 높이고 사회의 분위기와 국가의 위상을 바르게 하자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문화의 달이 떠들썩한 축제나 요란스러운 행사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10월은 곡식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수확의 계절이자 산야에서는 단풍이 손짓하는 행락의 계절이기도 하다. 여기에 문화의 달마저 요란한 기념행사와 떠들썩한 축제에 흐른다면 놀이문화 한마당이 펼쳐질뿐 모처럼 문화의 달을 제정한 의미가 희석되고 만다. 서울 올림픽이후 각종 기념행사는 걷잡을 수 없이 대형화하였고 축제는 눈부시게 호화스러워져 놀이문화가 크게 번창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해진 외형에 반비례하여 내용은 빈약해져 요란스런 허풍선이라로 되고 마는 것이 놀이문화의 병폐다.

문화부가 내놓은 푸짐한 차림표를 보며 한때는 초라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문화의 달 기념행사가 어느새 서울 올림픽이후 급속히 성장한 놀이문화의 영향을 받았는가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지금 우리는 떠들썩한 축제분위기에 빠져들 형편에 있지 않으며 경제적으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황을 타개하고 정치적으로는 구시대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대의 방향을 모색하여야만 한다. 그렇다면 문화의 달을 맞아서도 행사는 되도록 조촐히 하면서 스스로의 위상을 반추하며 「사람답게,사회답게,나라답게」의 주제에 알맞는 문화창조를 위해 슬기를 모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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