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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고질… 치유책 없나(도박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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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고질… 치유책 없나(도박병:2)

입력
1992.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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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서울에만 수백곳/수시 이동… 여름엔 피서지로/노름조직 10여명이 한팀/자릿세­뒷돈 이자 1할등/판 끝나면 손님은 “빚더미”도박판이 벌어지는 하우스는 단속의 눈길을 피하고 도박의 재미를 북돋우기 위해 수시로 장소가 바뀐다. 하우스는 주로 하우스장(또는 꼬장)의 편의에 따라 단독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오피스텔이나 숙박업소를 가리지 않고 어디에나 개설된다.

꼬리가 길면 밟히게 마련이므로 숙박업소가 아닌 경우 2∼3개월정도 월세형태로 방을 빌린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꾼들의 관행이다. 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곳은 경비원이 없는 저층아파트. 시가보다 2∼3배 정도 돈을 더주고 빌리는 수법이 흔히 쓰이고 있다.

하우스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도박의 종류에 따라 고스톱하우스 카드하우스 스무장(도리짓고땡)하우스 등으로 구분되는데 서울시내에만도 수백여군데 되는 것으로 추정되나 은밀하게 「개강·폐강」을 거듭하기 때문에 소재파악이 어렵다. 단도박모임(GA=Gamblers Anonymous·도박을 끊으려는 사람들의 친목단체)의 한 회원은 『하루 수억원대의 판돈이 오가는 거액도박판 하우스는 고급주택가와 아파트촌에 많다』고 귀뜸하면서도 끝내 구체적인 장소는 밝히지 않았다.

한 하우스의 식구(도박조직)는 적더라도 10명은 넘는다. 하우스장이 있고 연락을 맡는 전화당번,뒷돈을 대주는 꽁지(또는 데라),노름판에 출전하는 일꾼(또는 선수·기술자·기사) 3∼4명,망을 보는 보초,바람을 잡는 바지,상대의 속임수를 감시·방지하는 병정,도박꾼들에게 음식과 음료·술을 파는 바카스·식모 등이 저마다 일을 나눠 맡는다.

꽁지꾼이 돈을 잃은 사람에게 빌려주는 뒷돈은 1할의 선이자를 떼는 고리이다. 또 하우스에서는 바카스 한병에 5천원,담배 한갑에 1만원씩 받는 것이 보통이다. 도박판이 끝나면 돈을 딴 사람은 거의 없고 판돈의 대부분이 하우스장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도 먹고 마시는 값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물좋은(돈많은) 제비(호구의 다른 말)들」이 피서를 떠난 여름에는 하우스도 당연히 고객을 찾아 피서지로 이동한다. 2인1조 또는 3인1조나 남녀혼성팀으로 식구들을 갈라 바캉스 고스톱판을 벌이는 것이다.

수년전 적발된 한 「회사」의 바캉스 고스톱 지침은 ▲해수욕장에 소규모 임대점포 2곳을 설치한다 ▲남녀 2인1조로 이웃 점포와 유대를 돈독히 하며 호구를 물색한다 ▲나머지 식구들은 2인1조로 민박을 하면서 비캉스족을 상대로 고스톱을 하다 점포에서 판이 벌어지면 바람잡이 병정 등 본연의 임무로 돌아간다 등으로 돼 있었다.

속는줄 모르게 하우스에 이끌려 들어가 푼돈을 따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이 전문 도박조직을 당해내는 방법은 없다.

특히 주부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골부인(매번 돈을 잃으면서도 노름에 맛들인 여자)이 돼버린다.

꾼들은 딴돈에서 얼마를 개평으로 주어 환심을 사거나 도박중의 대화를 통해 다른 먹이감을 알아내는 수법을 흔히 쓰고 있다. 두번째 재탕감으로 걸린 경우에는 여지없이 빈털터리로 만든다.

대구의 모룸살롱에서 일하는 김모양(25)은 지난해 여름 대구 남구 봉덕동의 단독주택에 차려진 하우스에서 2박3일동안 고스톱 도리짓고땡 포커를 했다가 3년동안 부어온 곗돈 1천만원을 몽땅 날렸다. 그뿐이 아니다. 잃은 돈을 찾으려고 도박자금으로 빌린 꽁지돈이 1천만원이다.

김양은 손님의 술시중을 들면서 매달 버는 돈의 절반가량을 노름빚 갚는데 쓰고 있다.

김양이 갔었던 하우스에서는 히로뽕도 쓰고 있었다. 팔 다리가 아프고 피곤할 때 김양은 「바카스」가 주는 음료를 마셨는데 이상할이 만큼 잠도 오지않고 정신이 맑아졌다. 히로뽕이 섞인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고 한다.

곗돈을 더 불려주겠다는 친구의 꾐에 빠져 하우스에 발을 들여놓았던 김양은 『멀리 도망치고 싶어도 폭력배를 동원,끝까지 쫓아오기 때문에 고스란히 돈을 갚을 수 밖에 없다』며 한숨지었다.<특별취재반>

◎점심 밥상머리서도 고스톱/회사모임·동창회후 「필수」코스/돈 미리걸고 「비표」 사용 단속피해/차 잃은 「개인택시」 회사택시 전락

도박은 어디에서나 벌어진다. 여행길 귀성길에 화투나 카드는 꼭 챙겨가는 「기계」가 돼버렸다. 또 누구나 고스톱을 치다보니 집에서 거울을 놓고 혼자 맞고스톱을 치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0시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C안마시술소. 지하 1층 지상 4층에 안마실 40개와 사우나시설을 갖춘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도박현장은 쉽게 눈에 띄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 5명이 가운만 걸친채 고스톱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는듯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종업원 강모양(25)에 의하면 이날 도박판을 벌인 손님은 10개방 30여명. 대부분 샐러리맨인 이들은 1∼2명씩 모여들었으나 동창회·회사모임을 끝내고 10∼20여명이 「단합」을 위해 한꺼번에 온 경우도 있었다.

강양은 『대개 하오 8시에 시작,12시나 상오 1∼2시께 끝나지만 밤새 고스톱을 치는 사람도 많다』며 『음료수·음식을 갖고 방에 들어서면 1만원권 지폐와 수표가 수북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하오 9시께 서울 종로구 청진동 H여인숙. 단속경관이 들이닥쳤을때 60대 노인 3명이 마작판을 벌이고 있었고 30∼40대 7명은 고스톱에 빠져 있었다.

이들은 고스톱판의 경우 액수가 미미하고 마작판은 현금없이 자신들이 만든 「비표」를 걸고 도박을 해 모두 훈방됐다.

그러나 경찰과 도박전문가들에 의하면 최근 전문도박판은 현금없이 미리 돈을 걸고 따로 숨긴 뒤 받은 비표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단 단속에 걸리더라도 판돈이 없이 모두 무혐의처리되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계동 모회사 사옥인근의 매운탕을 주로 파는 한음식점 방안에는 아예 군용담요와 화투가 준비돼 있다. 지난달 29일 낮에도 점심을 먹으러온 인근 회사사원인듯한 8명이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음식이 들어올 때쯤 판을 거둔 김모씨(31·서울 강서구 공항동)는 『가끔 점심시간에 점당 1백∼5백원으로 30∼40분정도 고스톱을 친다』며 『돈을 걸지 않으며 재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에 의하면 점심시간의 고스톱이 퇴근후 계속돼 밤을 새는 일도 생긴다. 주말의 광화문일대,강남지역의 숙박업소는 샐러리맨들이 즐겨 찾는 도박장소이다.

전보다는 덜하지만 택시운전사들의 도박수준도 보통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하오 2시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D수녀원 인근 W기사식당에서 동료 3명과 점당 50원짜리 싼 고스톱을 치던 개인택시운전사 임모씨(46)는 점당 1천원짜리 고액고스톱판이 기사식당에서 공공연히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날 그날의 수입금을 걸고 도박을 하게 마련인 택시운전사들은 잃은 돈이 많으면 동료에게 문의,전문도박판에 끼어들었다가 더 큰 돈을 잃는다. 그렇게 되면 공증인감증명을 떼 개인택시를 중고자동차 매매상이나 급전상에게 저당잡혀 급전을 빌리게 되며 결국 개인택시를 잃고 회사택시 운전사로 전락하고 만다. 임씨는 자신의 주변에서도 3∼4명이 이런 경로로 2천만원 이상씩 날렸다고 귀뜸했다.

임씨에 의하면 택시운전사를 상대로한 도박단들과 전문브로커들은 돈을 잃은 사람에게 도박꾼을 끌고올 경우 1인당 50만∼1백만원의 사례금을 주겠다고 꾀어 새로운 먹이를 마련하고 있다.

여성들은 주로 카페·한증탕 등은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밤 11시3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E카페. 어두컴컴한 공간한쪽 반칸막이 좌석에서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5명이 하이로포커를 하고 있었다.

2개월에 한번인 동창회가 끝나면 별로 할 일이 없이 친구가 경영하는 이 카페에서 포커를 한다는 것이었다.

이중 민모씨(36·서울 송파구 잠실3동)는 『압구정동 카페 어디든 미리 주인에게 얘기하면 포커를 할 수 있다』고 장담하면서 『서대문의 D한증탕과 같은 24시간 영업 사우나나 하우스에서 도박을 하는 여자들에 비하면 우리가 하는 것은 어린애 장난』이라고 말했다.

민씨에 의하면 서대문구 D한증탕의 경우 영업시간의 제한을 받게 된 뒤부터 일반손님들이 아닌 술집 여종업원,유한마담들이 한밤중에 몰려와 밤새 먹고 마시고 씻고 친다.

강남구 역삼동의 C안마시술소 주변에서 술집손님을 끌어들이는 속칭 「삐끼」 양모씨(22)도 『밤 12시나 새벽 1시께 운전사가 모는 고급승용차에서 내린 30∼40대 여자들이 「D한증탕이 어디냐」고 자주 물어온다』며 『돈많은 여자들이 밤늦은 시간에 도박말고 딴 이유로 한증탕을 찾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급속도로 늘어난 노래방도 도박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달 25일 밤 11시께 최모씨(37·경기 남양주군 진건면) 등 고교동창생 5명은 강남구 신사동 M노래방 4호실에서 포커판을 벌이다 적발됐다. 하라는 노래는 하지않고 「서양화공부」만 열심히 했던 것이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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