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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자녀 「사모집」 잔잔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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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자녀 「사모집」 잔잔한 감동

입력
1992.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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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의날 앞두고 「우렁쉥이 이야기…」 펴내/암으로 세상떠난 어머니와 20년 추억담아/어릴적 야속했던 장성아버지 “이젠 자긍심”1일은 제44주년 국군의 날. 전후방 군인 가족들이 모처럼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이날을 앞두고 아버지와 떨어져 살며 자라온 한 장성의 자녀가 펴낸 책이 군인가족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합참에 근무중인 유정갑 육군소장(50·정보본부 수집보안부장·육사20기)의 아들 종진군(24·서울대 대학원 전자공학과 1휴)과 딸 유정양(21·서울대 사회과학대 심리학과 3)이 펴낸 「우렁쉥이 이야기­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는 남편과 떨어져 살며 남매를 기르다 암으로 세상을 뜬 어머니에 대한 애절한 사모곡이다.

지난해 2월 어머니(이성희·당시 47세)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젖먹이 응석받이때부터 20여년의 추억을 소담하게 담은 남매의 이야기는 곧 이 시대의 군인가족·자녀들의 삶의 기록이나 다름없다.

67년 여교사로 당시 육군 중위였던 아버지와 결혼,전방의 초가집에서 살며 냇가에서 빨래하던 어머니 모습과 아버지의 부임지를 따라 수차례 옮겨다니던 국교생 시절,중학생이 돼서는 아버지와 떨어져 살며 어머니와 함께 나누고 삭였던 소중한 삶의 이야기는 눈물겨운 감동을 안겨준다.

『각질을 가진 고동류의 우렁쉥이가 새끼들을 제 살갗위에 올려놓고 자신의 살을 베어 먹이며 새끼들이 어느정도 성장하면 어미는 껍질만 남아 스스로의 생을 마친다』는 동화를 어머니로부터 듣고자란 남매는 다정다감하고 건강했던 어머니를 여윈후 우렁쉥이를 생각했다.

한때 자신들을 주말고아라고 생각했던 남매는 서울집과 전방의 남편을 찾아 오갔던 어머니의 옛 메모지들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전기밥솥에 밥 새로 해 놓았고 찌개도 조금은 있고 가스불위에 미역국 끓여 놓았다…」

1주일에 한번꼴로 빨랫감이 산적한 남편과 떼를 쓰며 붙잡는 남매들 사이를 오가며 겪었을 어머니의 어려움을 남매는 어머니의 숱한 메모들을 통해 이해하며 성장했다.

토요일에 집을 나선 어머니는 일요일 저녁때쯤이면 돌아왔지만 월요일로 지체되기도 했다. 남매는 주말에 온 가족이 모이는 다른 집안을 부러워하며 자라야 했다.

『어릴 때는 아버지가 왜 군인이라는 직업을 택해 우리 가족들을 이렇게 힘들게 하는가』하는 야속함마저 느꼈다는 유정양은 『힘들지만 국가에 봉사하는 군인의 자녀로서 자긍심과 독립심을 키우게 되는 계기도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차지했던 빈 자리를 메우느라 분주한 삶을 살고있는 유정양은 『수많은 후배·동생들이 군인가족의 자긍심과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단단하고 성숙한 마음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안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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